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제3기 해외동물의료봉사] 작은 생명들이 내게 남긴 것 – 최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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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 3기 봉사단에 지원을 결심한 나의 첫 마음가짐은 ‘해외 봉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진료복을 입고 진료를 보조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그 설렘에 이끌려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 보니 그 속에는 생각보다 묵직한 책임감과 치열한 땀방울이 숨어 있었다. 책상 앞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생명의 온기, 그리고 하나의 의료 현장이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를 몸소 체험하며,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진짜 봉사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베트남 하노이 일대에서 5일간 총 3곳의 보호소와 1곳의 현지 병원을 방문하여,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다. 첫날 마주한 현지 동물병원과 보호소의 환경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했다. 낡은 건물의 녹슨 케이지 속에서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는 생명들을 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활동은 크게 내과와 외과 파트로 나누어 진행됐다. 먼저 봉사 1, 2, 4일 차에는 내과 진료를 전담했다. 주된 업무는 기본적인 신체검사(TPR)와 백신 접종, 구충제 투여, 카테터 삽입, 처치 약물 계산 및 주입이었다. 한국에서 실습을 할 때는 기계적으로 하던 일들이었지만, 의료의 손길이 닿기 힘든 이곳의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처치는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봉사가 끝날 때쯤이면 온몸에 냄새가 밴 채로 버스에 탑승하곤 했지만, “아, 이게 진짜 봉사구나”라는 생각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오히려 채워졌다. 봉사 3, 5일 차에는 외과에 투입되어 수술 기구 어시스트를 맡았다. 3일차 첫 수술 때는 암기했던 기구들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집도하시는 수의사 선생님의 손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하지만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며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거듭할수록 수술 흐름이 보이기 시작해 필요한 도구를 제때 건넬 수 있었고, 5일차 마지막 수술에서는 같은 팀에 속한 수의사 선생님과 단원들 간의 손발이 맞아들어가는 팀워크를 경험했다. 비록 단순한 기구 보조였을지 몰라도, 수술팀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해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꽤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번 봉사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존재하는 ‘사랑’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보호소마다 유독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있었다. 사람에게 버림받았음에도 경계심 없이 사람을 향해 다가오는 그 눈빛, 상처가 있을 텐데도 나의 서툰 손길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몸을 맡기는 모습은 국경을 넘어 동일했다. 국내든 해외든, 생명에 깃든 따뜻함은 변하지 않았다. 그 따뜻함은 비단 동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노후한 건물에서 반나절 내내 아픈 강아지의 다리를 주물러 주며 재활을 돕던 현지 학생들, 열악한 환경에서도 유기동물에게 자리를 내어주던 보호소 가족들, 그리고 부족한 장비에도 끝까지 최선의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 NEO 단원들까지.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작은 생명이 가진 온기를 발견하고, 그 위에 우리가 가진 진심을 더해 공동선을 만들어 간 이 경험은, 글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자산으로 남았다.

또한, 진정한 봉사는 청진기를 대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겉으로 보이는 멋진 모습들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수많은 노력과 도움이 있었다. 출국 전 세 번의 사전 교육과 시뮬레이션, 그리고 물품 패킹부터가 봉사의 시작이었다. 현지에서도 매일 무거운 짐을 옮기고, 그날 사용할 물품을 패킹하며 수량을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열었다. 빈 공간에 진료 테이블을 세팅하고 동선을 짜는 등 진료 환경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했고, 사전 준비가 현장의 원활한 순환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 밤 진행된 피드백 회의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진료 현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성실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깨달았다.

이번 여정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건, 부족한 우리를 지도하고 지원해 주신 교수님과 수의사 선생님들,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이끌어 준 임원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앞에서도 불평 없이 서로를 다독이며 끝까지 함께해 준 단원들 덕분이다. 모두의 배려가 있었음에 감사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생명의 무게와 사람들의 온기는, 수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할 나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편집자 주)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해외봉사단 NEO 3기가 1월 28일부터 2월 6일까지 9박 10일간 베트남에서 세 번째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관련 기사 : 전남대 수의대 NEO, 베트남에서 3번째 해외동물의료봉사..학술교류도 전개). 봉사활동 참가자들의 후기를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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