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실습후기 공모전 [우수-국내] 경상국립대 유다연


실습 지원 동기
내가 야생동물의 매력에 빠진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나는 야생동물이 좋아 수의대에 왔다기보다는, 수의대에 오고 나서 야생동물이 더 좋아졌다. 어릴 때는 그저 ‘동물’이 좋았다. 길에 지나다니는 누군가의 가족일 반려동물부터, 동물원 속 동물까지.
하지만 수의학을 배울수록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들며 회의감도 느꼈다. 모두 똑같이 살고자 하고 감정을 느끼는 생명인데 반려동물, 산업동물, 실험동물 등의 범주로 묶여 인간이 만든 목적에 따라 키워지고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다.
야생동물도 어떻게 보면 임의로 설정된 범주이지만, 그 범주 속에서는 나름대로 인간의 손에서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조금만 주위로 눈을 돌려 보면 작은 손으로 열심히 땅을 파 식량을 묻어두는 청설모, 봄이 오면 자신의 몸보다도 큰 나뭇가지를 물어다 옮겨 둥지를 짓는 새처럼 자신들만이 가진 본능대로 행동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스럽고 몽글몽글한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하다. 그런 나에게 야생동물을 직접 보고 치료할 기회인 구조센터 실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실습 지원 방법
전북야생동물센터의 경우 여름, 겨울방학 모두 실습생 모집 공고가 올라온다. 빠르면 종강 1달 전부터 공고가 올라오는 듯하다. 나의 경우 데일리벳의 리크루트 학생 실습 페이지에서 확인했다. 겨울은 실습 기간이 4주, 여름은 5주로 한 주 더 길다.
지원 방법은 간단하다. 공고에 있는 실습 지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제공 동의서를 작성한 후 나와 있는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파상풍 예방접종이 필수라고 한다.

어떤 동물이 센터로 들어올까?
겨울은 여름에 비해 구조되거나 입원하는 개체수가 많이 적다고 했다. 주로 한국에서 월동하는 독수리와 같은 철새, 텃새들 중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면역력이 떨어져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개체들이 주로 구조되는 듯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충돌로 안구 손상과 골절 등 외상을 입은 조류, 포식자에게 공격을 당한 동물, 수확이 끝난 농경지에서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다가 농약 중독으로 오는 동물, 농약중독으로 죽은 사체를 주워 먹다가 이차 중독으로 들어오는 맹금류, 개선충으로 털이 빠져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너구리 등이었다.
대부분이 인간 활동에 의한 피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출근하면 가장 먼저 입원한 개체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실습생은 주로 조류 입원장에서 각 개체의 무게를 재고 전날 급여한 먹이를 잘 먹었는지 확인한 뒤 입원 차트에 기입하는 일을 맡는다.
그 후 아침밥과 약을 챙겨준다. 무게를 재기 위해서는 수건이나 담요로 보정해야 했는데 비둘기와 같이 작고 부리가 날카롭지 않은 경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수리부엉이와 같이 크고 발톱과 부리가 날카로운 맹금류의 경우 처음 보정할 때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숙련된 간호사, 재활관리사 선생님께서 옆에서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알려주신 대로만 하면 다칠 일은 없었다.
밥을 스스로 먹지 않는 경우 강제 급여를 해야 하는데, 먹여 줘도 잘 받아먹지 않아 애를 먹은 기억이 있다. 그럴 때마다 ‘밥 잘 먹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하시는 어른들의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구조부터 치료, 방생까지
겨울이 덜 바쁘다고 하지만, 하루에도 수차례씩 센터로 구조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전화받으면 재활관리사 선생님들이 위치와 동물의 상태를 확인한 후 출동한다.
가까우면 좋으련만, 대부분 편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기본이다. 그마저도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한다. 그렇게 운전하시는 모습을 보니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대단했다.
출동한다고 해서 다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 도착해 보면 이미 달아난 경우도 있고, 많은 수가 센터로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이를 DOA(Dead On Arrival)라고 한다.
센터로 무사히 도착한 동물들은 상태를 살핀다. 검사할 수 없는 상태라 판단되면 체온을 유지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잠깐 둔다.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면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체온, 맥박, 호흡수를 측정하고 외상은 없는지, 어떤 점이 이상한지 꼼꼼히 살핀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동물들의 털이 두꺼워져 검사하는 데 조금 더 어렵다고 했다.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기본 검사 외에도 구조 원인이나 상태에 따라 방사선 검사, 안구 검사, 혈액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골절이나 모이주머니 파열 등 수술이 필요한 경우 검사 후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 판단되면 진행한다. 실제로 수술을 참관하기도 했다. 수술까지 필요하지 않다면 입원하여 약물로 치료하며 상태를 관찰한다.
상태가 좋으면 야외 방사장으로 가거나 방생한다. 방사는 최대한 빨리, 구조된 곳과 가까운 곳에 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지 못할 경우 본래의 서식지와 환경이 가장 비슷한 곳을 찾아준다고 한다.

