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기동물 문제와 수의사의 역할 ― 명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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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지금은 동물병원 수의사로 일하고 있지만, 동물병원 근무 전 저는 동물보호소 진료수의사로 7년간 근무했습니다.

임상 4년차 때 쉬는 기간이 있어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지역 동물보호소에 진료 봉사활동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동물병원 개원 등 다른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잠깐만 있으려고 했는데 너무 열악한 상황을 보고, 개원을 미루고 그 때부터 동물보호소 진료수의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면 잘할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알면 알수록 제가 생각하는 부분과 너무 달랐습니다. 상황이 너무나 열악했고 주변 환경과 인식 또한 너무 다르고 어려웠습니다. 동물들, 민원인들 보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저를 더 어렵고 힘들게 했습니다.

제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으로 때우는 일들이었습니다. 더 움직일수록 더 많은 생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가면서도 ‘나 대신 다른 사람이 오게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생각과 ‘다른 보호소 상황도 비슷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더 큰 상황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축산 행정에 속한 조직은 동물보호와 관련된 일에 관심이 거의 없었으며 특히 반려동물과 관련된 행정 부분은 아주 미약했습니다.

‘이 분야는 인프라 개선 없이는 힘든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접하게 된 것이 ‘shelter medicine’입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지만 미국에서는 shelter medicine, veterinary forensic이 서서히 체계화되고 있습니다. Cornell, U. C Davis 등 여러 대학에서도 shelter medicine과 관련된 커리큘럼이 있고 동물보호소 수의사 양성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내과, 외과, 안과, 피부과, 행동학, 영양학, 전염병, 공중보건학,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상황들이 이 shelter medicine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각종 컨퍼런스도 개최되고 있으며, 유기동물 뿐 아니라 다른 동물복지에 있어서 수의사들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수의사 이외의 다른 전문 인력도 양성되어 동물보호소에서 구조, 미용, 간호, 행동평가, 안락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shelter medicine에서는 유기동물과 관련하여 중점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으로 LES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L- Legislation·법령

E-Education·교육

S-Sterilization·개체수 조절

 

즉, 강력하고 체계적인 동물보호법 운영, 동물등록제, 인도적인 동물보호소 운영, 동물 관련인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보호교육 활성화, 중성화 수술 홍보, 판매업과 번식업 등의 규제 등이 동시에 잘 이루어져야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도 서서히 이런 내용이 알려지고 이슈화되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 유기동물 문제 뿐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개의 법적인 지위를 통일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는 반려동물로 보호를 받는 개와 축산 농민의 수익 창출을 위한 개로 구분되어 있으며, 동물과 관련된 정책도 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식용 목적의 개농장, 비인도적인 번식업자, 사설 동물보호소 등 모두 불법적인 요소가 비슷한 상황이며 생계와 동물보호라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업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동물보호와 연관된 부분도 많고 충돌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수의계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의계 발전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각자 위치에서 노력하고 있는 수의사분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동물보호와 관련된 인프라 개선에도 더욱 신경 쓴다면 수의사의 사회적 인식도 좋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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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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