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수액세트 품절 현실화”, 동물병원도 덮친 ‘전쟁 여파’

정부 대책 논의에 빠진 동물병원...대한수의사회, 각 부처에 협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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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여파로 촉발된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공급 차질이 동물병원까지 직격하고 있다.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 필수 의료소모품이 품절되거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선 수의사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 주사기와 주삿바늘 가격이 15~20% 인상되고, 일부 품목은 구매 제한이나 주문 취소까지 발생하는 등 공급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나프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부 업체는 최대 30%까지 공급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의료소모품이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료에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가격도 문제지만, 아예 주문을 할 수 없다. 1~2주 안에 물품이 소진될 것 같은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 동물병원 원장의 말이다.

그런데 정부 대응 체계에 동물병원은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주요 보건의약단체 중심으로 협의가 이뤄지면서, 동물병원은 정책 논의에서 사실상 제외된 상태다.

보건의약단체 의료제품 수급안정 2차 회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주재했다.

정부는 최근 필수 의료소모품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특히, 복지부와 식약처는 정은경 장관, 오유경 처장이 직접 이 문제를 챙기고 있다.

4월 2일(목)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부 세 부처는 의약품 제조업체를 방문한 뒤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수액제 포장재 공급상황을 점검하고 지원 사항을 논의했다. 레진 보건의료용 우선 공급 지도, 소량포장 의무 완화를 포함한 적극행정 신속 추진, 나프타 추경 등 원가 상승을 보완할 수 있는 재정지원 등의 대책이 나왔다.

4월 6일(월)에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의료제품 수급불안정 해소를 위한 회의를 주재했다. 3월 31일에 이은 2차 회의였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협회가 1차 회의와 2차 회의에 참여했다. 수의사 단체는 1~2차 회의에 모두 제외됐다.

이들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와 함께 의료제품 수급상황, 정부 차원의 대응계획, 보건의약단체 협조사항 등을 논의했다.

특히, 수액제 포장재, 수액세트, 점안제 포장재, 주사기, 주사침, 혈액투석제통 6개 제품을 집중 관리 물품으로 정하고, 생산 및 공급 상황을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집중관리 품목의 선점 사재기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고센터(심평원)를 운영하고 각 단체별 자율규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위반행위 발생 시 정부가 즉시 개입하여 행정지도를 시행한다. 또한, 치료 재료의 경우 최근 환율 상승을 반영해 건강보험 수가를 상향 조정하여 의약계의 부담을 완화한다.

각 단체도 불안 심리로 인한 과다구매(사재기), 매점매석 등의 행위를 근절하고 진료와 조제 전 과정에 걸쳐 의료제품 및 소모품의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세 부처는 같은 날 주사기·주사침 제조업체 4개소, 포장재 업체 1개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원자재의 안정공급 방안 마련 ▲대체 원자재 변경 시 변경 허가·심사의 신속한 처리 ▲원가 상승을 고려한 적정 수가 산정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8일(수)에는 중소벤처기업부까지 4개 부처가 수액세트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을 방문해 원재료 수급 및 제조 상황을 파악하고, 산업계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수액세트 등 의료기기의 변경 허가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산업통상부 등과 협력하여 나프타 우선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4월 6일 주사기 및 주사침 제조 현장을 방문했다.

대한수의사회도 대응에 나섰다.

대한수의사회는 최근 “정부 차원에서 의료제품의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으나 동물의료 분야는 관련 논의에 포함되지 못해 수의사의 진료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동물병원에 필요한 방역·의료 제품 공급에 차질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주요 정부 부처에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받은 농림축산식품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수의사회는 또한, 7일(화) 각 시·도 지부, 산하단체, 수의과대학에 공문을 보내고, 의료제품 수급 불안정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수의사회는 “회원 여러분께서 겪고 계신 의료제품 수급의 어려움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주요 관계 부처에 방역·의료제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응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니, 회원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주사기 등 의료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동물병원은 대한수의사회 수의정책팀으로 품목과 수급제한 상황을 제보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의료제품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사람과 동물 의료현장에서 동일한 주사기, 주사침, 수액세트 등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동물은 관련 정책 논의에서 배제된 것이다.

심지어, 동물의료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위기 상황에 더욱 취약하다. 당장 정부의 ‘건강보험 수가 상향 대책’은 동물병원 입장에서는 ‘못 먹는 감’이다.

수의계 내부에서는 “같은 의료제품을 사용하는데 정책 대응에서는 제외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최소한 협의체 참여나 별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1인 동물병원 원장은 “주사기 하나, 수액세트 하나는 모든 진료의 기본”이라며 “공급이 흔들리면 동물진료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의료소모품 수급안정 대책을 본격 가동한 가운데, 동물병원도 정책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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