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국가시험을 가축방역심의회가 관리한다? 수의계 반대 목소리

농식품부, 관련 법 개정안 입법예고..‘정부 위원회 감축’ 尹공약 불똥

등록 : 2022.08.29 11:59:43   수정 : 2022.09.06 22:14:30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가축방역심의회와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의 통합이 추진된다. 정부 위원회를 감축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의 불똥이 수의사 국가시험으로 튄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 정비를 위해 소관 법률 21건의 일부개정안을 한꺼번에 입법예고했다.

한국수의학교육협의회와 대한수의사회에서는 곧장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수의사 국가시험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심의회에서 관리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고, 국가시험 개편을 추진하는데도 부적절한 방향이라는 것이다.

국시위원회+중앙가축방역심의회 = 중앙가축방역수의심의회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는 수의사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시험 시험문제 출제, 합격자 사정 등 원활한 시행을 협의하는 기구다. 통상 10개 수의과대학 교수진과 대한수의사회, 시험 관리업무를 맡은 검역본부 등으로 구성된다.

가축방역심의회는 가축 방역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다. 농식품부가 중앙가축방역심의회를, 각 시도가 지방가축방역심의회를 운영한다.

중앙가축방역심의회는 스탠드스틸 등 긴급방역대책을 시행하거나 가축전염병 관련 조사·연구·예방책도 논의한다. 방역 담당 공무원은 물론 수의학계 전문가, 축산 생산자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형 위원회다.

농식품부가 입법예고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이 둘을 합친다. 이름은 ‘중앙가축방역수의심의회’다. 현행 가축방역심의회 역할에 ‘수의사 국가시험에 관한 사항’만 추가한다.

분과위원회 근거규정도 신설한다. 분야별로 분과위원회를 두고, 분과위가 심의한 사항은 (전체) 위원회 심의로 보는 형태다.

관계자에 따르면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는 중앙가축방역수의심의회의 분과위원회로 둔다는 구상인데, 나름의 독립성을 부여하려는 장치로 풀이된다.

 

수의사 국가시험 관리기구를 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효율화 기대보다 부작용 우려 커

국시위원회 독립성·역할 오히려 늘려야

수의계는 곧장 반발했다. 수의사법으로 운영되는 국가시험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심의회로 관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얘기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가축방역심의회와 수의사국가시험위원회는 (통합할 수 있을 만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가시험위원회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수의사회 입장”이라면서 “근거법령조차 맞지 않는 곳(가축방역심의회)으로 가면 운영상 파행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의사 국가시험의 목표는 물론 응시자격,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까지 관련 사항은 모두 수의사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가시험위원회만 따로 분리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두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 위원회에 모두 수의대 교수진이 참여하고 있지만, 기계적인 통합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축전염병 전문가 위주로 참여하는 중앙가축방역심의회와 달리 국가시험위원회는 기초·예방·임상·법규를 포함하는 수의학 전반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효율화를 내세우며 이 둘을 병행하도록 한다면, 한 쪽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의학교육 정책 관련 최고협의체로 갓 출범한 한국수의학교육협의회(수교협, 회장 서강문)도 반대 입장을 전했다. 개정안이 수의사 국가시험 관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약화시키는 조치라는 것이다.

수교협 측은 “수의사 국가시험 개편과 전문성을 갖춘 수의사 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동물의료서비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시위원회가 독립적이고 보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국가시험 관리가 중앙가축방역수의심의회 사무로 축소된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통상 40일을 부여하는 입법예고 기간을 단 4일로 크게 단축했다는 점도 지목됐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의 소관 위원회 운영에 대한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관계기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애초에 두 위원회 모두 (개편대상인) ‘식물위원회’로 볼 수 없다. 공감하기 어려운 행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