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제증명수수료 상한 고시‥동물병원 여파 우려
복지부, 의료기관 진단서등 수수료 상한 규정..수의사법도 지난해 권익위 권고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진단서 등의 수수료에 상한이 정해졌다. 수의사법에도 수수료 상한을 규정하는 근거조항이 있어 동물병원에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을 신설 고시했다. 내일(21일)부터 곧장 적용되는 이번 고시는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건강진단서, 상해진단서 등 제증명서 30종의 상한액을 규정했다.
지난 6월 복지부가 해당 고시안을 행정예고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료기관이 발급하는 진단서는 단순한 진료기록 복사가 아니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문서인만큼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시안의 상한액이 의료계 전반의 발급수수료 시세에 못 미쳤다는 점도 문제였다.
제증명발급수수료의 가격편차가 환자부담의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학전문지 라포르시안은 6월 관련 보도에서 “모든 잘못을 제증명수수료 탓에 돌리지 말라”며 의료보험뿐만 아니라 각종 복지정책이 하나 같이 진단서 제출요구를 남발하고, 이를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구조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19일 발표된 최종 고시안은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일부 항목의 상한액을 높였다. 일반진단서는 당초 1만원에서 2만원으로, 3주미만 상해진단서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3주 이상 상해진단서는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상향됐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진료비용 조사결과를 토대로 항목별 대표값(최빈값, 중앙값 등)을 원칙으로 하되 의료인의 전문성과 법적책임, 환자 부담을 함께 고려했다”며 “상한금액 내에서 의료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정해 고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의사법도 상한규정 조항 있어..현황 조사 선행돼야
지난해 1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동물병원이 발급하는 진단서·검안서·증명서의 발급수수료 상한액을 지정하고, 미고시자에 대한 벌칙 규정을 신설하도록 수의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 권고했다.
현행 수의사법은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처방전의 발급수수료의 상한액을 농림축산식품부령(시행규칙)으로 규정하고 이를 동물병원 내에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처방전 발급수수료는 5천원으로 규정된데 반해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등의 상한액은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별다른 개정 움직임은 없었지만, 복지부가 제증명수수료 상한액을 고시함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동물병원의 진단서등 발급수수료 상한규정을 반대하면서 ‘의료기관도 제증명수수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공식 조사된 바는 없지만, 수도권 지역 반려동물병원의 진단서 등 발급수수료는 대체로 3~5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병 이환여부를 확인하거나 타 병원 진료의뢰에 필요한 진료소견서, 출입국 검역용 예방접종증명서 등이 주된 항목이다.
동물병원 공식문서로서 진료소견을 정리하는데 드는 노력에 비하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일선 동물병원의 토로다. 동물병원에도 상한액을 규정한다 해도, 의료계처럼 일선 병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행 발급수수료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