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용 회장, 국회에서 “표준수가제는 탁상행정…수의혁신위원회 설립 필요”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반려동물 의료보험 확산 주제로 국회 토론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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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사무처 사단법인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대표 이태형)가 19일(수) 국회의원회관에서 ‘반려동물 의료보험 확산을 통한 반려동물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박병용 경상북도수의사회장, 허찬 한국동물병원협회 경영혁신위원장, 윤은희 영남이공대학교 교수의 발제와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박병용 경북수의사회장은 ‘인센티브 기반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및 수의혁신위원회(DOVI) 설립’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경북수의사회 박병용 회장

박병용 회장은 동물진료비를 둘러싼 논쟁과 펫보험 고도화를 위한 국가 정책을 제안했다.

우선, 동물진료비의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박병용 회장은 “병원별로 임대료, 보유 장비 수준, 직원 수, 사용 약품의 종류, 진료 난이도, 지역적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진료비는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존재했었던 수가(동물병원 진료보수기준)를 1999년 정부가 없애면서 진료비를 통일하면 오히려 수의사들이 담합으로 처벌된다. 수가제 폐지 이후 수의사들이 노력해서 동물의료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적보험(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있어서 (급여항목 진료 시) 본인부담금 일부만 내는 사람 의료와 달리 공보험이 없는 동물의료는 모든 진료항목이 비급여다. 보호자의 본인부담률이 100%”라며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동물병원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펴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시행 중인 진료비 게시제, 예상진료비 사전고지제를 넘어, 표준진료절차 사전 안내 의무화나 표준수가제 도입 등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탁상행정식 발상이며, 전국 1천명의 수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니 수의사들이 대부분 이에 반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용 회장은 “동물의료 수준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율경쟁을 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여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진료비 상한액 설정법’이나 대통령 공약이었던 ‘표준수가제’ 등에 대해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평균 건당 1만원 수준인 상담료가 5만원 정도로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의견이었다.

수의혁신위원회 설립을 제안하는 박병용 회장

박병용 회장은 “강제 규제는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규제 정책이 아닌 자율 참여형·인센티브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동물병원이 정부 정책에 참여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참여하는 병원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 맞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보호자·동물병원 간 정보 비대칭 해소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동물의료 빅데이터 확보 및 표준 데이터 구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의약품을 적정하게 처방하는 의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그린처방의원’ 제도를 벤치마킹한 ‘수의 그린 데이터 파트너’ 제도를 즉시 시행함으로써 동물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동물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의혁신위원회(DOVI) 설립 제안도 관심을 받았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임시로 만드는 ‘TF’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전문적인 동물의료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세부적으로 대한수의사회 산하 수의정책 혁신·소통위원회(CVPAC)를 상설 위원회로 설립해 빅데이터 구축과 AI 등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미래 수의료 시스템 정립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병용 회장에 이어 발제를 한 허찬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병원경영혁신위원장 역시 ‘동물병원 진료 빅데이터 구축’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펫보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빅데이터 플랫폼-동물병원 전자차트(EMR)-펫보험 청구 시스템이 자동으로 연동되어 사용자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려묘 보호자’인 윤은희 영남이공대학교 반려동물보건과 교수는 “반려인 입장에서는 매월 약 4만원 수준의 펫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일부 항목만 보장하는 월 1만원대의 실속형 펫보험 출시 등 펫보험 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농식품부 이재명 서기관은 정부 국정과제에 담긴 ‘공익형 표준수가제’에 대해 소개했다.

이 서기관은 “전체 동물병원이 일괄적으로 준수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공공동물병원에서 유기동물, 국가봉사동물, 취약계층 반려동물에만 적용하는 제도다. 그래서 ‘공익형’ 표준수가제”라며 “모든 병원이 획일적으로 준수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등록제 활성화와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방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같은 품종의 반려견을 여러 마리 양육하는 가정에서 한 마리만 펫보험에 가입하고 다른 동물까지 펫보험을 청구하거나, 펫보험 가입을 위해 진료기록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모럴해저드가 펫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이고 펫보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주 메리츠화재 리더는 “펫보험 관련 모럴해저드가 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현재처럼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것조차 확인할 수 없다”며 “동물등록제가 정착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는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에 펫보험이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유기동물 입양 시 펫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부터) 김상훈 국회의원, 정희용 국회의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상훈 국회의원(대구 서구)은 “펫보험을 통해서 보호자들은 부담을 낮추고, 수의사분들은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며 “데이터 공유 등 정책적 이슈에 대해 국회에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무총장인 정희용 국회의원(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은 “반려인으로서 반려동물이 아플 때 체계적으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수의사회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국민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하고, 반려동물도 동물행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사)동물복지표준협회 이태형 대표는 “토론했던 주제들은 수의료 혁신을 통해 반려인과 수의사, 정부 모두에게 실익이 되는 펫보험의 확산과 고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박병용 회장, 국회에서 “표준수가제는 탁상행정…수의혁신위원회 설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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