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전공자 첫 취업까지 평균 16.1개월 소요?

통계분류가 낳은 해프닝...수의학, 농림어업과 같은 영역 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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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 전공자의 첫 취업까지 소요되는 평균 기간이 16.1개월이라는 통계자료가 발표되며 수의계 일각에서 작은 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수의학이 농림어업과 같은 영역으로 분류되면서 발생한 오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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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첫 일자리 진입기간 현황 발표

농림어업 및 수의학 전공 대졸자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 16.1개월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노동리뷰 2019년 9월호를 발간하고 ‘교육영역별 첫 일자리로의 진입기간 현황’을 소개했다. 자료가 발표된 이후, 수의계 일각에서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대부분 원할 때 취직이 가능한데, 첫 취업까지 16개월이 걸린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본지가 원본자료를 확인한 결과, 수의학의 교육분류(영역)가 농림어업과 함께 ‘농림어업 및 수의학’으로 묶여있어서 생긴 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리뷰 9월호의 <2019년 청년층(15~29세) 대졸자 교육영역별 첫 일자리 진입기간 표>에 따르면, 농림어업 및 수의학 영역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16.1개월이었다(대졸 기준). 즉, 의학 전공자뿐 아니라 농림어업 전공자까지 포함된 수치라는 것이다.

통계 표본도 다른 영역에 비해 턱 없이 작았는데, 농림어업 및 수의학 영역의 통계 표본은 8천여명(대졸 기준)인 반면, 보건 및 복지 분야의 경우 23만여명(대졸 기준)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참고로, 전체 평균은 7.8개월이었으며, 보건·복지 전공이 5.1개월로 일자리로의 진입기간이 가장 짧았다(대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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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제정된 ‘한국표준교육분류(영역)’에 ‘농림어업 및 수의학’으로 대분류 정해

전문가들, 교육 분류 제정 때부터 “혼란 예상”

그렇다면, 한국노동연구원은 왜 수의학을 농림어업과 함께 묶어서 조사한 것일까. 이는 이번 분석이 교육영역별로 조사된 자료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지난 2016년 9월 ‘한국표준교육분류(영역)’를 제정했다. 2013년 개정된 국제표준교육영역분류를 토대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이 당시 통계청의 설명이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치의학, 의학, 간호학, 약학, 한의학 등은 보건 및 복지 영역으로 분류됐고, 수의학은 농림어업과 함께 ‘농림어업 및 수의학’으로 분류됐다. 수의사의 관할 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의계 일각에서는 “수의학을 농업, 임업, 어업과 같은 대분류로 분류하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의학과 농림어업이 계속 같은 분류에 속하면, 이번 사건과 같은 오해와 혼란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표준교육분류가 처음 제정될 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도 2016년 자료를 통해 “한국표준교육분류(영역)이 국제비교성은 용이하지만 국내활용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각 기관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학과 및 전공에 관한 정보를 매년 조사·생산·공표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중요한 정책 입안 및 평가 자료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부처와 유관기관의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이를 그대로 고시하여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었다(박종효·김본영·황정원, 2015).

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의 의견수렴 과정에서도 교육부와 유관기관 담당자,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비슷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는 결국 그대로 시행됐고, 이번 사건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고 말았다.

국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한국표준교육분류(영역)의 전반적인 검토와 함께 수의학 분야의 분류 적절성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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