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수의사 동물 안락사 무혐의 처분..정말 문제없었을까?

자가진료를 허용하는 사회에서 동물의 생명은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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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동물장례식장(동물장묘업)에서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썩시팜을 이용해 38마리의 동물을 안락사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가 관련자 2명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됐지만, 최근 울산지방검찰청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

특히 검찰청은 ‘수의사가 아님에도 썩시팜을 이용하여 동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행위는 수의사법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동물을 진료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검찰청의 판단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약물을 주사해 여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단순히 한 사건의 종결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분명하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안락사를 시행했음에도 처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법 또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인도적인 처리는 수의사가 수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안락사는 단순한 ‘처리 행위’가 아니다.

동물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며, 생명의 마지막 순간을 책임지는 엄연한 의료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판단은 비전문가가 약물을 투여해 동물이 죽음에 이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는 단순한 법 조항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여전히 사람이 임의로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한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동물 자가진료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강아지공장에서 비전문가가 커터칼을 이용해 강아지 제왕절개를 시행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 이후 자가진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현장에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주사를 놓고, 약물을 투여하며, 심지어 동물의 생사를 결정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자가진료는 비용이나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동물이 겪는 고통을 가볍게 여기고, 죽음에 대한 책임을 흐리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안락사처럼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비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졌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이번 검찰청의 판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비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진 안락사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 동물의 생명은 사실상 법의 보호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결과적으로는 동물의 죽음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분명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동물을 사람이 임의로 생사를 결정해도 되는 대상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 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생명으로 인정할 것인지 말이다.

비수의사에 의한 안락사에 대한 무혐의 판단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동시에 자가진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묵인해 온 사회적 관행 역시 함께 바뀌어야 한다.

자가진료가 계속되는 한, 동물복지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반려동물을 좋을 때는 가족이라 부르면서, 불편해지거나 귀찮아지면 물건처럼 취급해 ‘처분’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가 아니라, 끝까지 보호해야 할 생명으로 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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