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듣던 수의대생, 정책의 주체로 나아간다’ 교육·복지·재난 구호 화두 던져

수대협, 2026 동물정책토론회 성료..“학생들 목소리가 제도 변화 마중물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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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회장 이은찬, 이하 수대협)가 주최한 ‘2026 동물정책토론회’가 1월 11일(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바이오노트홀에서 열렸다.

수의대생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고 관련 담론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학생과 전문가가 정책 현안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과 이재명 서기관의 정책 기조 소개를 시작으로 전문가 강연, 학생 발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김용상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전무이사는 ‘원헬스 정책에서 수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전무이사는 정책을 “공익 달성을 위한 정부의 장기적 행동 지침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 노력”으로 정의하면서 수의 정책의 핵심 요건으로 ▲과학적 타당성 ▲투명성 ▲공정성을 꼽았다.

럼피스킨 국내 발생 이전에 위험도를 평가해 백신을 선제적으로 비축하고, 실제 발생 후 빠르게 활용한 사례를 들면서 증거 기반 의사결정과 열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신종 인수공통감염병과 항생제 내성(AMR) 문제를 지목했다. 수의학이 인류와 환경의 미래를 좌우하는 ‘원헬스(One Health)의 최전선’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김용상 전무이사는 “인수공통질병은 원천 단계에서의 통제가 핵심”이라며 “원헬스에 특화된 수의사의 존재 가치가 사회적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래의 수의사에게는 전문성은 물론, 보호자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연민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헌신이 요구된다”며 “임상, 연구 등 각자의 위치에서 원헬스 시각을 구체화해 사회에 기여하는 보람된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왼쪽부터) 김용상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전무이사,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동물복지와 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동물복지는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과학적 개념”임을 강조했다. 정책에는 과학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한국은 아직 동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믿음이 정책의 동력을 만드는 것에 대비해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동물 정책의 수립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정책이 ▲개인의 인식 ▲제도적 시행 ▲공론화(여론)라는 세 요소의 유기적 상호작용으로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거나 강자를 통제해야 할 경우, 법과 제도가 문화를 선도하기도 한다”며 시민의 인식이 제도를 따라가는 현상을 짚었다.

다만 한국 사회가 여전히 과학적 근거보다는 감정이나 이윤 논리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는 점은 한계로 함께 지적했다.

최 대표는 “동물복지는 선언적 권리를 넘어 행정의 기준이 되는 ‘의무’여야 한다”며, 동물이 있는 모든 현장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복지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산업 육성의 수단이었던 동물복지가 이제는 ‘산업 규제’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동물과 관련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수의사는 직업적 정체성 안에서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둘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학과 동물복지가 다른 학문 영역인만큼 수의사가 동물복지의 전문가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동물의 복지와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직으로서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채림 국원의 발제와 남상섭 교수의 조언

2부는 수대협 교육정책국 학생들이 직접 발제에 나섰다. 수의학 교육, 동물복지 정책, 재난 상황에서의 동물 구호를 주제로 학생들이 발제하고 남상섭 한국수의교육학회장, 한진수 건국대 명예교수, 김재영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가 전문가 의견을 덧붙였다.

첫 주자인 김채림 국원은 ‘신뢰할 수 있는 수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을 주제로, 교육 현장의 구조적 모순을 짚었다.

김채림 학생은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강조하는 ‘졸업 후 즉시 수행 가능한 역량(Day 1 Competency)’을 달성하는데 현재의 ‘관찰 위주’ 교육이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론과 실무의 괴리가 커 면허 취득 후 다시 일을 배워야 하는 실정”이라며 실무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교육 문제의 원인을 ‘불균형’과 ‘구조적 한계’로 나누어 진단했다. 학생 간 배움의 질 차이를 만드는 교육 불균형이 대학별 교육 인프라 격차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전임 교원 부족 ▲대학 동물병원의 모호한 법적 지위 ▲공공·연구 분야의 인력 체계 취약성이 수의학 발전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특히 대학 동물병원이 교육기관이 아닌 ‘수익기관’으로 취급받아 수익이 재투자되지 못하는 현실은 교육 환경 낙후의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채림 학생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①대학 동물병원의 ‘교육연수병원’ 법적 지위 확립 ②임상실기센터 의무화 등 임상 역량 중심의 교육 체계 구축 ③전임 교원 확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인력 양성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육 인프라와 제도의 근본적 전환을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의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교육의 변화는 결국 평가 방식에서 시작된다”며 국가시험위원회의 구조 개편과 수의학교육 인증평가 법제화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또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정책적 대안을 고민하는 모습에서 수의계의 희망을 본다”며 격려를 보냈다.

