동물보건사협회 “안전장치 없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지금은 아니다” 담화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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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사)한국동물보건사협회(KVNA)가 담화문을 발표했다.

동물보건사협회는 보호자의 알권리와 진료정보 접근권이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환자 안전과 의약품 오남용 우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한국동물보건사협회 담화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반려동물 보호자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내 아이가 오늘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알고 싶은 마음 — 그것은 보호자로서 존중받아야 할 당연한 요구이며, 동물의료의 신뢰를 위해 중요하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보건사협회 역시 이러한 보호자의 진료정보 접근권이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매일 동물병원 현장에서 또 다른 장면을 마주합니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나 과거 처방을 근거로 임의 투약된 뒤 상태가 악화되어 실려 오는 반려동물, 과거 처방받은 항생제를 임의로 다시 사용하거나 정해진 투약방법을 따르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 사람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을 임의로 투여한 뒤 심각한 약물 부작용으로 내원하는 반려동물 — 이러한 사례는 동물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담화를 드립니다.

보호자의 알 권리(right to know)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권리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으로 이어지려면, 알 권리와 함께 동물환자의 안전(patient safety)과 약물의 안전한 사용(medication safety)이 함께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는 보호자의 진료정보 접근권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현행 동물용의약품 관리체계와 자가투약 위험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를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 수의계가 제기하고 있는 환자안전과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는 동물보건사 전문직의 관점에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동물병원의 진료실은 사람 병원과 다른 제도적 환경 위에 서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 제85조제7항에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약국에서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처방과 처치 등 구체적인 치료정보가 포함된 진료기록이 자가투약과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대 공개될 경우,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지난달 처방받은 항생제를, 다음 달 다른 증상에 임의로 재사용하는 경우

• 한 동물에게 처방된 약물과 용량을, 체중·질환·건강상태가 다른 동물에게 임의로 적용하는 경우

• 급성기 처치를 위한 스테로이드를, 만성기에 지속 투여하는 경우

• 한 마리에게 처방된 약을, 다묘·다견 가정의 다른 아이에게 나눠 쓰는 경우

이러한 상황은 개별 동물의 치료 실패와 부작용 위험을 넘어,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통해 내성균의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높이고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AMR)의 발생과 확산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과 동물과 환경의 건강을 함께 다루는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정부가 이미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통해 관리하고 있는 국가적 공중보건 과제입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보호자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채, 정보만 먼저 공개되는 상황입니다.

동물의료는 수의사 한 사람의 진단·처방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진단 → 적절한 처방 → 안전한 투약과 처치 → 치료 후 상태 관찰 → 이상반응 확인과 재평가 ― 이 연속된 과정이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안전한 동물의료가 완성됩니다.

수의사법 제16조의5에 따라 동물보건사는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동물의료 전문인력입니다.

우리는 수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 계획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이행되도록 보조하고, 치료 중 환자의 상태 변화를 관찰하며, 보호자가 치료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현장의 중요한 접점에 있습니다.

바로 그 접점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료정보의 활용 방식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물보건사 역시 이 논의의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냅니다.

이것은 직역 다툼이 아닙니다. 동물의료팀(veterinary healthcare team) 전체의 공동 책임입니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 세 가지를 요청합니다. 이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확대에 앞서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제도적 기반입니다.

첫째, 진료기록 공개의 범위·목적·절차·제3자 제공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주십시오.

어떤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목적과 절차로 제공되는지, 재활용과 제3자 제공은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사전에 설계해야 합니다.

둘째,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이미 제시하고 있는 반려동물용 항생제 사용 교육을 포함하여, 공개된 정보가 자가투약과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호자 대상 안내체계를 함께 정비해 주십시오.

정보의 제공과 안전한 활용이 함께 이루어질 때, 이번 제도 개선의 정책 효과가 온전히 달성될 수 있습니다.

셋째, 약사법 제85조제7항의 동물용의약품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포함하여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유통·사용 관리체계 전반을 함께 검토해 주십시오.

진료기록의 투명성만 높이고 약물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두면, 그 허점은 그대로 동물의 위험이 됩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미 추진 중인 항생제 신중 사용(prudent use) 관리 강화,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 개선, 반려동물용 항생제 사용 교육 콘텐츠 개발·보급 등 항생제 적정 사용(antimicrobial stewardship) 정책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과제를 상호 연계하여 함께 논의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진료정보의 투명성과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은 별개의 과제가 아닙니다. 이 세 가지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될 때에만 보호자의 권리와 동물환자의 안전이 함께 지켜질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 우리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확대에 반대합니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는 정부와 국회, 대한수의사회와 관련 전문가 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자 여러분이 함께 참여하는 공식 논의의 장을 제안합니다.

수의사, 동물보건사, 보호자 대표, 약무 당국과 약무 전문가, 그리고 동물복지·공중보건 전문가가 한자리에 앉아 진료기록 공개 제도와 동물용의약품 관리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자리 ― 이것이 이 논쟁을 보다 생산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논의에서 어느 한쪽 편이 아닌, 치료받는 동물의 편에 서겠습니다.

우리가 동물병원 현장에서 만나는 보호자 여러분에게 진료정보는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어떤 진료를 받았고 앞으로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의 알 권리를 지키는 일과 동물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결코 대립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두 가지가 함께 갈 때에만 진정으로 완성됩니다.

한국동물보건사협회는 전국의 수의사와 동물보건사, 보호자와 함께 이 원칙 위에 서겠습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동물의료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동물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책임 있는 논의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2026년 8월 31일

사단법인 한국동물보건사협회

동물보건사협회 “안전장치 없는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지금은 아니다” 담화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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