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동물병원은 포퓰리즘..공공적인 동물의료 정립부터 법령·예산 선행돼야”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설채현 대변인 대담..6·3 지선으로 뽑힌 민선 9기 지자체·교육청에 정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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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회장 우연철)가 6·3 지방선거로 선출된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교육청들에게 실효성 있는 동물 정책을 제안했다.

광역지자체에 동물 정책을 전담하는 과 단위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중심으로 공직수의사 처우를 개선하고, 농장동물 진료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가 직접 동물병원을 만들겠다는 이른바 ‘공공동물병원’ 공약이 난무한 것을 두고서는 ‘포퓰리즘적인 세금 낭비’라고 꼬집으며, 동물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법령·예산·조직부터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한수의사회 주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을 다시 확대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대한수의사회는 지자체 동물 정책을 제안하는 우연철 회장과 설채현 대변인의 대담을 10일(수)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왼쪽부터) 대한수의사회 설채현 대변인, 우연철 회장

대한수의사회는 각 광역지자체에 동물 정책을 전담하는 과 단위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것을 첫 정책으로 제안했다.

축산 규모가 큰 시도에는 동물방역위생과가 방역·위생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정책을 전담하는 과 단위 부서는 서울특별시(동물보호과), 경기도(반려동물과·동물복지과), 부산광역시(반려동물과)에만 있다. 나머지는 축산과나 동물방역과 산하에 팀 단위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우연철 회장은 “중앙정부에서도 가축은 농식품부, 야생동물은 기후부, 수생동물은 해수부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지방정부에서는 동물 관련 업무가 더욱 분절적으로 수행된다”며 “동물의료, 동물복지, 유기동물 등 동물 관련 정책을 하나로 모아 추진할 수 있는 과 단위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에도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3·6·9’ 정책으로 제안하고 있는 동물위생시험소의 3급 기관화, 수의직 공무원 6급 채용, 수의사 업무수당 월 90만원 상향 모두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우연철 회장은 “수의 행정은 우리나라의 기초 행정이다. 방역도 축산물 안전도 수의사가 담당한다. 그 역할을 하는 공직 수의사에 구멍이 나면 사회의 안전성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공직수의사 처우 개선이) 수의사이니 대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망을 위해 공직으로 수의사들이 들어오게 하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 기반을 다지기 위한 농장 주치의 제도 도입, 공수의 확대 정책도 다뤘다. 농장에서부터 동물 질병을 막고, 위생적인 축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농장동물 수의사의 역할이 줄어들면 그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수의사회의 손을 떠난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의 부활도 건의했다.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 사업은 과거 대한수의사회의 건의로 출발했다. 동물 진료비에 부가세가 신설되면서 해당 세수를 활용한 예산 지원 기회가 생겼는데, 당시 대한수의사회가 동물보호문화축제 개최와 함께 어린이 동물보호·생명존중 교육을 제안했던 것이다.

우연철 회장은 “초기에는 잘 교육된 반려견을 학교에 데리고 가서 어린이들이 청진기로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며 살아있는 생명을 실감하고, 생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끼는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 교육청과 협업해 교안을 함께 제작하는 등 “교육계와 수의계가 잘 콜라보한 교육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후 관련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흐지부지됐다.

설채현 대변인도 “반려동물 문화가 바뀌려면 자라나는 새싹들이 동물에 대한 존중을 가져야 한다. 범죄율을 낮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 “(초등학교 동물보호교육이) 다시 잘 되면 저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 설채현 대변인 대담 영상 중 발췌

수의사회가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동물등록제 내장형 일원화’를 두고서는 답답함도 내비쳤다.

우연철 회장은 “일본도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동물등록제라고 하면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표준”이라며 “그런데도 우리나라만 지금까지 논란이 있다. 10년 넘게 등록방식만을 두고 싸웠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세계 표준인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등록방식을 일단락한 후 그로 인한 문제 보완이나 등록률 제고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데, 등록방식 문제에 대한 논쟁만 반복하다 보니 동물등록제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동물복지종합계획에 내장형 일원화를 제시했음에도 실제로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설채현 대변인은 “제 반려견도 다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등록했다. 예전에 비해 크기도 정말 작아져 거부감도 많이 줄었다”면서 “동물등록제를 이행했을 때 (보호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현재는 등록해서 좋은 건 없고, 나쁜 것만 있다. 그러다 보니 등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거듭된 공공동물병원 공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우연철 회장은 “(현재 거론되는 공공동물병원은) 시장 개인이, 세금을 가지고, 개인표 동물병원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굉장히 포퓰리즘적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세금 낭비로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권역별 공공동물병원 지정을 공약했다. 민주당도 지방선거 공약으로 전국 지자체 공공지정 동물병원(공공동물병원) 확대를 제시했다. “공익형 표준수가를 산정해 공공지정 동물병원에 우선 도입하겠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와 발을 맞췄다.

우 회장은 “공공동물병원이나 표준수가제나 저희들이 보기엔 뜬구름 잡는 공약”이라며 공공적인 동물의료에 대한 철학적인 개념부터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을 ‘개인의 기호’로, 그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보는 시각을 감안해 관련 예산 집행은 굉장히 주저하는 반면 ‘표준수가제’와 같이 강력한 규제부터 앞서 거론한다는 것이다.

설채현 대변인도 “동물병원별로 항목별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같은 진단명이라 하더라도 (개별 환자의) 상태나 기저질환에 따라 검사 항목도, 입원 기간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슬개골 탈구면 (진료비가) 얼마여야 한다’는 식이 된다면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 수의학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수의사회는 동물의료의 공공성을 법률에 담아 선언하고 ‘동물병원 바우처’ 등을 통해 기초적인 예산 지원을 먼저 선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유세 등 재원 문제를 별도로 다루면서도, 펫보험 활성화를 통해 진료비 부담 완화에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우 회장은 “대한수의사회는 공공성을 가진 조직이다. 국민과 동물, 수의사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좀더 좋은 정책,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 수 있도록 수의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협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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