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필 칼럼] 다음 아이를 들이기 전, 수의사가 묻는 한 가지
지난 이별의 아쉬움을 새 아이의 돌봄 계획으로 바꾸는 법

“한 마리 더 들여도 될까요?”
아이를 떠나 보내고 시간이 흐르면 보호자들은 이 질문을 들고 진료실을 찾아오신다. 지난 두 편에서는 보내기 전의 결정과 보낸 뒤 보호자들이 꺼내 놓는 말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그 다음 이야기다.
나는 열다섯 살이 넘은 시츄 호동이와 산다. 그래서 이 질문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다시 입양해도 되는지 묻는 말에는 저마다 다른 사정이 담겨 있다.
남은 아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 친구를 데려와야 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다. 나는 첫 책에서 다른 반려동물을 들이는 일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적었다. 그보다 남은 아이의 성향과 건강, 혼자 있을 때 보이는 행동, 보호자가 마련할 수 있는 돌봄을 먼저 살펴야 한다. 외로워 보여 들였다가 오히려 함께 지내기 어려워진 집도 있다. 공격적인 행동이나 두려움이 계속되면 억지로 가까이 두기보다 공간을 나누고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두 아이를 따로 돌봐야 할 가능성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집이 너무 조용해 견딜 수 없다는 분도 있다. 그 마음을 안다. 새 아이에게 위로를 받을 수는 있지만, 새 아이가 슬픔을 없애 주거나 떠난 아이의 자리를 채워 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떠난 아이와 닮은 아이를 찾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생김새가 비슷해도 성격과 습관, 필요한 돌봄은 다르다. 새 아이는 새 아이대로 알아 가야 할 존재다.
반대로 “이제 다시는 못 키우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나는 다시 키우시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그 선택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이렇게 필요한 대화가 저마다 다르기에, 나는 “몇 달 뒤가 좋겠습니다” 하고 시기를 정해 드리기보다 먼저 이렇게 여쭌다.
“지난 아이를 보내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일이 무엇이었나요?”
더 일찍 병원에 데려올 걸, 비용 때문에 망설이지 말 걸, 그날 혼자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대답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다고 해서 그때의 선택이 잘못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일도, 최선을 다해도 바꿀 수 없는 결과도 있다. 이 질문은 지난 선택을 채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돌봄에서 준비할 것을 찾으려는 것이다.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어도 그중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계획으로 옮길 수 있다. 아쉬운 일이 없다는 분께는 가장 잘했다고 느끼는 일을 여쭌다. 잘했던 경험 역시 다음 돌봄의 밑거름이 된다.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 맨 위에 ‘다음 돌봄을 위한 준비’라고 쓰고, 그 아래에 건강관리, 비용, 기록, 시간, 맡길 사람의 다섯 칸을 만든다. 입양을 결정하기 전이라도 적어 볼 수 있다.
더 일찍 알아채고 싶었다는 아쉬움은 건강관리 계획으로 옮긴다. 아픈 신호는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고,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은 매일 보면서도 놓치기 쉽다. 첫 진료 때 나이와 건강 상태에 맞는 검진 간격을 상의해 달력에 적고, 체중과 식사량, 활동량처럼 집에서 남길 기록을 정한다. 평소 기록이 있으면 달라진 점을 비교하기 쉽다. 물론 이상 신호가 보이면 검진 날짜까지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비용 때문에 망설였던 경험은 예산으로 옮긴다. 사료와 일상 관리비, 정기 진료와 예방 관리 비용에 더해, 예상하지 못한 치료비와 나이 들며 늘어날 비용도 형편이 허락하는 만큼 따로 마련한다. 정해 둔 돈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는 없지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는 미리 생각해 둘 수 있다. 형편을 털어놓는 것도 진료실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다.
혼자 결정해야 했던 어려움에는 기록과 상의할 사람을 준비한다. 앞선 글에서 말한 달력처럼 편안했던 날에는 동그라미를, 힘들었던 날에는 세모를 남긴다. 노령기나 만성질환으로 돌봄이 달라질 때는 식사와 잠, 호흡과 움직임의 변화도 짧게 적는다. 이 기록은 결정을 대신하는 점수표가 아니라 담당 수의사와 가족이 아이의 상태를 함께 이야기할 자료다. 밤이나 휴일에 연락할 병원도 미리 알아 둔다.
시간도 살핀다. 지금 여유가 있는지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 해 동안 돌볼 수 있을지 생각한다. 일과 건강, 주거, 가족의 사정이 바뀌었을 때 돌봄을 어떻게 이어 갈지도 미리 그려 둔다.
맡길 사람은 이름만 적어 두지 않는다. 내가 아프거나 오래 집을 비울 때, 또는 아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때 돌봄을 부탁할 사람과 실제로 상의하고 동의와 여건을 확인한다. 아이를 들인 뒤에는 약과 식사, 습관, 다니는 병원과 연락처를 정리해 둔다.
집에 남은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건강과 성향부터 살피고, 나이가 많거나 질환이 있다면 새 동물과의 생활이 부담이 되지 않을지 담당 수의사와 상의한다. 남은 아이의 밥 시간과 산책 시간, 쉬는 자리는 되도록 그대로 지킨다. 고양이는 따로 공간을 마련해 서로의 냄새와 모습에 단계적으로 익숙해지게 하고, 개도 성향에 맞춰 안전하게 만날 방법을 정한다. 친해지는 기한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적다 보면 마음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준비가 드러난다.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한 뒤 입양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들이지 않기로 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다. 한 생명을 끝까지 돌본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맡지 않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여건에 맞춰 봉사나 후원을 택할 수도 있고, 임시보호도 방법이다. 다만 임시보호에도 시간과 비용, 돌봄의 준비가 필요하다. 꼭 집에 데려와야만 사랑인 것은 아니다.
수의사에게도 이 질문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입양을 권하거나 말리기 전에 보호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함께 확인한다. 그 대화는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난 아이를 보내며 마음에 남은 일이 있으신가요?”
아쉬운 일이어도, 잘했다고 느끼는 일이어도 좋다. 지금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서둘러 답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들이는 것도, 들이지 않는 것도 모두 선택이다. 다만 다시 함께하기로 했다면 지난 아이의 삶을 새 아이와 비교하는 기준으로 삼기보다 새 돌봄을 준비하는 데 보탰으면 한다.
위 대답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 하나를 골라 적어 보자. 새 아이를 위한 첫 돌봄 기록은 거기서 시작해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