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업계 ‘루시법’ 반대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불법 음성 시장 키운다”
국회서 동물보호법 개정 방향 토론회 개최..과도한 유통·판매 규제 부작용 우려
반려동물의 유통·판매 연령을 6개월령 이상으로 상향하고, 경매업을 금지하는 등 동물생산업·판매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일명 ‘루시법’에 대해 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과도한 규제로 업계가 무너지면, 그 자리를 불법 번식·수입과 온라인 유통이 차지해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이 주최하고 한국반려동물산업연합회가 주관한 ‘올바른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 방향 국민 대토론회’가 3월 31일(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반려동물 업계, 루시법 반대
‘과도한 규제는 불법 음성 시장 확대로 이어져’
지난해 11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반려동물 영업자 기록관리 대상에 ‘폐기’ 추가 ▲경매 금지 ▲직거래 이외의 판매는 월령 기준을 6개월령 이상으로 상향 ▲투기 목적의 동물 거래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일명 한국형 ‘루시법’으로 통칭된다.
이날 토론 패널로 나선 업계 대표자들은 루시법의 반려동물 유통·판매 규제가 오히려 음성적인 불법 거래를 늘리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이라 우려했다.
한국반려동물산업연합회 이경구 사무총장은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원하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강한 규제가 기존 업체의 시장 이탈을 불러 일으키면 그 자리는 불법 번식·수입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려동물브리더산업협회 유선환 회장은 “무분별하고 책임없는 번식·판매에는 분명히 반대한다”면서도 “루시법은 ‘번식이 문제다, 생산업이 문제다, 그러니 줄여야 한다’는 전제하에만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생산업의 존재 자체를 문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산업을 줄여 불법 번식과 무분별한 해외 수입이 늘어나면 질병 위험은 더 커지고, 추적은 어려워지며, 동물복지는 오히려 후퇴할 것”이라며 “제대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업자를 남길 수 있도록 정교한 규제를 만들어야 동물복지도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업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반려동물전문중개업발전협의회 홍성호 회장은 “(경매업은) 반려동물의 출처와 상태를 확인하고 책임의 주체를 가르는 관리 장치”라며 폐지가 아닌 양성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지난달 위성곤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경매장이 번식장에서 대량 생산된 동물을 시장에 유통하는 구조적 기능을 함에 따라, 생산시설의 열악한 사육환경, 전염성 질병 확산, 모견·종견 학대 등 동물학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면서도 “경매 방식 자체가 곧바로 대량생산이나 동물학대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령 경매장을 통한 반려동물 거래를 금지하더라도 생산업자-판매업자 간 직거래, 온라인 중개 등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대량 유통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목했다.

6개월령 이상 판매, 애착형성·생산비 증가 우려
경기도 “유통단계부터 내장형 이력관리 의무화해야”
판매 월령 하한선을 현행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도 업계는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한국애견연맹 정태균 사무국장은 “보호자와 반려동물 간의 애착 형성, 사회화가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면서 “6개월까지 판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생산비용 증가에 대한 대책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위원실 검토보고서는 “어린 개체가 충분한 성장과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에 분양되는 것을 방지하여, 전반적인 동물복지 수준을 제고하려는 취지”라면서도 “현행 2개월 기준이 최소한의 기간이라는 점에서 상향을 논의할 타당성은 인정되지만, 6개월로 일률 상향하는 것이 적절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수의사 등 전문가의 의견, 사육기간 증가에 따른 영업자의 비용 부담, 영업장의 사육 포기 등으로 인한 유기 증가 우려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정봉수 동물복지과장은 동물생산업소에서 유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반려동물 이력제’를 도입하고, 2개월령 이상을 판매하는 단계에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등의 실질적 개선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허가 갱신제, 번식 상한 규제 받아들이면서도..
경매장은 ‘전문중개업’으로 양성화 제안
이날 발제에 나선 이형찬 변호사(법무법인 대화)는 반려동물업계가 제안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형찬 변호사는 동물복지 향상과 반려동물 연관사업의 안정적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강조했다. 과도한 규제는 산업 전반의 위축과 반려동물 공급 절벽, 음성적 거래 확산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증진 및 반려동물산업안정법’으로 명명한 개정안에는 ▲동물생산업·동물판매업 등 허가 영업에 대한 5년 주기 갱신제 도입 ▲12개월령 미만 및 84개월령 이상인 개·고양이 번식 금지 ▲동일 모체 번식 상한 설정(생애 6회) 등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들의 주요 내용을 상당수 반영했다.
반면 루시법 등이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경매는 ‘반려동물전문중개업’으로 관리 근거를 명확화하고, 전문중개업소를 통한 거래·검역에 전산 연동을 의무화해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판매 연령 하한선도 현행 2개월령 이상을 유지하되, 체중·사회화 미달이나 백신 접종 미흡 등 사유가 있으면 12주 범위에서 분양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정미영 반려산업동물의료과장은 “규제 과잉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선교 의원은 “동물복지는 맹목적 규제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제도 개선에서 출발한다”며 동물복지와 산업 발전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