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 ‘큐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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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주립대 수의과대학

채정병 박사

지금까지의 글들은 각 성장 단계의 염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들을 전반적으로 다뤘다. 이제부터는 성장단계와는 별개로 염소에서 주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몇가지 전염병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중 국내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염소의 “큐열”이라는 질병이다. 큐열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치명적인 잠재력을 지닌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인간과 동물의 보건을 동시에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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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호주 브리즈번의 도축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원인불명의 열병(Query fever)으로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후, 이 질환은 특정 직업군에 국한된 산업 재해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환경성 감염 질환으로 그 역학적 위상이 변화해 왔다(1).

큐열의 원인체인 Coxiella burnetii는 주로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을 주요 병원소로 삼아 순환한다.

이 질병이 역학적으로 감시가 어려운 이유는 감염된 가축이 임상적으로 뚜렷한 전신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으면서도 출산이나 유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병원체를 환경으로 배출한다는 점에 있다.

이렇게 배출된 병원체는 극단적인 환경 저항성을 지닌 포자 유사 형태로 변환되어, 건조한 토양이나 먼지와 결합한 후 바람을 타고 수 킬로미터에서 최대 18km까지 비산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 있다.

큐열의 원인체인 Coxiella burnetii는 그람 음성 간균과 유사한 세포막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일반적인 그람 염색 기법으로는 관찰이 어려운 작고 운동성이 없는 세포 내 기생 구간균(coccobacillus)이다.

이 세균의 생존 전략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숙주 세포 내외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두 가지 형태학적 변이체로 존재하는 이형성 생명주기(biphasic life cycle) [소세포변이체, Small cell variant, SCV; 대세포변이체, Large cell variant, LCV]를 가지는 것이다.

외부 환경에서 생존하고 새로운 숙주 호흡기로 침투하여 감염을 유발하는 형태는 SCV 형태다. 박테리아의 속홀씨(endospore)와 형태적, 기능적으로 매우 유사한 고밀도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자현미경 관찰에 따르면 SCV는 염색질(chromatin)이 고도로 응축되어 있고, 내부 세포막 구조가 복잡하게 침투해 있으며 두꺼운 펩타이드글리칸(peptidoglycan) 층을 형성하고 있어 매우 견고하다고 알려져 있다(2).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대사가 거의 정지된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고열, 극도의 건조 상태, 자외선, 그리고 일상적인 농도 수준의 소독제에 대해 강력한 저항성을 발휘하여 토양이나 진드기 속에서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2).

호흡기를 통해 숙주의 폐포 내로 유입된 SCV 형태의 C. burnetii는 alveolar macrophage나 Monocyte에 의해 포식작용(phagocytosis)으로 세포 내로 끌려들어 간다. 일반적으로 포식세포 작용을 거친 병원체는 산성 가수분해 효소가 가득한 환경에 노출되며 파괴되지만, C. burnetii는 리소좀 융합으로 인해 식포 내부의 pH가 4.5에서 5.0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지는 산성화 환경이 조성되면, LCV로 형태를 전환한다.

LCV는 능동적인 대사와 복제가 가능한 형태로 숙주 내에 자리잡아 단백질을 보내 숙주 세포의 세포 사멸을 지연시켜, 병원체가 안전하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숙주 내에서 충분히 복제된 뒤, 증식을 위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게 되면 병원체는 다시 환경저항성이 강한 SCV로 복귀하며, 세균이 외부로 방출되었을 때 오랜 기간동안 환경에 증식할 수 있게 된다.

염소에서는 유산, 사산, 불임, 태반염 등의 임신과 관련된 증상들이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염소 내 큐열은 증상이 거의 없으며, 감염된 개체에서 가끔 식욕저하, 기력저하를 보일 뿐이다. 이처럼 육안으로 감염을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농장에서 방역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상증상이 주로 임신과 관련된 이유는 감염 양상과도 관련이 있다. 환경에 있던 SCV가 구강을 통해 삼켜지거나 공기로 흡입된 후, 병원체는 체내를 순환하다 임신 개체의 태반과 만나게 되면서 강한 placental tropism을 일으켜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양분 교환의 핵심 구조인 융모막의 영양막세포에 침투하여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된다.

