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로펌] 동물병원서 일하다 쓰러졌다면 산재보상 받을 수 있나

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관련된 법적 이슈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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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관련된 법적 이슈②>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 및 입증

변호사·수의사 김성철

지난 기고문(보러가기)에서는 동물병원 진료 중 개물림 사고를 당하여 사용자인 동물병원장에게 합의금을 요구하는 동물보건사의 사례를 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 사고’에 대해서 그리고 산업재해보상 보험급여신청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간의 관계 등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업무상 사고’와 함께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하위 개념인 ‘업무상 질병’에 대해서 살펴보고, 특히 업무상 질병에 따른 산재보상청구 사건 등에서 주된 쟁점이 되는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 및 그 입증 등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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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동생은 동물병원에서 동물보건사로 5년간 근무하였는데,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뇌출혈로 퇴근 후에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동생은 평소 1일 8시간을 근무하였는데, 평균 1주에 1회 정도 특히 업무량이 많은 토요일에 2∼3시간의 연장근로를 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하였으나, 거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현행 산재보험법에 의하더라도 뇌지주막하출혈, 뇌실질내출혈, 뇌경색, 심근경색증, 해리성 대동맥류가 업무상 사유에 의해서 발병했을 때에는 ‘업무상 질병’이라고 간주되고 있습니다.

위 질문자의 동생분은 대표적인 업무상 질병으로 알려진 ‘뇌출혈’로 사망하였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산재보험으로 보상처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산재보상의 주체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처리 거부처분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근로자 내지 그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처리 승인 받을지 거부될 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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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기관은 법원입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법원의 입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제37조 제1항).

즉, 업무상 사고 및 업무상 질병을 포괄하는 개념인 ‘업무상 재해’(이하에서는 질의에서의 사안에 맞추어 ‘업무상 질병’으로 설명합니다)에 따른 산재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질병이 ①업무에 기인한 것으로서 ②업무와 질병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우선 ‘①업무에 기인한 것’이라는 요건은 업무상 질병이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여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 근로자가 사용자(가령 동물병원장)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을 점이 인정되어야 당해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동생분처럼 업무를 끝내고 자택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와 달리, 업무수행 중에 고객의 폭언과 폭행을 원인으로 또는 작업 도중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놀라서 뇌출혈로 사망하였다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경우’는 근로자의 뇌출혈이 업무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체질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거나 악화되었다는 점이 증명된 경우가 될 것인데, 그 같은 경우는 현실적으로 극히 드물 것입니다.

두 번째로 ‘②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의 요건과 관련하여서는 법률용어인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합니다.

업무상 질병 여부에 관한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인 법원 및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원인)과 질병(결과)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데요, 여기서는 반드시 의학적 또는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인과관계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객관적으로 보아 일반적인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어떤 선행행위로부터 일반적으로 초래되는 후행결과가 발생하게 되는 인과관계를 말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살피게 됩니다.

법원은 업무와 질병 간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판시한 바 있습니다.

우선 판단의 대상과 관련하여서는 추상적인 의미의 보통평균인이 아닌 문제가 되는 개별 사건에서의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판단의 방법과 관련하여서는 근로자의 업무시간, 업무량, 업무부담가중요인, 업무환경, 기왕의 병력과 같은 체질적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질문자의 동생분도 상기의 기준에 따라 판단을 받았을 것입니다. 질문자의 동생분은 업무시간 중에 사망하였던 것이 아니므로 사망이 업무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아마도 유족 측에 의하여 객관적인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여 결과적으로 업무와 질병 내지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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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른바 ‘증명책임’이라는 두 번째 쟁점이 부각됩니다.

‘증명책임’이란 당사자가 소송 등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의 존재와 진실을 증명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기의 주장사실이 없는 것으로 처리되는 위험 또는 불이익을 말하는데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는 근로자 측에서 그 증명책임을 부담합니다.

다만 산재보험법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가 직면하는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은 증거의 편재(偏在),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업무수행 중에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근로자 측에서는 완화된 증명책임을 부담하고, 오히려 근로복지공단 측에서 ‘업무와 관계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질병이 발생하였다거나 악화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반면에 업무수행 도중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동생분 사례에서와 같이 업무시간 외에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라면 원칙으로 돌아가 근로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인과관계’에 대하여 증명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증명책임에 관한 소송법상의 법리는 근로자와 근로복지공단 간에 벌어지는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 지급거부처분취소소송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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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평소에 동물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들께서는 위에서 설명해 드린 점을 숙지하시어, 본인이 향후 맞닥뜨릴 수 있는 근로자와의 소송 등 분쟁 상황에서 본인이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될 사항을 미리 자체적으로 조사하시거나,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하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필요하면 관련 증거를 수집하시는 등의 사전 조치를 하시어, 불측의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실 것을 조언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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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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