유채현 국장의 발제와 한진수 교수의 조언

이어 유채현 국장은 ‘동물복지 정책의 실현 조건: 교육과 제도’를 주제로, 동물복지 교육이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유채현 학생은 우선 동물복지의 위상 변화를 짚었다. ‘원헬스·원웰페어’의 국제적 흐름 속에서 동물복지는 단순한 선언적 가치를 넘어 수의사의 필수적인 정책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수의대 중 ‘동물보호소의학’ 개설 대학은 단 3곳에 불과하며, 통증·행동·윤리에 대한 교육이 분절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임상 현장에서 통합적인 동물복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본역량’과 ‘전문역량’의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제안했다.

▲기본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파편화된 ‘복지-통증-행동’을 공통 언어로 통합하고, 임상 의사결정과 연계된 실습형 윤리 교육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역량 측면에서는 학부에서 연구, 현장으로 이어지는 커리어 경로를 확립하고, ‘수의과대학 부설 동물복지연구소’ 설립과 동물복지 전문의 제도 도입을 통해 체계적인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채현 학생은 “동물복지 교육은 여유가 있을 때 추가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임상과 공공 현장의 불확실성을 보완하는 ‘안전장치(Safety net)’”라고 정의하며 교육과 제도의 결합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건국대 한진수 교수는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제고만큼 중요한 것은 후배 수의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 마련”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제도적 뒷받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주저 없이 동물복지 분야로 진출해 줄 것을 독려했다.

김나연 국원의 발제와 김재영 대표의 조언

마지막 발제자인 김나연 국원은 ‘구조·보호동물 정책과 수의계의 역할’을 주제로, 국가 재난관리 체계 내에 방치된 동물 구호의 사각지대를 조명했다.

김나연 학생은 현재의 동물 구호가 민간의 ‘자발적 봉사’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공적 책임과 전문성이 담보된 ‘국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률상 구호 대상에서 동물이 배제된 점 ▲대피소 내 반려동물 출입 금지 등 대피 단계의 제도적 차단 ▲구조·치료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 부재로 인해 정당한 구호 활동을 한 수의사가 법적인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다 보니 전문가의 현장 개입을 오히려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법적 안전망’과 ‘통합 대응 체계’를 제시했다.

반려동물, 가축 등을 구호의 대상에 포함하며 구조 및 응급 치료에 대한 면책 조항을 명문화하고, 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와 필수 물자를 사전에 비축하는 표준 프로토콜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나연 학생은 “수의사는 재난 현장의 사후 진료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재난 대응의 기획자’이자 정책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수의대생들이 미래 전문가로서 공중보건과 재난 정책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이에 국경없는수의사회 김재영 대표가 현장의 경험을 더했다. 그는 지난 경북 산불 당시의 혼선을 언급하며 ‘재난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지자체 협력 미흡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제도의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법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기성 수의사 집단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재명 서기관과 남상섭·한진수 교수, 김재영 대표, 조영광 수의미래연구소 대표, 이은찬 회장이 패널로 나섰다.

현장의 화두는 단연 ‘실습’과 ‘제도’였다.

먼저 ‘더 많은 실습 기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해 남상섭 교수는 제도의 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3주기 수의학 교육 인증평가에 ‘학생 의견 반영’ 항목이 새로 생겼다”며, 학생들이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학교에 당당히 요구할 것을 주문했다.

임상 실습을 보장하기 위한 ‘예비 면허(Student Doctor)’ 도입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남 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국내 대학 동물병원의 케이스가 부족해 당장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광 대표 역시 “학생의 배울 권리만큼 환자인 동물의 안전도 중요하다”며, 교육 욕구와 생명 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정책 분야에서는 ‘전문의 제도’와 ‘동물복지진흥원’ 이슈가 주목받았다.

이재명 서기관은 “전문의 제도 법제화는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전문 과목은 의료계처럼 별도의 기구를 꾸려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이 부족해 동물보호 업무가 마비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2028년 설립을 목표로 농식품부 산하 ‘동물복지진흥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 현장에서 수의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김재영 대표는 “재난 구호에 참여하는 수의사에게 연수 교육 시간 인정 같은 실질적인 혜택을 줘서 참여를 이끌어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 서기관은 “지원을 늘리려면 무엇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개정안(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이 통과되어야 한다”며 법적 지위 변화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토론의 마무리는 한진수 교수가 던진 ‘수의 사회복지(Veterinary Social Work)’라는 새로운 키워드였다. 그는 “동물을 돌보는 수의사의 마음이 다치면, 결국 동물도 제대로 돌볼 수 없다”며, 수의사가 겪는 ‘도덕적 상처(Moral Injury)’를 치유하고 직업적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동물복지의 시작점이라고 역설했다.

김민지 기자 jenny030705@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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