태반 조직 내에서는 LCV의 형태로 증식하여 세포를 팽창시킨 뒤 결과적으로 파괴시킬 뿐만 아니라, 파괴시키지 않더라도 태반 기능을 상실 시키기 때문에 태아로 가는 산소와 혈류 공급이 차단되어 유산과 관련된 많은 질병들을 일으키게 된다.

유산이 되지 않더라도 임신 말기 혹은 출산시에 많은 양의 병원체가 배출된다. 유산 없이 새끼를 출산하더라도 태반과 양수를 통해 병원체가 전파된다. 그 외에도 우유, 소변, 분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병원체의 전파도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닌 “출산”을 기점으로 출산 이후에 병원체의 전파가 이루어진다고 보고되었다(3).

표1. 큐열 인체 감염 환자들의 직업군(4)

국내 대규모 인체 큐열 감염사례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충북 염소 농장에서의 연구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충북에서 지속적인 염소농장 내 유산으로 인해 검사한 결과, 농장 내의 총 77마리의 염소 중 63마리(81.8%)에서 양성이 보고됐다. 그 농장주의 가족과 농장에 방문했던 수의 관련 직원 16명 중 9명이 큐열에 확진됐다(4).

큐열은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제3급 법정감염병이다. 역학조사 결과, 사람에서의 큐열 감염은 동물과 관련된 직종에서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표1). 축산업, 동물 방역 직종의 비중이 44%에 달해 최우선 위험군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인 야외 농작업이나 단순 식육 가공에 종사하는 인력에서도 38%나 발병했다.

뿐만 아니라 전남대학교 유대성 교수팀이 국내 소·염소 사육두수와 인체 큐열 감염과의 관련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소와는 달리 염소 사육 두수와 인체감염의 유의적 연관이 보고됐다(표2). 이를 통해 국내에서 염소가 공중보건학적으로 큐열 전파에 중요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6).

표2. 국내 인체 큐열 감염의 지역별 일일 발생률과 염소 및 소 개체군 분포 간의 지리적 연관성(6)

큐열이 관리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진단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치료도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된 가축에는 고용량의 옥시테트라사이클린을 투여하도록 되어있지만, 치료 후에도 체내에서 균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되고 있다(7). 농장 환경 역시 소독 후에도 축사 내 먼지나 벽면, 토양에서 큐열균의 DNA에 지속적으로 검출되기 때문에 한번 노출된 농장에서 큐열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치료보단 농장의 차단 방역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Q fever herd management plan을 제안하여 정부 수의사들과 현장 수의사들이 함께 관리하는 방법으로 큐열을 관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 상세한 동물 기록 관리, 방제 및 검사 전략, 그리고 공중보건 당국 및 수의 당국에 대한 신고 의무 등을 강조하고 있다(8)(그림1).

제안된 큐열 herd 관리 프로그램(8)을 근거로 한 등록 서류. 큐열과 관련된 농장 관리 체계 및 보고체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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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열은 단순한 가축의 질병을 넘어 지역 사회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중요한 환경성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특히 국내 역학 연구에 따르면 소와 달리 염소의 사육 두수가 인체 큐열 감염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어, 염소가 공중보건학적으로 큐열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큐열은 감염된 가축의 치료가 까다로우며, 치료 후에도 체내에서 균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렵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소독 후에도 원인균이 축사 환경에 장기간 잔존하기 때문에, 한 번 병원체에 노출된 농장에서 큐열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감염 발생 후의 사후 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예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현장 수의사와 정부 당국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도입하고, 철저한 농장 단위의 차단 방역과 선제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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