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사회환원으로 이어지도록, 수의대에서 보호소의학 가르쳐야”

2023년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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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경없는 수의사회(대표 김재영)가 19일(일) 국회에서 2023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제주대 윤영민 교수는 ‘수의대에서 왜 보호소의학을 가르쳐야 하는지’ 설명했고, 서울대 이인형 교수는 역량 있는 수의사 양성을 위해 수의대 차원의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소 수의학, 보호동물의학, 보호소의학* 등으로 불리는 Shelter Medicine은 동물보호센터의 체계화·전문화를 위해 꼭 필요한 학문이다. 임상수의학은 물론, 유기동물의 특성과 구조·격리·관리·입양 체계와 동물보호시설의 운영·직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배운다. 반려동물 임상보다 전염병, 예방의학, 수의법의학에 대한 지식이 더욱 요구된다.

(*편집자 주 : 이 글에서는 Shelter Medicine을 보호소의학으로 번역하겠습니다).

보호소의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수의사가 배출되어 동물보호센터에 배치되면, 유기동물 관리가 보다 전문성을 띠고, 유기동물의 복지 증진 및 입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수록 보호소의학을 전공한 수의사에 대한 요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보호소의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은 사실상 없다. 그나마 수의대 중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전공선택 과목을 운영 중이다(본과 4학년 2학기 ‘동물보호소의학’). 서울대 수의대의 경우, 올해 2학기 전공선택 과목으로 Shelter medicine을 개설했지만, 신청자가 4명에 그쳐 강의 개설이 되지 않았다. 서울대의 전공선택 과목은 총 15개인데, 동물병원 경영학 등 다른 과목에 비해 보호소의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선진국의 상황은 다르다. 보호소의학에 대한 관심도 크고, 교육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윤영민 교수(사진)에 따르면, 코넬대학교,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등 미국 수의대의 약 80%가 보호소의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 수의사의 94.8% 이상이 보호소의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한다.

제주대 수의대 동물보호소의학 과목 중 현장(제주도 동물보호센터) 방문 교육 모습

제주대 수의대의 보호소의학 과목 운영도 쉽지 않았다. 9~10년 전에 과목을 운영했었지만 이후 없어졌다가 최근에 다시 개설됐다.

본과 4학년 2학기 전공선택 과목으로 운영 중인데, 15명 정도의 학생만 신청받는다. 보호소 현장 교육이 많다 보니, 학생 수가 많으면 과목 운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전염병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제주대의 경우, 본과 4학년 1학기까지 동물병원 로테이션 과정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2학기에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 방문할 일이 드물다. 보호소에는 늘 새로운 유기동물이 입소되는 만큼, 실습을 갔던 학생을 통해 동물병원에 감염병이 전파될 여지가 있는데, 이런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한 것이다.

학생들은 제주도 동물보호센터 현장 방문 교육에서 시설·현황·운영에 대해 배우고, 센터 동물병원에서 유기동물 건강검진, 감염병진단, 진료 등을 참관한다. 이외에도 사설 유기견보호소(민간동물보호시설) 봉사활동도 펼친다.

이론 수업은 BSAVA Manual of Canine and Feline Shelter Medicine, Shelter Medicine for Veterinarians and Staff(Wiley-Blackwell), The Guidelines for Standards of Care in Animal Shelters(The Association of Shelter Veterinarians’(ASV)) 등 교과서와 가이드라인을 활용한다.

윤영민 제주대 수의대 교수는 “보호소 입소 동물은 초기부터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동물보호소에서 수의사가 잘 역할을 하기 위해) 수의대에 보호소의학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호소의학과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을 통해, 수의사의 재능기부와 사회 환원을 배울 수 있다”며 “학생 때부터 이런 경험을 한다면, 졸업 후 각 분야에서 수의사들이 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면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 활동 모습

이인형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역량 있는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수의대의) 봉사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 수의대에는 ‘팔라스’, ‘나눔회’ 2개의 봉사동아리가 있으며, 실험동물복지동아리 ‘동실동실’도 있다. 2021년 4월에는 지역사회 공헌과 학생 봉사·교육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봉사단’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인형 교수는 봉사활동을 통해 ▲수의사로서 심성을 갖추고 ▲기본 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주위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게 되고 ▲사회변화를 주도하게 된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수의대가 ‘전인적 수의사 양성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한정애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한편, 이날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는 시상식과 활동 내역보고, 한국 구조견 해외입양 현실과 문제(유엄빠 박민희 대표), 반려동물 제3자 판매금지 필요성(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대표) 발표와 토론회가 진행됐다.

심포지엄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홍근·한정애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홍보대사인 박수홍, 손헌수 씨도 참석했다.

국경없는수의사회 봉사활동을 지원한 삼양애니팜(대표 민필홍), 우리와(대표 최광용), KB손해보험(ESG전략유닛장 최선영) 등에게는 감사패가 전달됐다. 삼양애니팜은 베트남법인을 통해 베트남 해외봉사를 적극 도왔으며, 우리와는 사료 등을 꾸준히 후원 중이다. KB손해보험은 이동의료 봉사차량을 기증했다. 전염병검사 키트를 후원하고, 봉사에도 직접 동참 중인 바이오노트(대표 조병기)도 함께 했다.

국경없는수의사회는 올해 2월 라오스 해외봉사를 시작으로, 3월 경주, 4월 용인, 5월 아산 삽교천, 6월 용인, 9월 포천, 10월 베트남, 10월 파주까지 총 8번의 국내외 봉사활동을 펼쳤다. 동물의료봉사뿐만 아니라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삽교천)도 진행했다.

8번의 봉사활동에는 수의사 154명, 수의대생 175명, 일반봉사자 152명(이상 누적)이 참여했으며, 백신접종 181마리, 임상병리검사 379마리, 중성화수술 413마리의 봉사를 진행했다.

내년 1월에는 동남아 광견병 청정지역 프로젝트를 위해 라오스로 떠난다.

김재영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는 “동물복지가 왜 필요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동물이 안전하게 살 수 있고, 생태계가 건강한 환경이 곧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동물, 환경, 인간이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mingyu040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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