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 `진료체계·동물복지 선진화 출발점`

국회토론회에 정부, 수의사, 약사, 생산자, 동물보호단체 모여 의견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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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허용되어 있던 자가진료 범위를 축산업 대상 동물로 한정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현재 입법예고 중인 가운데, 관계자 의견을 한데 모은 토론회가 개최됐다.

홍문표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대한수의사회, 대한약사회가 주관한 ‘반려동물 진료체계 확립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19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100석 규모의 회의실은 토론회 시작 2시간여전부터 수의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국 참가자 다수가 서서 청취하거나 아예 토론회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서울시수의사회가 제공한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300여명의 수의사들이 토론회를 시청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 수의사, 약사, 생산자, 동물보호단체를 대표하는 패널 8인이 각각의 입장을 전달했다.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을 두고 금지되는 치료행위의 범위, 법 적용대상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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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료는 수의사 면허제 근간 흔들어..`제한되도 통상행위는 문제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와 좌장을 맡은 오용관 전남대 교수는 “현행 수의사법 시행령이 자가진료를 전면 허용한 것은 수의사만 동물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한 상위법의 취지를 거스른 것”이라며 “광범위한 자가진료 허용은 동물학대의 출발점이자 항생제 오남용 등으로 공중보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라면 수의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 제3항은 동물진료에 대한 면허제도(수의사)를 무색케 하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현재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자가진료 허용범위를 소, 돼지, 닭 등 축산업 관련 축종 17종으로 제한한다.

이에 포함되지 않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수의사가 아니라면 소유주라도 반려동물을 진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진료와 연관된 모든 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투약과 같은 진료행위라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가령 반려동물 소유주가 구충제를 구입해 먹이거나,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도포하거나 먹이는 등 통상적인 행위는 가능하다.

하지만 비(非)수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침습적 진료행위는 무면허진료행위로서 처벌 받을 수 있다.

이 둘을 가르는 ‘사회상규’는 일반 대중이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다.

의료법에서도 ‘의료행위’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대신 대법원 판례가 의료행위 여부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사건이 무면허의료행위인지 여부는 보건복지부나 사법부가 개별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판결한다.

이에 대해 조양연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은 “규제범위가 명확치 않아 법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반면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상무는 “(인의에서도) 일반 시민이 유권해석과 판례에 따라 허용되는 의료행위를 명확히 알 수 있다”며 의료법과 같은 관점으로 수의사법을 개정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진료체계 선진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자가진료”라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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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오용관 전남대 교수,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 김재유 한국반려동물생산자협회 부회장
황동열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간사, 조양연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
우연철 대한수의사회 상무, 이경구 한국반려동물총연합회 사무국장
박운선 동물보호단체 행강 대표가 각계 패널로 나섰다.

주사행위 금지여부 놓고 이견..`어디서 키우는 개든 동일하게 적용`

이날 토론회에서는 자가진료 제한 시 금지되는 치료범위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주요 쟁점은 주사행위였다.

정부는 주사행위를 원칙적인 금지대상으로 봤다. 다만 수의사 지도와 처방을 받아 소유주가 주사한 행위는 처벌대상 무면허진료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약사회와 생산자단체는 백신접종을 자가진료로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가진료 제한의 대상을 놓고도 시각차가 존재했다.

반려동물생산자단체와 육견협회는 각 단체가 사육하는 와중에는 자가진료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가정에서 사육하는 개와 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진료행위에 대한 수의사법은 모든 개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분리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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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국회의원

이날 동물보호 시민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 황동열 간사와 동물보호단체 행강 박운선 대표는 반려동물 자가진료 전면 제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동열 간사는 “자가진료 문제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비전문가의 임의투약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확히 진료 받게 하는 것이 보호자의 마땅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을 담당하고 있는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총괄과장은 “동물학대를 막고 동물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법 개정”이라며 “보호자나 업계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련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문표 의원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자가진료를 바라보는 찬반의견이 있겠으나,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업계의 시각을 반영한 현장감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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