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병리학에서 디지털 병리학까지: AI 속 수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탐구하다

2026 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국내] 건국대 기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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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실습후기 공모전 [최우수-국내] 건국대 기남균

2025년 여름, 서울아산병원 비교병리연구실에서의 실습은 저에게 ‘병리학’이라는 학문의 매력을 일깨워준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현미경 너머의 조직 세계를 탐구하며 질병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에 매료되었지만, 동시에 숙련된 병리학자가 되기까지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와 숙련도의 장벽을 실감했습니다.

이 고민은 학우들의 조직학 학습을 돕는 AI 기반 도구 ‘HiNT’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김강혁, 스마트ICT융합공학과 김민재, 컴퓨터공학과 전건호 학생과 팀을 이루어 ‘성신의와 함께 세상의 발전을 실현시키는 건국대학교 학술공모전’에 참가했고, 대상을 수상하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Pathology AI를 교육 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 및 연구 현장에서 검증하고 고도화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 인프라를 갖춘 서울대학교 BMI 연구실에 직접 연락하여, 인턴으로 합류하여 디지털 병리학의 최전선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비교병리연구실 실습을 통해 마우스, 랫드 등 실험동물부터 대동물에 이르기까지 종별 조직학적/병리학적 차이를 분석하며 병리학적 기초 체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질병 모델의 표현형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의사가 연구 생태계에서 수행해야 할 독보적인 역할을 배웠습니다.

HiNT – UI 기본 화면, AI분석 이미지 출력 화면, 원본 이미지 분석 화면

조직학이란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나 조직 단위의 구조물을 관찰하는 학문입니다. 병리학은 조직학을 기반으로 정상 조직과 표본을 비교하여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학문입니다.

병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병리 진단은 개체에 발생한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하는데 중요한 소견이 됩니다. 때문에 수의학에 있어 중요한 학문 분야 중 하나입니다.

조직학과 병리학을 공부하다 보면 판독 과정이 주관적인 해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세포나 구조물은 특수 염색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죠.

막연히 수의대생을 위한 ‘콴다’(수학문제 사진을 찍으면 그 풀이와 답을 알려주는 앱)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저희는 조직학과 병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조수(copilot)’처럼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AI 모델의 개발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공모전 팀원

공모전을 시작하며 가장 큰 난관은 주제 설정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종간 차이가 큰 피부 조직을 목표로 했으나, 아산병원 실습 당시 박사님의 조언을 통해 교육과 실무 모두에서 범용성이 높은 ‘간 조직’으로 과감히 선회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의 목적은 나의 흥미 뿐만 아니라 ‘연구의 실현 가능성’과 ‘사용자의 실질적 필요’에 맞춰야 함을 배웠습니다.

주제 선정 이후 겪었던 어려움은 데이터 수집이었습니다.

현재 조직학/병리학 실무에서 Whole Slide Image(WSI) scanner를 통해 조직 슬라이드 전체를 스캔해서 컴퓨터로 관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건국대 수의대 조직학교실 이순신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조직학 실습에서 사용하는 조직 슬라이드를 스캔하여 그 WSI Image들을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WSI Image의 어마어마한 용량 때문에 컴퓨터가 과열되어 멈추려 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최적화 방안을 고민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와 김강혁 팀원이 주로 맡았던 업무는 스캔한 간 조직 사진에서 각 구조물들을 QuPath라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주석처리(annotation)를 진행하고 이를 김민재·전건호 팀원에게 전달해 모델이 정답지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진행하다 보니 저희 눈에도 헷갈리는 구조물들이 꽤 있었습니다. 잘못된 구조물이 하나라도 들어가게 될 경우 모델의 정확도가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잘못된 구조물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서로 주석처리한 결과물을 교차검증하고 박사님들께 검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AI 모듈 및 프로그램 개발 전 주석 처리만 3~4주가 소요됐습니다.

AI 모델 아키텍쳐

공모전을 진행하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어떻게 하면 AI가 수의학도의 눈을 닮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단순히 이미지 전체를 분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배율에서 고배율로 넘어가는 실제 판독 프로세스를 모방하기 위해 계층적 세그멘테이션(Hierarchical Segmentation)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ResNet34를 이용해 간 소엽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EfficientNet-B4로 세부적인 병변을 잡아내는 이중 구조를 설계하며 기술적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Hugging Face와 FastAPI를 연동해 학생들이 모바일로도 손쉽게 판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며, ‘사용자 중심의 수의학 도구’가 가진 가치를 배웠습니다.

성신의 학술공모전 대상 수상

학술 공모전에서 구축한 모델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BMI 랩 인턴십을 통해 ‘디지털 병리학’이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습니다.

학부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알고리즘들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최적화되고, 임상적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는지 지켜보며 수의 AI 전문가가 갖춰야 할 태도를 익혔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루기 힘든 Whole Slide Image(WSI)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며, 사람의 라벨링(Annotation)을 통한 학습 뿐만 아니라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데이터를 활용한 멀티 모달 분석이나 다중 인스턴스 학습(MIL) 등 모델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체 의학 분야의 선진적인 AI 파이프라인을 경험하며, 이를 수의학에 어떻게 이식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잘 맞히는 AI’가 아니라, 병리학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AI(xAI)’를 만들기 위한 통계적 검증과 최적화 과정을 거치며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활동들을 거치며 “AI는 수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의 진단 근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최고의 청진기’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학술 공모전을 통해 ‘가능성’을 보았다면, BMI 랩 활동을 통해서는 그 ‘실현 방법’을 찾았습니다.

종 간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내야 하는 수의 병리 분야에서, 데이터 큐레이션과 도메인 지식을 갖춘 수의학도가 직접 AI 모델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병리학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기초-응용-심화로 이어지는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의사와 공학자들이 협업하여 의학 지식을 공학적 언어로 번역하는 소통 역량을 기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론으로만 배우던 딥러닝 모델들이 실제 병리 슬라이드 위에서 어떻게 구동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그 어떤 강의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학술 공모전과 인턴십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장벽에 부딪힐 때가 많았습니다. 공학적 베이스가 없는 수의학도에게는 초기에 상당한 학습량이 요구된다는 점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병리 판독 및 데이터 라벨링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최신 논문을 팔로업하고 코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시행착오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교과서 속 지식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왜 수의학에는 이런 도구가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우들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본인이 가진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관련 공모전을 디딤돌 삼아 전문 연구실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임상 진료 현장을 넘어 수의학 데이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은 학우들에게도 추천합니다.

특히 AI나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지만, 수의학도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연구실 인턴십을 통해 본인만의 독보적인 무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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