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코로나19 예방하려면‥야생동물 수입·사람 접촉 막아야

위험은 미리 알 수 없고, 검역은 한계 명확..환경부 ‘백색목록’ 고강도 수입규제 여부 두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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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신종 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처럼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감염병X’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할 수 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리사각지대에 놓인 체험형 동물전시·야생동물카페를 규제하고,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수입·소유·판매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복지국회포럼은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코로나19 이후 시대, 신종질병 예방을 위한 야생동물 관리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간-동물 접점에서 질병 관리해야..야생동물은 아예 접촉을 차단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인간-가축-야생동물의 접점을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항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는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다. 더 강력한 감염병이 올 수 있다”며 병원체가 종을 뛰어 넘어 전염될 기회인 인간과 동물의 접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사자와 사육동물, 야생동물이 뒤엉킨 육견농장이나 야생동물 구조활동, 박쥐에 노출되기 쉬운 동굴탐사 활동 등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의 인수공통감염병 예방의 핵심으로 ‘접촉기회 차단’을 꼽았다.

특정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고 관리하는 기존의 ‘질병 중심 방식’은 야생동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황주선 박사는 “광견병만 없다고 라쿤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야생동물이 가진 미생물에 대한 인간의 지식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만큼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포유류·조류의 바이러스를 약 160만개로, 이중 70만개가 인수공통 감염성을 가졌을 것으로 예측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신종 바이러스 발굴사업(PREDICT) 결과를 인용하면서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종 질병의 병원체는를 먼저 찾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진단법을 조기에 확립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그것도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여 병원체를 확보한 이후였다.

지난달 열린 ‘감염병X 원헬스 전략 토론회’에서 이재갑 한림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면 확인과 대응에 얼마가 걸렸을까”라고 질문하며 “중국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전세계 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카페 등 접촉 형태 전시 금지해야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홍보 필요 ’사랑새가 굶는 건 괜찮아도 사람의 위험에는 민감하다’

이날 거론된 야생동물 접촉 최소화 대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야생동물은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고, 향후에는 국내 야생동물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전자에서는 야생동물 카페를 포함한 체험형 전시시설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지목된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동물원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시설 외에는 야생동물 전시를 아예 금지하고, 오락적 목적의 접촉 행위는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촉구했다.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이 위험하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청주동물원 김정호 수의사는 청주동물원에서 사랑새 모이주기 체험활동이 종료된 계기를 소개했다.

관람객이 모이를 손에 올려 놓으면 사랑새가 날아와 먹는 형태였는데, 이를 위해 체험전에 사랑새들이 굶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 체험을 없애자고 제안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4년여전 인수공통감염병인 폴리오마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곧장 폐지됐다. 김정호 수의사는 “사실 폴리오마 바이러스는 사랑새에서도 새끼가 아니면 큰 문제가 없고, 사람에게 드물게 감염되지만 정상적인 면역을 가지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사람들은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알게 되자 체험 폐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검역은 불완전 ’야생동물 꼭 수입해야 하나’ 근본적 고민..백색목록 도입될까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연내 개원 초읽기

국내에서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야생동물을 자유롭게 사고 팔고 번식하고 소유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정애 의원은 야생동물 수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허가를 하든 규제를 하든 일단 야생동물의 수입을 허용하면 검역이 필요한데, 완벽한 검역이 불가능하니 구멍이 생긴다”며 “근본적으로 야생동물을 꼭 수입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들도 야생동물에 대한 검역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형주 대표는 “검역체계를 아무리 갖춰도 모든 병원체를 검사할 수는 없고, 양서·파충류까지 한 마리씩 검사하는 나라는 없다”며 “불필요한 거래와 개인 수요, 접촉을 줄이는 것이 국제사회의 목표”라고 지목했다.

황주선 박사도 “어떤 질병이 올 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오는지(interface)는 알고 있다”며 야생동물 수입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홍 농식품부 검역정책과장은 “야생동물을 검역한다 해도 마취 없이는 시료 채취가 어렵다. 죽은 개체가 생기면 부검을 할 수 있지만 따로 의심되는 질병과 그에 따른 진단법이 수립되지 않은 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수입하되, 수입을 허용할 때도 위험성 평가와 수입시설 등을 요구하는 백색목록(white list) 형태의 규제 방향을 시사했다.

환경부 당국은 야생동물 수입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수준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다.

장성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일단 국내 유입된 이후에는 야생동물(멧돼지)을 포획·수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질병은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면서 “야생동물의 개인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는 있지만, 백색목록이나 흑색목록(black list) 등 방법론은 진행 중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현 과장은 “유입 관리의 대상이 되는 동물종을 넓히고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검역 근거와 시설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야생동물질병관리원도 인력 구성을 위한 부처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올해 안으로 개원하면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기본 연구와 예찰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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