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장과 여의도를 오가는 수의사 정치인, 사회민주당 송치용 대표


2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한국가금수의사회장으로 재임 중인 송치용 보람동물병원장은 정치인으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평택에서 국회의원에도 도전했고, 경기도의원으로서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민주당 창당을 이끈 송치용 원장은 9월 제2기 사회민주당 전국동시당직선거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는데요, 수의사가 원내정당의 당대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수의사로서 마주치는 현실적 문제들은 물론 교육, 청년 일자리, 주거에 이르기까지 정치적인 해법을 고민하는 송치용 당대표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여의도 사회민주당 사무실에서 만난 송치용 당대표

학창 시절 가정 형편이 무척 어려웠어요. 대학에 가려면 학비 지원이 꼭 필요했죠. 천안북일고 출신인데, 그곳 장학재단이 서울대를 가면 장학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시험을 망쳤죠(웃음).

그래서 당시 수업료를 면제해주던 충남대학교 공업교육대학을 한 학기 다녔는데..결국 다시 재수를 준비했습니다. 형편상 학원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다행히 점수에 맞춰서 진학할 수 있었고, 그게 수의대였습니다.

동물 키우는 건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토끼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보는 것도 좋아했죠.

제가 서울대 수의대에 83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광주 민주화운동을 지나며 학생운동이 한창이었죠.

돌이켜 보면,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는 건 뭔가 타고나는 것 같아요. 옳은 일을 하자고 누가 권유하면 거절을 잘 못하고, 동료나 선배가 맞아서 쓰러지면 분개하고 외면하지 못했죠. 제가 3남1녀의 차남인데, 남매 모두가 학생운동을 했어요. 부모님이 속을 많이 태우셨죠.

소위 ‘언더서클’이라고 하는 핵심에 속해 있었습니다. 1학년 때부터요. 그땐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에 투신하여 제적당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속된 말로 ‘도바리친다’고들 했는데, 유령처럼 사라져 공장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조합 결성 등 노동운동에 나서는 활동이었죠.

그렇게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유령’이 됐습니다. ‘황 모씨’의 이름으로 안양에 있던 한 대기업 하청공장에 위장 취업을 했어요. 학교에서는 미등록으로 제적됐고요. ‘송치용’이라는 학생이 갑자기 사라진 셈입니다.

하지만 오래는 못했어요. 몇 달 지나지 않아 외부활동을 하다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죠. 한밤 중에 안양경찰서로 끌려갔습니다. 그때는 절차고 뭐고 없었어요. 일단 지독하게 맞는 겁니다. 그렇게 1박 2일을 구타당한 후 구치소로 이감됐습니다. 위장 취업 관련 불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저는 초범이라 그래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같이 잡힌 선배는 실형을 살기도 했습니다.

맞아요. 6월 항쟁이 있었죠. 이후 그간 운동하다 제적됐던 학생들의 사면복권이 결정됐습니다. 그렇게 복학해서 졸업했죠. 그때 이미 수의대를 6년제로 다닌 셈입니다(웃음).

어려웠던 집안 형편이 먼저였습니다. 우성사료 기술지원부가 첫 직장이었죠. 위장 취업까지 해가며 노동운동을 하려고 했던 사람을 누가 뽑아주겠나 싶었지만..지금 생각해보면 좀 봐주셨던 거 같아요(웃음). 전국의 가금농가를 대상으로 질병관리·사양관리 교육을 하러 다녔습니다.

그러다 평택·안성 지역의 사료 영업을 맡게 됐어요. 그게 평택과의 인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당시에는 사료 영업이 대한민국 축산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농가가 수익을 더 올려야 사료도 잘 팔리는 거고, ‘농민들을 위한 일이니 농민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임하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죠.

이후 동물약품업체와 대리점을 거쳐 평택에 보람동물병원을 개원했습니다. 그때가 1994년이었어요. 그때부터 가금 진료와 약품만 취급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국내 가금산업, 특히 육계 분야에서는 나름 발전의 산증인이라고 자부합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을 당시 너도나도 닭고기를 외면할 정도로 큰 파동이 있었어요. 가금수의사다 보니 그럴 일은 아니다 싶어 인터넷에 글도 올리고 그랬죠. 지금이야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고병원성 AI가 걸린 닭이 시중에 유통될 일도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요.

그런 활동이 연결되어 연을 만들고, 예전에 학생운동하던 당시 알던 분들도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그러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당시 수원역에 합동분향소를 차리는 일에 참여했고, 그렇게 국민참여당에 발을 들이게 됐어요.

