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펫숍·동물생산업은 되는데 민간 동물보호소는 안 된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지지부진에 추가 유예 예고..100마리 초과 대형 보호소는 ‘동물보호법 위반’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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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동물보호시설 합법화를 위한 신고 기간이 2029년까지로 추가 유예된다. 입지, 건축 관련 규정에 대한 위반사항을 해소하기 어려워 신고가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번 유예는 100마리 이하의 소규모 민간동물보호시설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101~400마리 규모의 대형 보호소들은 이달까지로 예정된 신고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불법 시설이 될 처지에 놓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규모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 기한을 유예하는 동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4월 1일(수) 입법예고했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자료사진. 본문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는 2023년 4월 시행된 전부개정 동물보호법에 도입됐다. 애니멀 호딩 등 민간 보호소라는 명목으로 동물학대가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려면 우선 양성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마리 이상을 보호하는 민간동물보호시설은 동물보호법에 따른 시설·운영기준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는 신고된 민간동물보호시설을 매년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민간동물보호시설에는 폐쇄 명령도 내려질 수 있다. 미신고 시설 운영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신고제는 보호소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2025년 4월 26일까지 400마리 이상의 보호소에 우선 적용됐다. 2025년 4월 27일부터는 101~400마리 규모의 보호소에 적용돼 1년여 간 신고를 받고 있다. 2026년 4월 27일부터는 20~100마리 규모의 소형 보호소까지 확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고는 지지부진하다. 2023년 농식품부가 파악한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전국적으로 102개소다. 이중 2025년 9월까지 신고를 접수한 곳은 17개소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어려움이 예고됐다. 제도 도입 당시부터 이들 민간동물보호시설의 80%가 입지·건축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에 그치는 신고현황에 비추어 보면 이 같은 문제 대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셈이다.

수의사회 봉사단은 물론 국회의원이나 연예인들이 종종 찾는 유명 민간보호소들 조차 신고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농식품부가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100마리 미만 소형 보호소는 3년의 유예를 추가로 얻지만, 101~400마리 규모의 대형 보호소들은 당장 불법 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입지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개발제한구역이나 농업진흥구역에 위치한 기존 보호소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한 이전해야 하는데, 100마리가 넘는 대형 보호소는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다수의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이다 보니 주변 민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그린벨트도 농지도 아닌 곳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기도 어렵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찾은 행강 보호소. 이곳도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용인에서 200마리 규모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박운선 (사)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는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행 과정에서는 기존 보호시설이 없어지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신고제 운영의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기존에 운영되어 온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신고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허덕이는 반면 그나마 신고된 17개소 중 6개 이상이 보호소로 둔갑한 동물판매업소, 일명 ‘신종펫숍’이라는 것이다(본지 2025년 11월 5일자 ‘보호소인 척’ 보호자 기만도 심각한데..신종펫샵,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 참고).

농지 문제도 오히려 경제적 목적으로 개를 번식해 유통하는 동물생산업은 허용하는 반면 개를 보호하는 민간동물보호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은 농지법 위반 시설에 해당하는 민간동물보호시설도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근거규정을 마련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2월 대표발의한 바 있다.

박운선 대표는 “기존에 운영되어 오던 보호소는 우선 신고를 받아주고, (입지·건축 등) 동물보호법이 아닌 다른 법령 상의 위반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해소해나갈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간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학대받은 동물과 유기동물들을 구조·보호해 온 민간동물보호시설이 다른 법도 아닌 ‘동물보호법’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달란 얘기다. 민간 동물보호단체의 근간이 흔들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101~400마리 규모의 보호소는) 이미 2025년에 경과조치가 종료해 다시 유예하기는 법적으로 어렵다”면서 “관련 이행계획을 받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가 13일(월) 오후 1시 농식품부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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