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감응력이 있는 존재다˝

민법 개정안 통과 촉구..손해배상·압류금지 등 후속 입법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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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규정할 민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민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손해배상, 압류금지 등 후속 입법조치가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로 규정하면서 권리와 의무를 함께 입법하는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자유연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은 2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와 입법적 변화 모색’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후속 입법 없다면 선언적 개정에 그쳐

손해배상, 압류금지 개정입법 도마

정부는 지난해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동물을 물건과 구별하되, 특별한 법률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앞서 동물과 물건을 구분한 오스트리아(1988), 독일(1990), 스위스(2002)의 입법례를 차용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민법 개정과 함께 후속 입법의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으면 어차피 물건 규정이 준용되는만큼 선언적 개정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압류금지가 우선 지목된다. 반려동물이 상해를 입을 경우 반려동물 가액보다 큰 치료비라도 손해배상하도록 하고, 소유주(보호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희 변호사는 “이미 수의료 판례에서 소유주의 정신적 손해도 인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사법부도 이미 반려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재영 입법조사관도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선행 입법례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치료비 손해배상이나 압류금지는 정부의 민법개정안에도 함께 반영했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지목했다.

 

동물은 감응력 있는 존재

소유주 의무도 함께 규정하는 유럽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최근 유럽의 민법 개정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로 규정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동물 관련 내용으로 민법을 개정한 포르투갈(2017), 벨기에(2020), 스페인(2021) 등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감응력은 주변 환경을 느끼고 지각할 수 있으며 즐거움, 괴로움, 긍정적·부정적 상태를 경험하는 능력을 뜻한다. 포유류뿐만 아니라 어류, 무척추동물에게까지 감응력이 있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확대되고 있다.

이형주 대표는 감응력을 가진 동물에 대한 ‘의무’까지 함께 법제화되고 있다는데 주목했다.

포르투갈 민법은 ‘동물의 소유자는 동물의 복지를 보장하고 각 종의 특성을 존중하고, 소유자는 자신의 권리(소유권)를 행사하는 동안 동물의 번식, 출산, 사육, 보호에 관한 규정과 멸종위기종에 관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동물의 복지는 물·음식, 수의학적 보살핌에 대한 접근과 학대 금지로 구체화됐다.

이형주 대표는 “소유권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가진다는 점을 함께 규정했다”며 “동물의 감응력은 과학적으로 지표화할 수 있고, 후속 입법에도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의 입법례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정부가 발의한 민법 개정안도 환영했다. 이 대표는 “선언적 개정에 그친다 해도 가치가 있다”며 “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입법부·사법부가 동물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지난해 10월 발의된 민법 개정안은 대선·지선과 후반기 원구성 난항 등을 거치며 제대로 된 심의를 받지 못한 채 계류되어 있다.

이재영 입법조사관은 “관련 민법 개정 논의가 10여년 전에도 있었지만, 민법계 쪽에서는 신중론이 강했다”고 귀띔했다. 상징적인 조항을 굳이 사인(사람) 간의 법률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를 선언하는 마지막 토론이 되길 바란다.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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