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홍콩의 대표 동물복지 기관 SPCA 완차이 헤드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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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5일 홍콩 YMCA에서 개최된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 아시아 퍼시픽 콩그레스 참가차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학회 하루 전날인 3일에 홍콩에 도착하여 한국고양이수의사회(KSFM) 회원들과 함께 홍콩 SPCA를 방문했습니다.

SPCA(The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1903년 동물학대 방지 운동을 펼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구성된 단체로, 192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SPCA는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동물에 대한 호의를 장려한다’는 목표 아래 ‘동물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들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며, 교육을 통해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모든 생명체가 함께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립 당시, 정부로부터 1% 정도의 자금만 지원 받고, 나머지 99%는 일반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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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Jane Gray

SPCA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복지 △구조 △시찰 △시설관리 △재정 △IT 등 다양한 부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저희는 수의부(Vet Service) 담당자인 제인 그레이(Jane Gray)수의사님에게 시설 소개를 받았습니다.

SPCA 수의부에는 7개의 동물병원이 있는데, 그 중 저희가 방문한 곳은 완차이(Wanchai)본부였습니다. 완차이 본부 외에 6개의 동물병원 센터가 홍콩 전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완차이 본부는 총 6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구조 동물을 접수받는 곳부터 개 입양실, 고양이 입양실, 소형 동물실, 동물행동교실, 교육관, 인터뷰실, 세미나룸, 재정팀, 동물병원, 일반 용품실, 미용실, 행정실 등 다양한 공간이 건물 내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동물병원은 3개의 진료실과 수술실, 격리입원실, 특수동물 진료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동물보호단체의 동물병원임에도 일반 용품과 사료를 판매하고 심지어 미용서비스까지 실시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년의 운영비용이 100억 원 가까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용품판매와 미용서비스까지 한다’는 설명을 듣자마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한 동물보호단체가 동물병원을 설립하여 일반진료까지 실시한다고 했을 때 큰 반발이 일었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처럼  SPCA 동물병원의 용품판매와 미용서비스를 두고 주변 동물병원과 갈등은 없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제인 그레이 수의사님은 이에 대해 “우리 동물병원이 100년이 넘어 사실상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병원이고, 수의학적인 발전보다는 동물복지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주변 병원과 갈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오히려 우리가 아닌 다른 동물병원끼리의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20년 전에는 홍콩에 동물병원이 10개 밖에 없었는 데 현재는 홍콩에 160개 동물병원이 있고, 24시간 동물병원도 홍콩섬에만 4~5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PCA 동물병원의 수가는 다른 동물병원과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 수준이었으며, 제인 그레이 수의사님께서 홍콩수의사회의 일도 담당하면서 협회와 TNR 사업을 연계하고, 회의실을 빌려주는 등 협조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동물병원 및 수의사회와의 갈등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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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A 완차이 헤드쿼터의 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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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A 완차이 헤드쿼터에서는 사료, 간식, 용품 판매도 이뤄진다.

SPCA는 ① 버려지거나 다친 동물의 구조 ② 야생동물을 포함한 구조된 동물 검사 ③ 동물보호법 강화 활동 및 동물학대자 처벌 강화 추진 ④ 개체수 조절을 위한 개, 고양이 중성화수술 ⑤ 구조된 동물의 재입양 ⑥ 길거리 동물들에게 기본적인 수의학적 처치 제공 ⑦ 산업동물 복지 기준 모니터링 ⑧ 반려동물 보호자 및 일반인 대상의 동물보호 교육 등의 활동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교육’에 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습니다.

SPCA에서 제작한 수많은 교육 자료와 유기동물 입양·동물학대 금지 포스터를 홍콩 곳곳에서 볼 수 있었으며,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동물보호 교육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또한 큰 행사나 축제가 열리면 SPCA 소속 수의사들이 직접 행사장에 나가 교육을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동물입양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동물입양을 원하는 주인이 나타나면 별도의 인터뷰 공간에서 오랫동안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조건을 확인하고 주의할 점을 인지시켜 파양을 최소화합니다. 동물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함입니다. 사나운 고양이는 사회화 공간에서 사람들과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 뒤 입양 보냅니다.

시설 중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홍콩 플랫(공동주택)’을 그대로 꾸며놓은 공간이었습니다.

동물이 입양을 간 뒤 접할 수 있는 홍콩의 흔한 아파트 공간을 그대로 꾸며놓은 공간인데, 입양 전부터 그런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하여 입양 갔을 때 쉽게 적응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입양 될 동물들을 위한 ‘모델하우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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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곳곳에서 SPCA의 캠페인 광고를 접할 수 있다.

SPCA 수의부에는 홍콩을 비롯해 독일, 호주, 뉴질랜드, 쿠바 등 세계 각국의 수의사 2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의테크니션 27명, 일반 스텝 33명 등 많은 인원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연간 1,000명의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SPCA를 돕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성화 전용 자동차 수술실(SNV, Spay and Neuter Vehicle)과 자동차 동물병원(Mobile Clinic)을 운영하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SNV의 경우 홍콩 전역을 다니며 매우 저렴한 가격에 중성화수술을 진행합니다. 한마디로 ‘중성화 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SNV 1대에 수의사 1명과 테크니션 2명이 근무하며, 중성화수술을 위한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SNV의 경우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기동물보호소 의료 봉사 때 SNV가 있다면, 훨씬 더 수훨하게 중성화수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을 받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모바일 클리닉의 경우 20년 전 홍콩에 동물병원이 10개 정도 밖에 없을 때, 수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지역까지 수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SNV와 모바일 클리닉의 운영비용으로만 1년에 1~2억 원이 든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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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A는 유기동물 외에도 동물원 동물이나 수족관 동물 등의 보호활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개식용 금지 활동도 합니다. 또한 CCCP(Cat Colony Care Program)와 CDP(Community Dog Program) 같은 길거리 고양이, 강아지에 대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행한지 14년째인 CCCP를 통해 홍콩에 있는 1,200개의 길고양이 콜로니가 컨트롤되고 있으며, 개체수의 70%를 줄였다고 합니다.

SPCA를 방문한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금도 “이 일은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개인 동물병원을 운영하여 성공했다면 지금 쯤 좋은 차를 타고 있겠지만, 지금 내 차는 20년이 넘은 차다. 돈 때문이 아니라 동물의 복지 때문에 하는 일이고,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는 제인 그레이 수의사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홍콩을 방문할 일이 있는 수의사나 수의대 학생들은 SPCA를 한 번 쯤 꼭 방문해보길 추천드립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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