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퍼스트 도그 `토리`,그리고 유기동물 입양―명보영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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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뉴스 1 ‘버동수와 함께하는 동물보호 이야기’ 코너에 게재된 글임을 밝혀드립니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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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한 유기견 출신 ‘토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퍼스트 도그가 유기견 출신이라는 상징성도 있으며 동물보호와 관련된 대통령의 관심과 기대감 또한 있을 것이다. 

여러 유명 연예인들이 유기동물 입양을 독려하기도 하는데 이는 일반인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입양을 위해 동물보호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고, 좋은 입양처를 찾는 동물들도 많지만 다시 파양되거나 다시 유기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그 이유인데, 공격성·분리불안·대소변 훈련 실패 등 행동학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다. 

또 보호소에서 질병에 노출 되었거나 입양 후 건강상의 문제를 확인하여 이에 대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족 중에 동물 털, 비듬 등에 대한 알레르기가 심한 경우도 파양 또는 유기의 이유다. 

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는 해외 자료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순위권에 포함되어 있으며 이사, 주인의 건강상 문제 등도 원인으로 조사되었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 후 파양, 재유기 되는 경우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맞는 건 상처받은 동물에게 손을 내어주는 일이고 아주 좋은 일이지만, 사전에 여러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해 파양, 재유기 되어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보호소의 입양이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물보호소는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소, 그리고 단체와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동물보호소로 구분할 수 있다. 

다들 상황이 다르지만 시 동물보호소는 끊임없이 유기동물이 입소하기 때문에 생과 사에 대한 자유로움이 크지 않은 곳이며 사설 동물보호소는 그에 비해 생과 사에 대한 유연성이 더욱 큰 곳이다. 

어떤 곳에서 입양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우선순위를 논하자면 그래도 시 동물보호소이겠지만 충분한 고려 후 결정이 필요하다. 

단체마다 규모와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질병관리, 개체관리 등 관리가 잘 되는 곳 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다. 시 동물보호소, 사설 동물보호소에서 입양률이 높은 곳들을 보면 다른 곳보다 관리가 더 나은 곳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입양을 장려한다고 해서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기동물 문제에 있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원칙이 LES(Legislation-법령, Education-교육, Sterilization-개체수 조절)이다. 즉, 강력하고 체계적인 동물보호법 운영, 동물등록제, 인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 동물 관련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보호교육 활성화, 중성화 수술 홍보, 판매업과 번식업의 규제 등이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식용 문제 해결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전반적인 상황 개선이 가능하다. 

독일처럼 판매업, 번식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자연스레 체계화, 전문화되어 있는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번식업, 판매업, 경매업이 이슈화가 된 뒤 이제야 법테두리에서 관리가 되고 있다. 

규제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관련 법규가 상향되는 방향으로 가면 동물들의 처우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려동물 등록제 역시 의무화를 추진하다가 몇 차례 뒤집어진 적이 있었고, 동물보호소 직영화, 체계화는 그 개선 속도가 너무 더디다. 

동물보호 교육 역시 계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활성화는 되고 있지 않다. 

반려동물 산업의 육성은 산업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우려스러운 점이 많고, 개식용 문제는 매년 찬반논쟁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유기동물 문제의 개선이 더딘 이유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행정이 여전히 축산행정에 갇혀 있어 개식용 문제 해결이 난항을 겪는 게 주요 원인으로 생각한다. 

가까운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20년 정도 앞서 있다고 보는데, 대만 역시 우리나라처럼 개식용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있었지만 2000년 초반부터 개식용 금지 법령이 나오고 올해 완전 금지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유기동물 문제 역시 정부, 지자체, 민간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나은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려동물, 유기동물 관련 정책을 가장 참조할 나라가 그래서 대만이라고 생각한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란 이 문구가 감성적으로만 다가오지 않고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반적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며 동물보호 의식 수준이 상승되어야 자연스레 동물보호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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