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수의학과 설립 청와대 압력 논란…수의대 신설 과연 필요한가?

SBS, 차병원 수의학과 설립 청와대 압력 사건 단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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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가 1월 31일 ‘차병원 수의학과 허용해라…청와대가 직접 압력’ 이라는 제목으로 차병원 그룹 차의과대학이 수의학과 신설을 추진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관련부처에 압력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SBS 뉴스에 따르면, 2015년 10월 정황근 당시 대통령실 농축산식품비서관이 농식품부 축산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차병원 그룹이 운영하는 차의과대학에서 수의학과 개설하는 문제를 잘 검토하라고 말했고,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도 곧 농식품부에 전화를 걸어 차의과대학 수의학과 신설과 관련된 통화를 했다. 최 수석은 당시 공직에서 물러난 뒤 차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상태였다.

SBS 뉴스는 “이에 농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가 긴급회의를 벌였고, 결국 대한수의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의해 신설이 무산됐다”며 “수의사회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실패한 로비에 그치긴 했지만, 한 대학에 특혜를 주기 위해 왜 청와대가 나섰는지는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라고 전했다.

이번 뉴스에 대해 시청자들은 “도대체 손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친 거냐” 등의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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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보도 장면

기초수의학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수의학과 설립 추진한 차의과대학

당시 차의과대학 측은 “임상수의학에 대한 선호도가 기초수의학보다 높아, 많은 수의사들이 임상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대응 및 연구가 매우 취약하여, 기초수의학을 대폭 강화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수의사를 만들겠다”면서 수의학과 신설 명분을 내세웠다.

즉, 교육과정을 차별화 하여 환경독성, 식품위생, 의생명과학 등 보건분야와 더 나아가 One Health 개념에 입각하여 활동할 수 있는 기초 수의학 연구 인력 배출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받는 등 의생명과학분야 연구에 특성화된 차의과대학교야 말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수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최적의 학교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수의학과가 없는 경기도의 수의사 인력 양성 수요에 부응할 수도 있다는 명분도 제시했었다.
 

끊임없는 수의학과 신설 움직임

대한수의사회 논리와 명분이 신설 막아

수의학과 설립을 추진한 곳은 차의과대학 뿐만이 아니다.

1974년까지 국내에 수의학과는 총 8개 존재했었고 모두 4년제로 운영 중이었다. 그러다가 1974년 8개 수의과대학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1곳으로 통합되면서 6년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통합된 지 2년 만인 1976년부터 서울시립대를 제외한 7개 수의학과가 다시 차례로 부활하며 4년제로 전환됐고, 그 뒤로 충남대, 충북대, 강원대 수의학과가 신설되며 현재 10개 수의과대학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후 1998년부터 10개 수의과대학 모두 6년제로 전환됐다.

1989년 충북대 수의대 신설을 끝으로 약 30년 가까이 10개 수의대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차의과대학 이외에도 수의학과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다.

2000년대 이후로만 서울 소재 모 사립 여자대학교를 시작으로 차의과대학까지 총 10차례 수의학과 신설 추진이 됐지만, 대한수의사회의 논리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로 무산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설립을 추진했던 곳은 2005년 공주대학교였다. 공주대학교는 교육부에 수의학과 정원허가를 요청하여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냈으며, 국회의원 주최의 ‘공주대학교 수의학과 신설 관련 국회토론회(토론회 제목 : 한국 수의학의 발전방향)’까지 개최했다.
  
하지만, 수의사 수급현황, 동물 수 대비 수의사 배출 수, 국내와 해외 상황의 차이 등에 대한 수의사회의 구체적인 설명과 의견에 토론회를 주최했던 국회의원도 동의하면서 수의학과 설립이 무산됐다.

한국동물병원협회 역시 “공주대학교를 비롯하여 일부 대학에서 수의과 대학을 증설하고 정원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지금도 과잉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무모한 발상”이라며 ▲국내 수의과대학을 통폐합하여 교육여건을 개선하라 ▲수의과 대학 입학 정원을 30%이상 감원하라 ▲세계수의사회(WVA), 유럽수의사회(FVE), 미국수의사회(AVMA)의 교육 기준에 의한 교육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 수급에 관한 용역을 실시하는 등 대응 논리 만들기에 지속 노력해왔다.
 

