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1부] 그 검사 결과, 믿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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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의 핵심은 검사입니다. 영상진단과 함께 혈액, 소변 등 다양한 검체에 대한 임상화학적 검사는 진단과 치료계획 수립, 예후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이처럼 검사는 진료의 신뢰성을 담보합니다. 그렇다면 검사의 신뢰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정도관리’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본지가 기획한 [동물병원 정도관리 사각지대] 3부작은 동물병원 진단검사기기의 정확도·정밀도 실태와 정도관리 현황, 의료계 사례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정도관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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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여수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반려동물 임상분야 중에서도 다소 생소한 주제의 세션이 운영됐다.

수의진단검사의 정도관리를 주제로 진행된 해당 세션에서 나기정 충북대 교수는 국내 동물병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혈청화학·전해질 검사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소개했다.

나기정 교수는 “지역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혈액화학 검사장비의 품질검사실태를 파악하고자 했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2016년 진행된 블라인드 테스트에는 전국 70개 동물병원이 참여했다.

나기정 교수팀이 동일한 혈액 검체를 소분해 보내면, 참여 동물병원이 각자의 검사장비로 도출한 항목별 결과값을 aniDAP 온라인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후지 드라이캠, 아이덱스 벳테스트·카탈리스트, 삼성 PT10V 등 혈청화학 검사장비 8종과 전해질 검사장비 10종이 검사에 참여했다. 

혈청화학에서는 총단백과 알부민, 글로불린, ALT, ALP, BUN, 크레아티닌, Ca, P를 통계적으로 평가했다. 전해질 검사는 결과값 회신이 많았던 Na, K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적으로는 다른 동물병원이라도 같은 검사장비를 사용한다면, 동일한 검사항목에 대한 결과값은 유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혈청화학검사장비 정확도 테스트에 참가한 장비 목록 (자료 : 나기정 교수)
혈청화학검사장비 정확도 테스트에 참가한 장비 목록 (자료 : 나기정 교수)

 
연구진은 수치와 단위가 제각각인 검사항목 간의 산포도를 비교 평가하기 위해 변이계수(CV, Coefficient of Variation)값을 활용했다.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수치인 CV값은 낮을수록 검사항목의 분포가 조밀하고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기정 교수는 “통상적으로 CV값의 허용치는 10이하이며, 5이하인 경우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CV값이 10을 넘기면 신뢰도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ALP, ALT 등 효소 활성도 측정 항목은 타 검사항목에 비해 검사장비에 따라 CV값이 높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8개 장비 중 국내 단종된 것으로 알려진 1종의 경우, 9종류의 검사항목 중 4종에서 불합격(CV값 10 이상)을 받기도 했다.

나머지 7종의 검사장비는 평균 CV값은 10 이하를 기록했지만, 모든 검사항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장비는 1종에 불과했다.

나기정 교수는 “높은 CV값은 검사에 사용한 키트의 불안정성이나 검사장비 상태에 따른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검사기계나 키트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병원환경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장비(A~H) 및 검사항목별 CV값 분포. CV값이 10 이상으로 신뢰도에 문제를 보이는 항목도 다수 관찰됐다. (자료 : 나기정 교수)
검사장비(A~H) 및 검사항목별 CV값 분포.
CV값이 10 이상으로 신뢰도에 문제를 보이는 항목도 다수 관찰됐다. (자료 : 나기정 교수)

 
같은 검체를 반복적으로 검사해도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결과값을 보인다는 것은 진단검사의학의 상식이다.

문제는 실제 환자를 검사할 때 여러 번 기기를 돌려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번 검사해서 나온 수치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혈액검사에서 정상범위를 넘어선 검사수치가 나왔는데 ‘정말 환자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인지, 환자는 괜찮은데 검사기계나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헷갈린다면 진료의 근간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후자의 가능성을 최대한 제외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검사진행 과정 전반을 관리해 오류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병원이 보유한 검사기기가 항목별로 얼마만큼의 정상 변동폭을 가지는지 파악해야 한다. 해당 기기가 현재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이를 한마디로 축약하면 ‘정도관리’다. 나기정 교수는 “수의사로서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챙기는 일은 전문가로서의 기본 자세”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동물병원도 정도관리가 전무하다고는 볼 수 없다.

가령 혈액검체에 용혈이 일어나지 않는지 주의하는 것도 기본적인 정도관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채혈과 혈당 측정의 시간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단검사의 정도관리는 더 세심한 노력을 요구한다. 아직 동물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보러 가기) <편집자주>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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