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표준수가제 윤곽..‘취약계층·봉사동물 대상 기초 진료항목에 적용’
민간 병원에 강제 않아도 가격 압력 우려..동물의료법·대학동물병원법 추진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익형 표준수가제가 기존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게시·공시제 대상 진료항목을 중심으로 공공동물병원에 우선 도입될 전망이다.
동물의료정책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수의사법을 ‘동물의료법’으로 전부개정하고, 대학동물병원 지원 법안 논의도 진행된다.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과 이재명 서기관은 11일(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2026 동물정책토론회에서 “동물의료정책은 전환점에 있다. 새 정부 들어 반려동물 의료에 대한 관심도 높다”면서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동물의료육성발전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당초 지난해까지로 거론됐던 계획 발표는 해를 넘겼지만, 이날 보다 구체화된 내용을 선보였다.

‘취약계층 반려동물·봉사동물 대상 20여 기초 진료 항목에 적용’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 방향 시사
민간 병원 강제 아니라지만..가격 압력 우려
펫보험 활성화도 주요 정책 과제
이재명 서기관은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고 노령동물이 증가하며 시민들은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 국정과제에 공공동물병원, 공익형 표준수가제 도입이 포함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반려동물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는 지자체를 통해 공공동물병원 조성을 지원하고, 대학동물병원이 유실·유기동물이나 봉사동물을 진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두고서는 “현재 연구용역을 통해 사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 진료에 해당하는 20개 내외의 항목에 표준 수가를 만들어 공공동물병원이 취약계층 반려동물이나 봉사동물을 진료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방식을 시사했다.
해당 항목은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게시, 공시제 대상으로 선정된 초·재진비와 입원비, 혈액검사, 백신, 엑스레이 등으로 예상된다.
이 서기관은 “일각에서 공익형 표준수가제가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공공동물병원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간 동물병원도 취약계층 반려동물 등에 자발적으로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적용한다면 ‘상생동물병원’으로 지정하고, 진료비 바우처를 통해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서기관은 “보험 업계에서는 표준화된 진료수가가 없다 보니 진료비 편차가 높은 지역이나 항목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공익형 표준수가제가 어느 정도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바꿔 말하면 공익형 표준수가제를 민간 동물병원에 강제 적용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표준수가를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개원가의 진료비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가령 정부가 혈액화학검사비의 표준수가를 00만원으로 제시하면, 마치 해당 가격이 ‘혈액화학검사의 적정가’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한 수가제 도입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한 바 있다. 해당 연구결과는 오는 3월경 나올 예정이다.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도 주요 정책 과제로 거론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동물의료에 대한 공보험은 없고, 민간 보험이 의료비를 보장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서기관은 “지난해 2%로 추산되는 국내 펫보험 가입률이 10~20%까지 올라야 실질적인 진료비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보험상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진료비 관련 통계를 발표하고, 보장 범위 확대와 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동물의료법’ 초안 만든다
전문의 제도 도입안 ‘충분한 협의’
대학동물병원법 제정 논의도
이번 정부 국정과제를 통해 동물의료가 명실상부한 국가 어젠다가 됐다는 점도 지목했다.
동물의료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현재 수의사의 면허와 기능을 다루는데 그치고 있는 수의사법을 ‘동물의료법’으로 전부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서기관은 “동물의 건강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법 체계로 명확히 할 것”이라며 “올해 (법 개정)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전문의(전문수의사) 제도 도입도 이미 예고됐다.
이 서기관은 “현재는 개별 동물병원의 수의사 역량과 자율 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제도적 미비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제도를 신설할 전문진료과목의 범위, 수련 체계, 관리 주체 등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두고 수의계와 학계, 소비자단체 등과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의학교육 국회토론회에서 지목된 대학동물병원 운영 체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대학동물병원이 교육·연구·진료의 중심을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상교원 부족, 법적 지위 미흡, 재정 압박의 삼중고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대학동물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교육·연구·진료 기능을 개선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국회와 수의대 교수진 등의 논의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이 서기관은 “최근 인의의 국립대학병원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옮기는 법 개정이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저희도 대학동물병원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