이후 2007년, 수의학과 신·증설시 수의사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협의해야 하도록 고등교육법시행령 제28조 제3항이 개정됐다. 

따라서 현재 수의학과를 신설하거나 증설하기 위해서는 농식품부의 협의가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차의과대학 수의학과 신설 추진 시에도 청와대로부터 농식품부에 압력이 가해졌던 것이다. 농식품부의 협의 없이는 수의학과 신설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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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나라에 수의학과가 더 필요한가?

수의사 면허자 올해 19,000명 돌파…1998년에서 2017년 사이 2배 이상 증가

차병원 수의학과 설립 추진 논란을 계기로, 과연 우리나라에 수의학과가 추가로 필요한 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의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명분은 ‘수의사 진출 분야 불균형 해소’다. 즉, 소동물 임상으로 수의사 진출이 집중되면서 산업동물 임상, 산업계, 방역 분야 등에는 수의사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의사 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동물 수 대비 수의사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다. 산업동물 임상 분야 수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산업동물 임상수의사 1명이 담당하는 가축수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쉽게 OECD국가 중 반려동물, 산업동물 구분 없이 동물 수 대비 수의사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수의사 과잉 배출국’이라고 보면 된다.

반려동물 분야만 따졌을 때, 동물병원 당 담당하는 개, 고양이 숫자가 약 1,375마리로 미국(5,500마리), 영국(4,310마리), 프랑스(4,300마리), 일본(2,100마리)에 비해 많다. 산업동물 수의사 역시 미국에 비해 약 1/8 정도 적은 동물을 담당하고 있다.

수의사당 가축단위비율은 세계평균보다 5.3배 낮은 수준이다.

*미국 산업동물 수의사 1인당 171,671마리 가축 담당, 한국 산업동물 수의사 1인당 34,392마리 가축 담당

수의과대학 숫자 역시 많다. 영국 6개, 독일 5개, 프랑스 4개, 호주 5개 등 우리나라보다 동물 수가 훨씬 많은 국가보다 오히려 수의과대학 숫자가 많다.

반려견이 약 1900만 마리, 고양이가 약 1100만 마리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에서 1년에 배출되는 수의사는 약 500명이다. 500명이라는 배출인원이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수의사 배출 수는 매년 500~600명 수준으로 프랑스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다. 그러나 한국의 반려견 숫자는 약 3~400만 마리, 고양이는 약 100만 마리 정도로 프랑스의 1/5~1/1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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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고학년으로 갈수록 반려동물 임상 분야 진출 희망자가 늘고, 연구 및 산업동물 임상 분야 진출 희망자가 감소했다.

수의사 배출 늘린다고 산업동물 임상 분야, 산업 분야 진출 수의사 늘지 않아

수의사 진출 불균형 문제는 처우 개선, 인프라 확보, 교육의 질 향상으로 해결해야

한편, 수의사 배출을 늘린다고 산업동물 임상 분야, 산업계, 방역 분야로 진출하는 수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농촌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다며 1982년 23개였던 의과대학을 41개로 늘렸지만, 오히려 농촌지역 근무 의사 비율은 8.8%에서 4.5%로 감소한 예가 있다(대한의사협회, 2003년).

결국, 수의사 진출 분야 불균형은 수의사 배출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축질병공제제도 시행, 산업동물 임상 교육의 질 향상, 가축방역 조직 확대 및 처우 개선, 장학제도 시행 등을 통해 해당 분야로 진출하는 수의사가 대우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해결될 수 있다.

수의학과 저학년에 비해 수의학과 고학년이 산업동물 분야, 연구 분야로 진출하려는 비율이 적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위 그래프 참고).

이런 진출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이미 대한수의사회의 노력으로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설립, 가축질병공제제도 연구용역 시행, 가축방역 조직 확대 요구 등이 시행되고 있다.

수의학과 신설이 정말 필요한 지 여부는 이러한 수의계의 노력이 진행된 후 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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