배운 점
어떤 일을 책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해보는 것은 배우고 느끼는 게 정말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야생동물의학은 분류학, 생태학, 진단학에서부터 영상의학, 내과, 외과 할 것 없이 지식을 총동원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만큼의 깊이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야생동물의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발전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개체의 생태학적 특성과 습성을 고려하여 치료는 가능할지라도 방생 후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안락사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었다.
가령 사냥이나 먹이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비둘기, 너구리 등의 경우 신체 부위가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는다고 해도 움직임에 큰 어려움이 없으면 방생하기도 한다. 반면 사냥해야 하는 조류는 시각이 매우 중요해 안구가 비가역적 손상을 입으면 안락사해야 한다.
고라니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 뒷다리 영구 장해가 많고 수술하더라도 성격상 안정을 유지하기 어려워 대부분 안락사된다.
고라니에게는 특히 안타까움이 있다. 고라니는 전 세계적으로는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적색목록에서 취약종이지만, 개체수의 대부분이 한국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해로운 짐승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사람들도 고라니의 죽음에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야생동물의 고통을 줄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조해서 방사하거나 수를 늘리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야생동물구조센터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야생동물에 대해 연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생물종과 서식지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더 활발히 진행되어 그들을 위협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와 함께 보호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제적인 부분도 함께 챙겨야 한다. 아직도 사냥을 위한 불법 올무가 만연하고, 수많은 새의 목숨을 앗아가는 창문에 충돌 방지 패턴 설치 또한 민간 건물에서는 권고일 뿐, 법적 의무가 아니다.
나는 야생동물의학과 생태학적 지식을 겸비한 수의사가 되어 고통받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 동참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실습은 이러한 다짐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겨울 실습은 여름에 비해 개체수가 적어 다양한 동물을 볼 수는 없었지만, 구조센터의 운영 방식이나 치료 및 재활 과정을 배우기에는 더 좋았다.
야생동물은 특히 계절, 환경에 따라 행동 양상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겨울과 여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에는 봄에 태어나 이소 과정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가 많이 구조된다고 하는데, 새끼 동물을 구조하고 포육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이처럼 다채롭고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야생동물 실습의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실습 중간중간에 교수님과 수의사 선생님들의 수준 높은 세미나도 준비되어 있어 도움이 되었다. 또 기회가 되면 탐조나 외부 세미나도 참여할 수 있다. 선생님들 모두가 친절하시고 실습생을 잘 챙겨주시는 분위기라 한 달이라는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단점은 학교 기숙사가 제공되지 않고 주변에 한 달 숙박이 가능한 시설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나는 운 좋게 단기 임대 앱에서 도보 15분 거리의 방을 구했는데, 외부 실습생의 경우 숙박을 해결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나처럼 야생동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전북야생동물센터에서 실습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내가 또 신청하고 싶어 너무 많은 사람이 신청하지 않았으면 할 정도로 나에겐 도움이 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실습 후 큰소쩍새라는 새가 최애 동물이 됐다. 평소 야생동물에 흥미가 없던 사람도 큰소쩍새를 실제로 보면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수업 시간에 조류의 해부학이나 생리학에 대해서는 개, 고양이만큼 자세히 다루지 않는데, 센터에는 조류가 정말 많기 때문에 조류에 대해서 정말 많이 공부하고 배울 수 있다. 이제 눈 감고도 조류의 뼈대를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번씩 교수님께서 하시는 특수동물 외래 진료도 참관할 수 있기 때문에 특수동물에 관심이 있는 학생도 실습해 보면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