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화의 시대, 왜 다시 기본인가..수의계에 부는 ‘입문 교육’ 바람

커지는 수의대생·저년차 수의사의 기초교육 수요..‘기본을 배우고 싶다’는 목소리에 주목할 때


12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제1회 KAHA STARTER(카하 스타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수의계가 빠르게 전문화되고 있다. 전문 학회와 연구회가 늘어나고, 수의학 컨퍼런스에서는 새로운 진단기술과 고난도 수술, 첨단 장비를 활용한 진료법이 쉴 새 없이 소개된다.

그런데 최근 그 반대편에서 눈여겨볼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화·고도화의 흐름 속에서 수의대생과 저년차 수의사를 위한 ‘기초교육’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한수의피부과학회(KSVD)가 8월 9일 처음 마련한 ‘임상 입문 아카데미’에는 당초 예상했던 인원의 두 배가 넘는 130여 명이 참석했다. 수의대생과 1년차 수의사 등을 대상으로 피부의 기본 구조부터 병력 청취, 피부검사, 주요 질환의 진단과 치료 등 말 그대로 ‘기본’을 다뤘다.

한국동물병원협회(KAHA)는 지난 2월 21일 수의사 국가시험을 갓 치른 1년차 수의사를 위한 ‘카하 스타터’를 처음 개최했다. ‘예비 임상수의사 입문교육’을 컨셉으로 임상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뿐 아니라 첫 동물병원 선택, 대학원 진학, 연봉 협상 등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수의사가 실제로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동물병원협회는 내년 초에 제2회 카하 스타터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도 나섰다. 고양이수의사회는 9월 13일 ‘Rookie to Feline Clinician’을 주제로 원데이 클래스와 멘토링 &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연다. 일명 KSFM CAT CAMP다. 학부생과 고양이 진료가 낯선 수의사가 대상이다.

경기도수의사회도 오는 10월, 저년차 임상수의사를 대상으로 기초 강의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각 행사의 주최는 다르지만, 행사 기획 의도는 비슷하다. 수의대생, 군 대체복무 중인 수의사, 필드에 막 진입한 수의사들이 가진 ‘기본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런 수요가 커지는 것은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의계의 전문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이러한 간극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늘고 있는 ‘입문 교육’을 단순한 ‘초급용 강의’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수의계의 교육 저변을 넓히고 임상 진입 단계의 간극을 줄이는 중요한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입문 교육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졸업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수의대생과, 신규 수의사의 빠른 적응을 바라는 동물병원의 요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높은 만족도가 확인되고 있다.

수의계가 세분화되고 고도화될수록, 수의대생과 저년차 수의사를 위한 체계적인 입문·기초교육의 필요성도 증가한다. 수의료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려면, 소수의 전문가가 어려운 진료를 얼마나 할 수 있는가만큼, 다수의 수의사가 기본적인 진료를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가장 어렵고 최신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만큼이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 역시 수의학의 발전을 이끄는 소중한 토대가 아닐까?

전문화의 시대, 다시 ‘기본’이 중요해지고 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