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범죄자 동물 키울 수 없도록..사육금지제도 도입 가시화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명령하는 1~5년 사육금지명령, 보호관찰과 연계 청사진
동물학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이하 사육금지제도)’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K-농정협의체를 통해 사육금지제도 도입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대한 동물학대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자에 대해 검사가 사육금지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이 판단해 1~5년의 사육금지명령을 내리고, 금지명령을 받은 당사자가 실제로 동물을 키우지 않는지는 아동학대·성범죄 등에 대한 보호관찰에 준해 관리하는 형태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윤준병 국회의원,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9일(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동물학대자 사육금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장을 찾은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주제로 국회토론회를 여러 차례 했다. 토론이 부족해서 제도가 변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라며 내년에는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했다.

사육금지제도 청사진
검사 청구로 법원이 1~5년 금지명령
보호관찰로 이행 점검
발제에 나선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K-농정협의체 동물복지분과에서 올해 논의한 사육금지제도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중한 동물학대행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가 재범위험성이 있는 경우 사육금지제도가 적용된다.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사육금지명령을 선고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법원에 재량이 부여된다. 재범위험성이 있는지, 학대한 동물종의 사육만 금지할 지, 아니면 모든 동물의 사육을 금지할 지, 1~5년의 범위 안에서 얼마나 금지할 지 등은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
사육금지명령을 받으면 주된 생활 공간에서 동물을 사육·관리·보호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학대행위자와 같은 공간에 사는 동거인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박미랑 교수는 “동물학대 범죄는 가해자에 대한 의존성, 반복피해 위험이 크다. 가정 안에서 은폐되고 반복적으로 장기화되는 경향을 띄는 것도 아동학대범죄와 유사하다”면서 “저항하기 어려운 피해자의 특성을 악용한 선택적 폭력이자, 지속적 지배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목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미국, 호주, 유럽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육금지제도 현황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애니멀 호딩, 성범죄(수간) 등 특정 유형의 동물학대행위는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며 “대체로 경한 범죄는 5년, 중범죄나 재범은 10~15년이나 영구적으로 동물 사육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일정 기간 사육을 금지하는 조치만으로 재범 위험이 사라진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심리치료 등을 의무적으로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사육금지제도는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됐지만, 국회 통과 직전에 빠졌다. 기본권 침해 소지와 대립하면서다.
법무부 형사법제과 남소정 검사는 “사육금지 자체가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만큼 구성요건을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법률적 판단 선행되어야 하는만큼 형사절차 안에서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부과하는 방안이 적절하지만, 아동학대처벌법 등 유사 입법례를 참고해 1차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나 지자체 등이 청구권을 가지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농정협의체 안도 유죄 확정 전 검사의 청구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실효성 있는 운영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육금지명령을 받은 학대행위자라 하더라도 동물을 키우려는 시도를 일반인이 미리 알고 막기 어렵다. 동물을 구매할 때 신원을 조회할 수도 없고, 애초에 지인에게 받거나 길고양이를 데려오는 경우에는 적용하기도 불가능하다.
남 검사는 “(사육금지명령 대상자가)집 안에서 동물을 키우는지 제3자의 신고로 적발하기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보호관찰제도와 연계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이 가장 실효적”이라고 말했다.

동물학대 범죄자가 학대했던 동물 다시 데려간다
동물 구조 일선에선 ‘몰수 가능해야’
동물학대 범죄 대응 일선에 있는 동물보호단체와 지자체는 사육금지제도의 다른 측면에도 주목하고 있다.
동물학대자가 미래에 다른 동물을 키워 재범할 가능성을 차단할뿐만 아니라 이미 문제가 된 학대행위로 피해를 입은 피학대동물이 다시 동물학대자의 소유로 돌아가지 않게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의 지위를 물건으로 보는 현행법에 따르면 ‘몰수’다.
현행 동물보호법도 지자체장이 소유자에게 학대받은 동물을 격리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다. 소유자가 학대행위를 다시 하지 않겠다며 사육계획서를 내고, 그간의 보호에 들어간 비용을 지불하면, 피학대동물을 다시 데려가는 걸 막을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몰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기간만 설정하고, 비용 문제로 (학대행위자가) 소유권을 포기하길 바라는 건 허상”이라며 “범죄자들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라도 돈을 주고 다시 데려가려 한다. 지자체와 동물보호단체에만 어려움을 전가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학대동물에 대한 몰수는 물론 동거동물에 대한 피해예방조치까지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육금지제도가 도입되고, 동물학대범죄에 대해 사육금지명령이 내려지면 적어도 금지기간 동안에는 피학대동물의 반환 문제는 벌어지지 않는다. 총포·도검 등의 소지허가가 취소된 경우 관청에 임시 영치하거나, 야생생물법에 따라 미허가 수입·인공증식된 야생동물을 몰수하는 등 유사 입법례가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박미랑 교수는 “사실 재범위험성까지 판단되는 중대한 동물학대범죄라면, 해당 피학대동물은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사육금지제도가 도입될 경우 추가적인 동물 사육은 물론 피학대동물의 사육까지 금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육금지제도는 기존의 사후적 대응에 더해 동물학대의 재발 방지·예방을 위한 새로운 기둥을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연숙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마음이 앞서 만든 여러 동물 관련 제도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는 들여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새로운 제도 도입도 신중해야 한다”면서 “2027년 도입을 목표로 내년에는 구체화된 안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