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려동물 생명권을 무시한 처방제 확대안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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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의사처방제 확대의 성패를 가를 시금석이었던 반려동물용 생물학적제제(백신)가 결국 어그러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견 4종 종합백신을 제외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확대 개정고시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우리나라 정부가 동물의 생명권을, 일선 수의사의 진료권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성토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축산업 가축을 제외한 모든 동물에서 자가진료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전문가에 의한 자가진료는 동물학대이며,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전문가에 의해 제대로 진료받아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결정한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반려동물의 복지와 생명권이 크게 주목받은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산 관련 공약 중 절반 가량은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는 오는 7월 채 시행되기도 전에 직격탄을 맞았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와 반려동물용 주사제제의 처방제 지정은 일맥상통한다. 먹는 약, 바르는 약과 달리 ‘주사’는 행위 자체가 침습적이고 부작용 위험도 높아 자가진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은 후퇴 일색이었다. 2013년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될 당시에는 ‘차후 처방제를 확대할 때 반려동물용 백신을 모두 지정할 것’처럼 얘기가 돌다가, 지난해 논의 과정에서는 생독백신만 지정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그마저도 가장 핵심적인 반려견 4종 백신이 제외되기에 이르렀다.

‘국민 부담’이라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 아래에는 반려동물의 생명권을 하찮게 여기는 안전불감증이 도사리고 있다. 동물용의약품 판매만을 노리는 이권이 숨어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백신이라 뺀다는 정부조치는 수의사처방제의 도입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많이 사용될수록 부작용 사례도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백신 부작용은 흔하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최우선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반려견이 4종 종합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결국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위험, 동물의 생명권을 ‘복불복’으로 던져버렸다.

일선 수의사로서는 ‘부작용이 생기든 말든 4종 백신은 맘대로 주사하라’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보호자에게 설명할 것인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이게 정부가 이야기하는 반려동물 자가진료 철폐인지, 절망스럽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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