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개선, 사체처리에 달려` 기화로 소멸시키는 신기술 눈길

건국대 최농훈 교수팀, 축산현장 방역관리 세미나..방역 신기술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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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 필요없이 살처분된 가축 사체를 증발시키는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건국대 최농훈 교수팀은 20일 건국대 수의대에서 ‘신기술을 활용한 축산현장 방역효율 향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방역현장의 소독약 희석 오류, 축산차량 소독 미흡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던 이전 세미나와 달리, 이날 행사에서는 매몰지 없는 살처분 사체 처리, 친환경소독제 등 가축질병 방역의 신기술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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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체처리 문제에 골머리..FRP·랜더링 지역별 기반확보 어려워

허인 충남도청 동물방역위생과 AI방역팀장(사진)은 이날 충남 방역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매몰지 없는 대량 살처분 시스템’ 구축안을 소개했다.

구제역, 고병원성 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주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살처분이 진행된다.

이때 살처분된 사체의 처리에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살처분은 속도가 생명인데, 살처분의 속도는 사체처리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허인 팀장은 “SOP는 살처분된 사체와 오염 물건을 72시간 이내에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다수의 살처분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이를 준수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최근 ASF로 인해 관내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경기 북부에서도 사체 처리 문제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매몰지 확보가 어려워 랜더링으로 사체를 처리하려 했지만, 랜더링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살처분이 지연됐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 발생농장(10/9) 살처분으로부터 한 달이 다 되도록 주변의 예방적 살처분이 끝나지 못했고, 11월초 남아 있던 돼지 4만 7천여두의 사체를 호기호열 미생물로 한꺼번에 처리하려다 피가 섞인 침출수가 주변 실개천으로 유출되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최근 매몰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FRP 매립의 한계점도 지적됐다. 허인 팀장은 “FRP통에 사체를 넣어 매립하는 방법도 부지확보의 어려움이나 사후관리기간(3년) 경과 후 사체를 다시 꺼내 소멸처리해야 하는 점은 (일반매몰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FRP통의 지역별 확보 기반도 개선점이다. 이번 ASF 사태에서도 살처분 규모가 확대되면서 충남 지역에서 생산된 FRP통이 대거 경기 북부로 이송됐다. 발생농장을 출입한 차량(FRP 운송차량)이 비발생지역을 오간 셈이다.

허인 팀장은 “이번 ASF 살처분에 사용된 FRP통의 99%가 충남에서 올라갔다”며 “FRP통이 크다 보니 차량 한 대에 1통밖에 싣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차량이 매일 같이 왕래했다”고 말했다.

 

살처분 사체 파쇄액화기화로 현장에서 소멸..돼지 1,780kg 사체처리 실험 성공

이날 허인 팀장이 소개한 ‘매몰지 없는 사체처리’ 기술은 파쇄·분쇄, 효소 분해공정, 기화공정을 거쳐 사체를 소멸시키는 시스템이다.

CO2 가스로 살처분된 사체를 파쇄·분쇄한 후 발효효소를 처리해 고형물을 완전히 분해한다. 분해된 액상물은 기화공정을 통해 가스로 배출되고, 이때 발생하는 악취를 차단하기 위한 탈취공정이 병행된다.

여기에 필요한 사체처리 및 보관 설비를 25톤 화물차량에 탑재하여 살처분 농장이나 주변 공터에서 실시하는 방식이다. 사체를 이동시켜야 하는 기존 랜더링에 비해 확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개발업체인 ㈜자연그대로와 충남도청이 실시한 실험에서도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3일간 1,780kg의 돼지 사체를 순차적으로 투여한 실험에서 별다른 지연 없이 24시간 이내에 사체를 기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체처리로 발생한 기체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허인 팀장은 “마리당 100kg을 기준으로 차량 1대가 하루 250마리의 사체를 처리할 수 있다”며 “부지확보·FRP 구매 비용을 제외하고도 마리당 4만원가량 소요되는 살처분 용역비에 비해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년 200억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매몰사체 소멸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충남도청은 액화·기화 사체처리 기술을 더욱 개량해 살처분 현장 투입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농식품부와 지자체 방역당국을 초청한 시연회를 개최하고, 가축전염병 SOP 상 살처분 방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중복 건국대 교수는 “(신기술이) 대량의 살처분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폐사체 처리 전용차량이 운영되는 해외 축산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평시 발생하는 폐사체 처리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살처분 개선, 사체처리에 달려` 기화로 소멸시키는 신기술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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