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 – 홍도에서 찾는 고양이와 철새, 인간의 공존

홍도에서 묻는 공존의 길 - 국경없는 수의사회 김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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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의 길고양이와 철새에 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긴 바다를 건너느라 지친 작은 새가 풀숲에서 쉬다가 고양이에게 사냥당하는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고양이를 진료해 온 수의사로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 장면을 보면서 떠오른 질문은 “고양이냐, 새냐”가 아니었다.

“고양이와 철새,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희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였다.

고양이는 본래 사냥 본능을 가진 동물이다. 반면 철새에게 홍도는 긴 바다를 건넌 뒤 지친 몸을 회복하고 다시 이동하기 위한 중요한 중간기착지다.

고양이가 스스로 배를 타고 홍도에 들어온 것도 아니다. 인간과 함께 섬에 들어와 살아왔고, 적절한 개체군 관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오늘의 갈등이 만들어졌다.

사람으로 인해 만들어진 문제라면, 해결의 책임 역시 사람에게 있다.

홍도에서 고양이가 철새를 사냥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한된 섬 생태계에서는 자유롭게 활동하는 고양이가 야생조류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철새의 죽음과 감소를 고양이라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설명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철새는 이동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서식지 소실, 습지·갯벌의 훼손, 도시와 산업시설 개발, 인공조명, 각종 인공구조물과의 충돌 등 복합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건물 유리창과 유리 외벽, 투명방음벽 등 투명·반사 구조물도 새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는 이러한 투명구조물 충돌로 죽는 야생조류가 연간 약 788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단순 환산하면 전국적으로 약 4초마다 한 마리꼴이다.

따라서 새를 보호한다는 것은 고양이만을 관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철새가 쉬어갈 서식지를 보전하고, 건물 유리창과 투명방음벽의 충돌 위험을 줄이고, 빛 공해와 개발로 인한 서식환경 변화를 개선하는 동시에 고양이에 의한 포식 위험도 함께 줄여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이라면 해법 역시 복합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홍도의 고양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TNR, 즉 포획-중성화-방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개체군 관리 방법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몇십 마리를 중성화하고 방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12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연속된 관리지역에서 70% 이상의 중성화율을 달성했을 때 개체군 감소가 확인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를 홍도에서도 반드시 70%가 정답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도시와 섬은 생태적 조건이 다르고 개체 유입, 번식률, 생존율, 먹이 자원 등의 조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도에서는 홍도에 맞는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전체 개체수를 파악하고 성별, 추정 연령, 건강상태, 중성화 여부와 포획 위치를 기록해야 한다. 새로운 고양이의 유기와 유입을 막고 중성화율과 새끼 출생률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고양이의 행동권과 철새의 주요 휴식·취식 공간이 어디에서 중첩되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조사하고, 중성화하고, 기록하고,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시 관리방법을 수정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TNR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결국 재정과 인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수많은 섬과 넓은 해역을 관리해야 한다. 섬에서 고양이를 조사하고 포획해 수술하고, 회복을 관리한 뒤 다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려면 상당한 전문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언론에 공개된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홍도에서는 2018년 10마리, 2019년 30마리, 2020년 23마리 등 3년 동안 63마리의 길고양이가 중성화됐다.

이 숫자를 놓고 단순히 어느 기관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립공원공단에 모든 책임을 맡기기보다 공공기관의 행정·생태관리 역량과 민간 전문가의 전문성·현장 실행력을 결합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국경없는수의사회가 지속적으로 현장에 참여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6년 8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서부사무소와 함께 시작하는 홍도 길고양이 중성화 의료봉사가 한 번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민관 협력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길고양이와 철새 문제가 나오면 사람들은 쉽게 ‘고양이 편’과 ‘새 편’으로 나뉜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사람도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작했을 것이다. 새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사람 역시 생명을 사랑하기 때문에 현장으로 나간다.

어쩌면 지금의 갈등은 생명을 미워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명을 사랑하면서 생겨난 문제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서로 싸우기보다 함께 해결해야 한다.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은 고양이가 어디에서 살고 번식하는지 알고 있다. 조류를 관찰하는 사람은 철새가 언제 어디에서 쉬고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 알고 있다.

수의사는 고양이의 건강과 번식을 관리할 수 있고, 생태학자와 조류 전문가는 그 관리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수 있다. 국립공원은 장기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수 있으며 주민들은 현장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알려줄 수 있다.

서로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한곳에 모아야 한다.

홍도의 문제는 홍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여러 섬에서 인간과 함께 유입된 고양이와 야생동물의 충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오랫동안 어려운 보전 과제였다.

우리가 이번 활동을 통해 완벽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같은 기준으로 고양이 개체수와 중성화율, 새끼 출생률, 철새 주요지역에서의 고양이 출현, 조류 피해와 주민 민원의 변화를 기록한다면 의미 있는 자료를 축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TNR뿐 아니라 신규 고양이 유입과 유기 방지, 책임 있는 급식관리, 철새 핵심지역의 공간적 보호, 투명구조물 충돌 저감, 서식지 보전 등을 함께 적용하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홍도를 단순한 TNR 사업지가 아니라 ‘섬에서 사람과 고양이, 야생조류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모델 지역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그 경험이 축적된다면 작은 섬 홍도에서 얻은 답이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다른 지역과 다른 나라에도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One Health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의 건강을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생명공동체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모든 생명체의 생명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고양이 한 마리의 생명도, 먼바다를 건너 홍도에 내려앉은 작은 새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하다.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생명의 가치가 같다는 것과 각각의 동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같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과 그 생명이 다른 종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영향을 더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고양이가 철새에게 미치는 영향도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인간이 만든 건물과 투명구조물,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가 철새에게 미치는 영향도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확인된 사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방법이 전체 생명의 희생을 가장 적게 만드는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고양이냐, 새냐”가 아니다.

“고양이와 철새,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희생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다.

고양이도 새도 지금의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

그들을 지금의 환경에서 만나게 한 것도 사람이고, 그들의 서식환경을 변화시킨 것도 사람이다.

그렇다면 해결할 책임 역시 사람에게 있다.

2026년 여름, 국경없는수의사회가 홍도로 향하는 이유는 몇십 마리의 고양이를 수술하고 돌아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조사하고, 중성화하고, 기록하고, 관찰하고, 결과를 평가하면서 어떤 방법이 실제로 고양이와 철새의 희생을 함께 줄일 수 있는지 찾아가기 위해서다.

사랑에서 시작된 갈등이라면 이제 그 사랑을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힘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양이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철새가 안전하게 쉬어가며,

주민의 삶도 존중받는 섬.

완벽한 답을 한 번에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무게가 같다는 원칙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계속 현장에서 답을 찾아간다면, 우리는 조금씩 더 나은 공존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작은 시작을 홍도에서 해보고 싶다.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 김재영

(편집자 주 : (사)국경없는 수의사회는 8월 29~30일(토~일)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신안군 홍도를 찾아 길고양이 중성화수술(TNR) 봉사활동을 펼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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