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 축주에게 부담? 진료 늘면 축주도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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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처방제 잘 정착되면 결과적으로 농가도 이익

단기적인 진료비용보다 사양 개선 및 약품 절감 효과 커

수의사처방제 시행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축산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반대 목소리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왕진비 문제’다. 처방전 발급 수수료는 최대 5천원으로 정해졌고 도입 초기 1년은 면제됐지만, 수의사가 직접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왕진비(진료비)’가 농가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축산단체들은 왕진비를 보조해주거나 아예 왕진 횟수를 줄이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는 임상수의사의 원격처방이나 가검물 및 혈청검사 결과에 따른 분기별 처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한우협회는 발생건수가 많고 자가 항생제 처치량이 많은 송아지설사병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농가 경영난이 안정될 때까지 처방제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수의사처방제가 ‘수의사 돈벌이를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근거 없는 비난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농가들의 이러한 주장은 `수의사처방제의 도입취지와 예상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부재를 의미한다.

 

수의사처방제는 동물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축산물 안전성 높이는제도

수의사를 통해 항생제 오·남용 줄이고, 도태·폐사 줄이면 결국 농가도 이익

수의사처방제는 ‘지금과 똑같이 농장주가 약을 사서 자가진료를 하는데, 수의사만 추가로 불러야 하는 제도’가 아니다. 처방제는 동물용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아 축산물 안전성을 높이고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예방하고자 만든 제도다.

그리고 이는 주요 동물용 의약품을 수의사의 진료를 통해 사용할 때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요컨대 농장에 만연한 자가진료를 줄이고 수의사를 통한 전문적 진료를 증가시키는 것이 처방제의 일차적인 지향점이라는 것이다.

처방제로 인해 수의사 진료횟수와 진료비가 증가하게 되면 일시적인 경제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농가는 오히려 처방제를 통해 이익을 보게 된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충남에서 실시되고 있는 소 진료비 보조사업이다.

 

충남 소 진료비 지원사업 3년째 성공적 실시, 진료 증가로 수의사-농가 윈-윈

보조 받은 진료비 제외해도 진료수 증가하면 농가 경제적 이익 커

충남 아산시는 아산시수의사회 주도로 지난 2010년부터 「소 사육농가 진료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와 수의사회가 논의하여 일정 진료수가를 정한 후, 농가 규모와 관계없이 소 진료비의 50%를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도입 초기부터 큰 효과를 본 진료비 지원사업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공약사업으로 채택, 2011년부터 천안시를 제외한 충남 전역으로 확대됐다.

130725처방제진료비보조
소 폐사 1두당 손실금을 150만원으로 간주했을 때, 소 진료비 보조사업 도입으로 인한 농가 부담 비용 감소량 조사 결과. 사업 도입 후 자가진료 감소 및 수의사 진료 증가로 인해 농가당 평균 240만원의 이익을 창출했다.

2010년 아산시수의사회가 관내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진료비 보조사업 도입 후 전년도 대비 농가의 진료건수는 늘었지만, 정부 보조를 통해 진료비 부담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폐사두수가 절반 이하로 줄고, 약품비가 35% 가량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폐사한 소를 1마리 당 150만원의 손실로 간주하고, 약품비 절감·폐사두수 감소·진료비 증가 등을 종합하여 계산할 경우, 조사 농가 당 평균 240만원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농가가 지원받은 보조금을 제외한 수치로서 순수하게 수의사 진료가 이전보다 늘면서 얻게 된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 대비 효과도 높다.

진료비 지원사업 도입 후 농가의 경제적 부담 감소량이 예산지원액의 8.6배에 달할 정도다(농가의 경제적 부담 = 진료비+폐사두수+약품비).

이러한 농가 이득과 예산 대비 높은 효과로 인해 진료비 지원사업은 점점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아산시의 경우 농가 호응이 좋아 2012년 예산이 9월에 소진 될 정도였다. 이에 시는 올해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아산시청 축수산과의 최성혁 주무관은 “농가의 만족도도 높고, 아산시수의사회가 적극적이고 양심적인 자세로 제도 정착에 협조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진료비 지원사업 도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아산시수의사회 김용선 원장은 “질병초기 자가진료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약물은 약물대로 오·남용하면서 농가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까워 진료비 50% 지원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원사업 도입 후, 자가진료가 줄고 질병초기부터 수의사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케이스가 늘어 전체적인 치료율이 상승했다.

 

농장주 K씨 “수의사에게 진료 맡기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 자가진료 하지 않아”

진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수의사 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아산시 도고면의 한 농장을 찾았다.

농장주 K씨는 “한 때 나도 자가진료를 했지만, 수의사에게 진료를 맡기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는 생각에 이제는 하지 않는다”면서 “당장 진료비 몇 만원이 아까워서 아껴봤자, 잘 모르고 약 쓰다가 소 한 마리 죽으면 1, 2년치 수의사 진료비만큼 손해를 본다. 손익을 장기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수의사에게 적극적으로 진료 및 컨설팅을 받기 시작한 후 착유량이 늘고, 폐사·도태우가 줄어 후보우를 많이 키우지 않아도 돼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아산진료비지원농가

경기도 올해부터 영세농가 진료비 지원사업 시작..처방제 정착에 큰 도움

아산시를 비롯한 충청남도의 경우 이미 수의사 진료(왕진)에 대한 50%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의사처방제 실시로 인한 농가 부담도 적어 제도 정착이 비교적 수월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영세농가 진료비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소규모 농가 가축진료 지원사업」을 실시해 소 50두 미만, 돼지 1,000두 미만의 영세농가에 대해 진료비를 50% 지원해주고 있다. 

수의사 왕진 진료비를 7만원으로 산정해 그 중 50%인 3만 5천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영세농가의 진료부담을 덜어 주고, 수의사를 통한 가축질병 조기 대응을 위해 도입됐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관계자는 “수의사처방제 이용에 이 지원사업을 연계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진료비 지원이 수의사처방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단체, 처방제 보완책으로 진료비 보조사업 확대 등 진료환경 조성을 요구해야

동물의 적정한 사육 및 치료는 엄연히 농가의 책임 하에 있지만, 자가진료가 가능하고 그 피해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는, 이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촉진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수의사처방제이고, 진료비 보조사업이다.

수의사처방제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축산단체의 의견은 분명 일리가 있다. 공수의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성분명 처방에 따른 수의사 책임소재 문제 등 제도 도입 후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그 보완책의 방향이 축산농가의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처방제 적용의 예외조항을 늘리거나 유예하기보다는, 농가의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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