정치할 깜냥도 안 되고, 그럴 의사도 없다고 했지만..연락책이라도 맡아달라는 부탁이 결국 지역위원장으로, 도당위원장으로, 선거 출마로 이어졌습니다(웃음).

2018년 정의당의 경기도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교육위원회 소속으로 교육 분야 의제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기도 했죠.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적발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고, 당시 유치원 업계가 반대하던 ‘온라인 입학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모집일에 맞춰 유치원 앞에서 밤새 줄서야 하는 부모님들의 어려움을 해소해드릴 수 있었어요.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분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노조 결성도 지원하고, 이들 노조들이 교육청 등과 교육환경 및 처우 개선을 협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죠.

정의당에서도 부대표까지 역임했지만, 그냥 머무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뜻을 공유하는 분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었죠. 나름 창당의 주역입니다.

‘사회민주당’이라는 당명은 당원들의 선택으로 정해졌는데요, 저희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을 간명하게 보여줍니다.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지지만..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의회민주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자본의 영향력이 독주하며 양극화의 폐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려는 겁니다. 사회민주당이 집권한다면 북유럽처럼 되는 것이고, 제1야당이 된다면 독일처럼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일자리, 교육, 의료, 주거 등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말 심각해요. 기업은 경력자만 원하고, 나머지는 인공지능(AI)에 맡기려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을 높이는 방향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회가 망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세금을 다소 들이더라도 기업이 청년 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청년이 그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주택 문제도 그래요. 물론 국가가 서울 수도권에 30평 아파트를 다 나눠줄 수는 없겠죠. 그래도 최소한 누울 자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가올 차량 공유시대, 대중교통 이용을 전제로 한 대규모 임대주택을 확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입지에, 용적률 제한을 풀어서라도 집중적으로요.

앞으로 걷힐 초과세수는 최우선적으로 서울 수도권의 주택문제와 청년 일자리 확보에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수의 분야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도 그런 생각을 하죠. 가깝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농해수위 소속 의원실과 소통하면서 고병원성 AI 관련 방역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찾는데 기여했습니다.

산란계를 천만 마리 넘게 살처분하면 계란값이 뛸 수밖에 없는데, 그걸 생산자단체의 담합이라고 문제 삼는 건 잘못이죠.

김제, 평택, 화성, 천안 등 매년 겨울 발생하는 지역에 차단방역 수준이 높고 접종 후 모니터링에 응할 농장의 신청을 받아 고병원성 AI 백신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기만 해도 효과가 클 겁니다.

매번 고병원성 AI 백신을 논의하려고 하면 수입 압박이나 인체감염 위험에 대한 의료계 우려 등이 거론되곤 하는데..의원실과 소통하면서 관련 문제를 제기하니, 질병청과 농식품부가 고병원성 AI 백신 접종을 논의할 협의체가 만들어지게 됐죠.

제가 경기도의원으로 교육위원회 활동을 해보니, 유치원 교사분들도 예산을 확보하거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방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고요. 평시에도 접점을 만들고, 선거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립유치원들이 반대하는 조례를 만들 때 ‘의원님, 그러시다 계란 맞아요’라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진짜 맞으면 나야 좋지’ 하며 웃고 넘어갔지만, 조례안을 공동발의해줄 도의원을 구하는 것부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영향력이 있으면, 정치인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요.

수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의사회원 각자가 지역구에서 자주 찾아가고, 평소는 물론 선거 때도 후원도 적극적으로 하고..그래야 저희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줄 겁니다. 평시에는 아무 접점도 없다가 갑자기 우리가 필요하다고 찾아가려고 하면, 만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요.

전문 분야에서의 이슈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국회의원은 언제나 이슈를 원해요. 국정감사에서도 송곳 같은 질문을 하길 바라고요. 현장의 문제를 좋은 정보로 정확하게 제시하면 도움을 주면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죠.

진보진영의 정당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분열하며 좌초했던 것에 안타까움이 커요. 진보정당이 해주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국민의 기대에 응하지 못하고 있어 죄송하고요.

사회민주당의 힘은 아직 미약하지만, 연대와 연합을 통해 앞으로 진보 정치가 더 강해지는데 분명한 역할을 하겠습니다.

수의사로서도 동물복지를 증진하고, 수의사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는 사회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이번 국감처럼 방역 분야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의 수의사 처우 부족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힘 닿는 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