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 민간 역할 늘린 생태계 만들어야..소모성 질병에서 실마리 찾는다

이동식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CVO), 중장기 가축방역 체계 개선 방향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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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이동식 방역정책국장(CVO)이 6월 4일(목)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한국우병학회 제31차 학술대회에서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중심으로 방역체계 개선 방향을 소개했다.

중앙정부의 행정력을 집중해 수평전파를 억제하던 기존의 방역체계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예방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이동식 국장이 제시한 개편 방향의 큰 줄기는 기존의 정부 주도 방역을 민관 협력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다. 방역 업무 수행에서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고, 전문적인 민간 방역 서비스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일이긴 하지만..내 농장에 터지겠어?’라며 방역 개선을 규제로만 받아들이는 농장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모성 질병에 초점을 맞춘다. 소모성 질병이나 재난형 질병이나 어차피 기본적인 방역 원칙은 같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이동식 방역정책국장(CVO)이 6월 4일 한국우병학회 학술대회에서 중장기 가축방역 체계 개편 방향을 소개했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에 이르기까지 해외에서 유입되는 악성 가축전염병의 발생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올해 초에만 구제역, 고병원성 AI, ASF가 동시에 발생했다. 고병원성 AI로 1천만 수가 넘는 산란계가 살처분되며 계란값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ASF는 멧돼지와 관계 없이 오염된 사료를 매개로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이동식 국장은 “이제까지의 방역은 발생농장을 빠르게 살처분하고, (수평 전파로 인한) 추가 확산을 방지하여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일정 부분 효과도 발휘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사후 대응뿐만 아니라 발생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예방이 가능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지목했다.

최초 발생 이후 수평전파로 확산되며 큰 피해를 일으켰던 2010년 구제역 같은 사례가 반복되진 않고 있지만, 원발 발생을 막는 데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백신이 없는 고병원성 AI와 ASF에서 특히 그렇다.

이동식 국장은 “중앙정부 주도의 가축방역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는가를 두고서는 굉장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인 수의사들은 현장에서 이탈하고 있고, 농장장까지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 축산 농장에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방역수칙 준수를 요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민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기간 지속해야 할 방역업무는 민간으로 과감히 이양하고, 방역 업무를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2년여 전부터 민간병성감정기관에 검사 기능을 많이 이관하고 있다”며 “농장에 대한 예찰도 민간 역할을 늘리기 위해 가축방역관과 농장동물병원의 위치를 방역체계 내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수의사들이 모여 방역사업, 응급진료 대응 등을 효율화하는 ‘거점동물병원’ 구상도 그 일환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금농장 상·하차반 등 농장 출입이 잦은 관련 서비스는 물론 이미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는 살처분 작업(가축폐기물처리업) 등 가축방역 관련 전문업종을 늘리겠다는 구상도 전했다.

이동식 국장은 “현재까지는 가축방역과 관련한 전문 민간 서비스는 동물용의약품 정도였지만, 향후에는 수의사가 (농장 방역 관리에) 각종 전문적인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재난형 질병에 매몰되어 있는 방역정책과 농장 규제·지원을 소모성 질병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농식품부는 소와 돼지에서 구성한 민관학 방역협의체를 통해 브루셀라, 결핵,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에 대한 방역대책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식 국장은 “ASF 발생농장은 전체 돼지농장의 1%대 그친다. ASF를 막기 위해 여러 조치를 요구하면 ‘꼭 해야되나, 설마 걸리겠냐’며 규제로 받아들인다”면서 “반면 농장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PRRS, PED의 개선을 위해서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여부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병원체 유입을 막기 위한 차단방역 수칙은 ASF든 PRRS·PED든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소모성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면, 재난형 질병도 억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법정 가축전염병 체계도 개편한다. PRRS와 같은 소모성 질병은 면밀한 현황파악에 기반한 지역적 방역 노력이 필수적인데, 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이동제한을 우려한 농장이 신고를 기피하다 보니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호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이 향후 국회를 통과하면 3종 가축전염병은 농장 이동제한을 실시하지 않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이동식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1-2-3종으로 구성된 법정 가축전염병 체계 자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대응 강화도 주요 과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을 향후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식 국장은 “(농식품부의 가축방역 체계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관심은 분명 있지만 대응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면서도 “인수공통감염병은 비단 축산업 피해와 물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진다면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재원과 역량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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