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라지면 농업·생태계 재난’ 꿀벌 질병 관리체계 개편해야

정부 지원사업도 자부담 장벽, 진료할 수의사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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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토론회가 7월 7일(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경기 화성시갑)과 대한수의사회, 한국양봉협회, 먹사니즘전국네트워크 동물복지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위기에 처한 양봉산업의 질병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송옥주 의원은 “양봉산업은 밀원 부족, 질병 확산, 농약 오남용 등의 복합 요인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농가의 자체 방역만으로는 질병 유입을 막기 어렵고, 현장의 약제 오남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국가 양봉산업 위기 대응 및 질병관리 체계 구축 정책 토론회가 7월 7일 열렸다.
(사진 : 대한수의사회)

꿀벌은 반경 수 킬로미터를 날아다니며 꿀을 모은다. 다른 양봉장의 벌과 밀원을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병원체가 전파될 위험도 커진다.

2023년부터 2026년 5월까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등록된 꿀벌 질병진단 3,404건 중 바이러스성 질병이 63.7%에 달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그만큼 초기 대응이 더 중요하다. 전염병이 조금 뒤늦게 발견되더라도 살처분과 역학농가 이동제한으로 확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과는 다르다.

한국양봉협회 박근호 회장은 “꿀벌은 특성상 초기에 질병을 진압하지 못하면 막을 길이 없다”면서 현행 방역체계에 문제점을 지목했다.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이동제한·살처분(소각) 명령을 받아도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농가로선 신고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경기도북부동물위생시험소 최옥봉 소장(대한수의사회 공직부회장)도 보상제도 부재로 인한 신고 기피 문제를 지목하며 살처분 보상금 관련 제도 개편을 정책과제 중 하나로 제안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황성철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재난형 가축전염병이 다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원·인력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강력한 살처분과 이동제한을 실시하는 질병은 주로 1종 법정 가축전염병에 국한되는데, 낭충봉아부패병 등 벌의 전염병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목했다. 황 과장은 “예찰, 방역 강화가 필요하다”면서도 꿀벌 질병을 구제역, AI,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재난형 질병과 동일 선상에서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근호 회장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그것이 재난”이라고 반박했다. 벌꿀 생산뿐만 아니라 화분매개를 통해 농작물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겨울철 꿀벌 실종 현상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부도 관련 지원 사업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농가 질병 관리를 돕는 컨설팅 사업을 2024년부터, 전국 질병 현황과 항생제 내성을 능동예찰하는 모니터링 사업을 2025년부터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컨설팅 사업에서 도출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다.

돼지, 가금에서의 컨설팅 사업 구조를 차용하다 보니 자부담 비율이 40%로 책정됐는데, 영세한 양봉농가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컨설팅 자문단으로 참여하는 인력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농가들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최옥봉 소장은 “경기도에서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는 9곳이다. 굉장히 작은 숫자인데 그나마 4농가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컨설팅 사업의 자부담 비율을 낮추고, 향후 민간 거점동물병원을 추진할 때 양봉을 함께 포함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성철 과장은 “봉군 500개 이상의 전업농은 컨설팅 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이분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살펴보겠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을 기반으로 자부담 비율 축소를 포함해 제도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꿀벌을 진료할 전문인력 양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꿀벌 진료 전문가인 정년기 꿀벌동물병원장은 “꿀벌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동물병원이 4개소, 겸업하는 병원이 6개소 있다. 21년 창립한 대한꿀벌수의사회에도 정회원 87명이 활동하고 있다”면서도 “해외와 달리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양봉, 꿀벌 질병에 대한 교육이 없다”고 꼬집었다.

검역본부 조윤상 세균질병과장은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꿀벌 질병에 대한 관리 책무는 수의조직에 부여되어 있다”면서 동물위생시험소, 꿀벌수의사회 회원 등을 대상으로 연 2회 이상 꿀벌질병의 진단·처방·약품관리에 대한 실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과장은 “2~3년 전부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보니 농가가 느끼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꿀벌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는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성철 과장은 “농장동물 분야의 임상수의사를 충분히 교육해 그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면서 양봉 농가가 이용할 수 있는 민간병성감정기관(현재 4개소)의 역량도 키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곤충질병관리사 혹은 꿀벌질병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질병 진단과 정보 공유, 기술 개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검역본부가 꿀벌질병연구센터를 두고 있지만, 그에 필요한 인력 증원은 없었다. 기생충 담당 연구관이 겸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위생시험소도 농가의 상시 진단 요청이나 능동예찰을 담당하지만 수의직 공무원 기피·이탈과 재난형 질병으로 인한 격무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와 관련해 송옥주 의원은 “꿀벌 질병의 체계적 예방과 진단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양봉산업지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농장 간 거래, 종축 보급 과정에서의 질병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거듭됐다.

정년기 원장은 “여왕벌 보급사업을 두고 ‘돈 주고 전국에 퍼진 병을 사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토론 패널로 참여한 축산신문 전우중 부장도 “벌은 농가 간 직거래가 많은데, 질병 검사를 거쳐 양도·양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조치 없이는 (질병 문제가) 앞으로 수십 년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옥봉 소장은 “종계장, 종돈장 등 다른 가축의 종축은 이미 보다 특별하게 질병을 관리하고 있다”며 “‘종봉장’ 역할을 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보다 강화된 질병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는 2021년 대한꿀벌수의사회 창립을 지원하고 곧장 산하단체로 편입했다. 이를 계기로 꿀벌 질병의 예방과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학술 활동을 뒷받침해왔다.

양봉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 기반을 유지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꿀벌 질병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찾은 우연철 회장은 “꿀벌은 단순한 양봉산업의 생산수단이 아니라 우리 농업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공익적 자원”이라며 “수의사들은 양봉 농가를 돕고, 꿀벌 질병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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