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동물용 신약 심사..작년에만 리브렐라·프로징크·갈리프란트 허가
검역본부, 전문가 합동 심사팀으로 행정 지연 최소화..지난해 동물용 신약 7종 신규 허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동물용 신약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신약 전담 심사팀을 운용하고 있다고 2월 3일(월) 밝혔다.
국내 기업의 신약 개발이나 해외에는 이미 출시된 동물용의약품의 국내 도입속도를 높여 동물질병 치료 저변을 넓히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신약 전담 심사팀을 거쳐 지난해 품목허가를 완료한 신약은 7종이다. 최근 5년간 평균치(3.5건)를 상회한다. 개 골관절염용 의약품인 리브렐라와 갈리프란트, 개·고양이 인슐린 제제인 프로징크 등 반려동물용 신약이 다수다.

제품별 전문가 4인 이상 전담팀
신약 도입 발목 잡는 심사 불확실성·지연 해소
반려동물 신약 수요 커져..평가·관리 인력 확충 필요
동물용 신약 필요성은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고 노령화로 인한 각종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도 과거에 비해 커졌다.
사람용 신약을 개발하면서 동물용까지 병행하는 전략이 확산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각종 항암제나 2형 당뇨 치료제 등 중증질환을 타겟으로 인체용의약품을 개발하면서, 동물에서도 같은 적응증을 노린 신약을 내놓는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하는 형태다.
검역본부는 신약 개발을 주요 허들로 복잡한 허가 절차로 인한 어려움을 지목했다. 후보물질 개발 자체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안전성·유효성 평가절차가 복잡해 노하우가 부족한 업체 입장에서는 심사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검역본부는 지난해 5월부터 신약허가 기술검토를 전담하는 동물용 신약 전담 심사팀을 구성했다. 기존에도 검역본부의 각 분야 전문가가 기술검토에 참여했지만, 이를 한 데 모아 신약 개발·허가를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약 제품별로 분야별 전문가 4명 이상으로 전담팀을 구성한다. 개발부터 임상시험, 심사·허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업체가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
구현옥 동물약품평가과장은 “기존에도 분야별 전문가가 동물용의약품 기술검토에 참여해왔지만, 신약 전담 심사팀을 구성하면서 전문가들이 함께 전문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면서 “이를 통해 검토 과정에 속도를 내고, 심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업체 측의 요구사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신약 심사과정에서 제조소 변경 등의 허들이 발생한 경우 행정절차로 인한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신약 전담 심사팀 구성은 검역본부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동물용의약품 산업발전대책 마련 TF에서 도출한 품목허가 사전검토제 도입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동물용 희귀약·항암제에 대한 품목허가 규제 완화 등도 논의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건 향상, 축산물 생산성 증진을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개발되는 신약을 순조롭게 도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도 개편뿐만 아니라 평가·관리 일선에서의 실행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당국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1명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검토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데다, 이들 전문가들에게는 기술검토 외에도 질병 연구나 방역 등 본연의 업무도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김정희 검역본부장은 지난달 한국동물약품협회 신년교례회에서 “업계 성장에 발맞춰 약무 행정도 커질 수 있도록 동물약품관리 인력을 대폭 보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골관절염약 리브렐라·갈리프란트, 당뇨약 프로징크 등 반려동물용 신약 다수
검역본부 신약 전담 심사팀을 거쳐 지난해 허가된 신약은 7종이다. 이중 6종이 개·고양이의 만성질환 치료나 증상 완화를 위한 의약품이다. 그간 신규 치료제가 없었던 꿀벌 낭충봉아부패병 예방·치료제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조에티스㈜ ‘리브렐라 주’는 개에서 골관절염에 의한 통증 완화에 쓰이는 신약이다. 월 1회 투약하는 피하주사제로, 항신경선장인자 단클론항체인 베딘벳맵(bedinvetmab) 성분이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프로징크 주사제’는 개·고양이 당뇨병 환자에 매일 투약하는 동물용 인슐린 주사제다. 오는 4월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베링거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 당뇨병 환자에서 하루 1회 투약이 가능하여 보호자 편의성을 높인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고양이에서는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타 제품 대비 유통기한과 개봉 후 사용기한이 더 길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국엘랑코동물약품㈜ ‘갈리프란트 플레이버 정’은 개의 골관절염과 관련된 통증과 염증의 치료에 쓰이는 신약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로 프로스타글란딘 E2(PGE2) 유도성 통증과 염증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한국엘랑코동물약품 관계자는 “기존 NSAID 약물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을 가진 신약” 이라며 “반려동물 의료를 선도하는 엘랑코의 신약들을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에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개 유선종양의 항암 병용 면역보조제로 쓰이는 개 유래 인터루킨-15 제제, 노령견 면역증진을 위한 개 GHRH 인코딩 플라스미드 제제, 플루코나졸 성분의 개 말라세지아 피부염 치료제도 전담팀 심사를 거쳐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김정희 검역본부장은 “지난해 동물용 신약 허가 실적은 신약 전담 심사팀을 통해 허가 속도를 개선하고 심사 과정에서 업체와 활발히 소통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동물용 신약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임상시험 승인, 허가심사까지의 전 과정에서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