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서 키운다고 마냥 건강한 건 아냐’ 동물복지 축산, 질병 관리·생산성 담보돼야

제3차 농장동물복지포럼, 대한수의학회서 개최..소·돼지·닭 고루 조명


6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지속가능한 축산업 발전을 위한 동물복지연구회가 11월 2일(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제3차 농장동물복지포럼을 개최했다. 서울대 장구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주요 축종인 소, 돼지, 닭을 고르게 조명했다.

윤진현 교수는 모돈 분만에 주목했다. 분만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자돈의 압사 위험 등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물복지적인 사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승열 원장은 가금에서 동물복지형 사육이 오히려 질병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더 면밀한 관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하현제 원장은 동물복지를 누리는 ‘평화로운 목장’을 만들기 위해 깔짚부터 위내 센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노력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윤진현 교수, 고승열 원장, 하현제 원장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윤진현 교수는 돼지의 동물복지형 사육을 과학적으로 연구·분석하는 전문가다.

이날 발제에서는 어미돼지(모돈)의 분만에 주목했다. 새끼돼지(자돈)를 낳은 모돈이 분만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압사 등 안전 문제가 덜 일어나도록 모성본능 발현을 뒷받침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돼지농장에서는 2030년부터 임신돈의 군사 사육이 의무화된다. 임신모돈이 몸을 돌리거나 이동할 수 없도록 막는 스톨 사용은 제한한다. 하지만 분만틀(farrowing crate)은 여전히 허용된다. 젖을 먹이기 위해 어린 자돈과 모돈이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데, 모돈의 움직임을 피하지 못한 자돈이 깔려 죽는 등 안전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윤진현 교수는 “유럽은 개방형 자유분만사를 도입하는 등 분만틀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면서 “모돈의 스트레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압사 위험이 커진다. 분만틀을 여는 것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관련 연구 결과”라고 전했다.

최근 국내로도 속속 도입되고 있는 다산성 모돈과 관련된 문제도 지목했다. 산자수가 늘어나다 보니 분만시간이 길어지고, 자돈의 생시체중이 떨어지거나 편차가 커진다. 그렇게 발생한 허약자돈은 폐사 위험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모돈도 늘어난 산자수에 맞게 자궁이나 유선 등이 발달하지 못했다 보니 생리적인 부담이 커진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모성본능 저하와 포유능력 억제, 자돈의 피해로 이어진다.

윤 교수는 “다산성 모돈을 도입했지만 새끼돼지가 많이 죽으면, 동물복지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생산성에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항산화 생균제를 급여하거나, 슬러리 돈사에서도 둥지짓기 유사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야자매트를 제공하는 등 대응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모돈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본능적 행동을 보장하는 동물복지가 자돈 생존율과 농장 성적을 올리는 생산성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횃대 속에도 닭진드기가 숨어 있다

가금수의사인 다란동물병원 고승열 원장은 산란계 농장에 다수 도입된 동물복지형 사육의 이면을 드러냈다.

닭들을 좁은 케이지에서 해방하면 더 건강할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질병에 더 취약할 수 있고, 일부 동물복지형 농장들이 더 커진 관리 부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승열 원장은 “무작정 닭을 풀어 놓으면 동물복지라는 데는 사실 좀 의문이 있다. 평사 사육 농장을 다녀보면 오히려 질병에 더 취약하고 피해도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농장에 깔아주는 왕겨·톱밥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콕시듐증(구포자충증)이나 세균성 장염 문제가 심각해지거나, 고질적인 닭진드기에도 여전히 시달린다. 기존 케이지 구조에 개발된 닭진드기 대응책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고 원장은 “동물복지형 농장에서 질병을 관리하려면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되지만, 여전히 농장에서는 문제를 과소평가하거나 인식이 부족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무항생제, HACCP, 유기농에 동물복지까지 각종 인증이 빚어내는 딜레마도 지적했다. 가령 동물복지형 축산은 기생충이나 질병·부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길 권장하는 반면 무항생제 인증은 실질적인 치료가 어려울만큼 약품 사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계란 판매를 위해 상반되는 인증을 보유하는 농장이 많다 보니 치료가 필요한 순간 의사결정에 제약이 걸린다.

고 원장은 “과거에 유행했던 세균성 질병 등이 다시 문제되는 경우도 생긴다.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항생제 사용등) 치료를 포기하면서 닭 폐사가 크게 늘어나기도 한다”며 이러한 치료 지연과 지속감염 계군의 발생은 가금 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물복지형 사육이 자리 잡으려면 사람은 물론 닭들도 적응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병아리때부터 수직 구조물에 올라가는 행동을 학습할 수 있도록 다단식으로 육성했던 닭들이 동물복지형 농장에 더 잘 적응하고 방란(산란장 이외의 장소에 계란을 낳는 문제)도 훨씬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 원장은 “수의사로서는 ‘안 아프게 만드는 것’이 동물복지의 중요한 요소다.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치료가 가능한 환경이 되면 좋겠다”면서 “동물복지형 사육이 질병을 잘 관리하고, 닭의 행동 측면에서도 방란이나 카니발리즘이 줄어들며 높은 생산성·수익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증명되면 농장은 자연히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동물복지형 축산 환경에의 적응도도 달라질 수 있다.
송영신목장의 실시간 현황을 소개하는 하현제 원장

고려동물병원 하현제 원장은 20년 넘는 경력의 소 임상수의사이면서, A2 저지 우유를 생산하는 ‘송영신목장’을 경영하는 목장주다. 저지(Jersey) 품종으로 전환하기 전 젖소목장으로는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하 원장은 동물복지적인 목장의 모습을 ‘평화로운 목장(trouble-free)’으로 묘사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다.

그 일환으로 송영신목장은 피트모스를 활용한 퇴비화 깔짚 축사(CBP, Compost Bedded Pack barn)를 6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소의 건강과 목장의 존립을 함께 위협하는 분뇨와 악취 문제에서 벗어났다. 질척한 분뇨 위에 지내는 것보다 소의 복지에 좋은 것은 물론이다.

소가 고통을 받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내 센서 기술을 국내에 도입했고, 최근에는 이를 고도화하는 인공지능(AI)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본지 2026년 6월 26일자 “목장에서 AI와 함께 진료하는 수의사, 몇 년 안에 당연한 모습이 될 것” 참고).

하현제 원장은 “소라는 생체가 보내는 신호를 동물복지적인 맥락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분석은 인공지능이 하되, 현장에서 수의사가 직접 확인하고 정보를 라벨링하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젖소에서 동물복지형 축산이 자리잡기 어려운 이유로는 유통과 판로 문제를 꼽았다.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는 우유업체를 통해서만 팔 수 있는데, 주요 업체들이 ‘동물복지 우유’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송영신목장이 A2 저지로 전환하고, 아예 자체적인 유가공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 원장은 “‘동물복지’ 축산을 해야 한다며 목장을 교육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유업체가 소비자 니즈에 맞는 (동물복지) 제품을 판매하려 해야 농가도 따라갈 수 있다”면서 “현재 국내 낙농에서 ‘동물복지’는 수익성과 전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직접 유가공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