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백신접종업 신설 언급에 `화들짝` 수의계 반대기류 극명

농식품부 구제역 방역대책 일환으로 타진..대수 ‘수의료체계 전반 흔든다’ 반대

등록 : 2019.04.04 17:00:21   수정 : 2019.04.05 16:47:2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정부가 구제역 백신접종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백신접종업’ 신설을 언급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산질병관리사 이후로 동물에게 침습적인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가된 또 다른 직역이 출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농식품부 구제역 방역개선대책 초안에 담긴 '백신접종업' 신설

농식품부 구제역 방역개선대책 초안에 담긴 ‘백신접종업’ 신설


백신접종업 신설해 구제역 백신 미흡 농가에 강제 적용하겠다”

복수의 수의계 관계자에 따르면, 3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 초안에 ‘백신접종업’ 신설이 포함됐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백신접종업 제도를 도입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농가나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이 기준치를 밑돈 농가는 백신접종업체를 통한 접종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백신전문업에는 관리자로 수의사를 1인 이상 고용하도록 하고, 접종인력이 연 1회 정기교육을 이수해야 한다는 자격요건도 담겼다.

수의사도 농가도 아닌 제3의 직역에게 백신접종주사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백신접종업 신설은 구제역 재발원인을 농가의 백신접종 기피현상에서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50두 미만 소 사육농가에게 지원되는 공수의 접종을 제외하면, 현행 구제역 백신접종이 농가의 자율접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돈 수의사단체, 백신접종업 부적절..실효성 의문

소임상수의사회 임영철 회장은 백신접종업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임 회장은 “백신접종업을 신설한다고 해서 규모가 큰 소 사육농장이 추가 비용을 들여 활용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현재 시범사업 중인 가축질병치료보험을 통해 수의사의 정기 예찰업무 중 하나로 구제역 백신접종을 지원하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가 백신을 기피하게 만드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백신 부작용을 우려한 농가를 상대로 ‘스트레스 완화제’ 명목의 약품들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다”며 “이들 완화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도 있는만큼 이문제에 대한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현섭 양돈수의사회장도 백신에만 치우친 구제역 개선대책에 우려를 표시했다.

김 회장은 “’백신 정책에 너무 의존한다’는 자기평가를 내린 당국이 개선대책에서는 오히려 백신접종 관리에 치우친 셈”이라며 “개별 수의사가 농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국가재난형 질병과 항생제 내성 등 식품안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구제역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접종업이 신설된다 한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농장에서 사용하는 백신이 구제역 백신뿐인 것도 아니고, 규모가 큰 농장은 오히려 자체 직원을 통한 접종 여력을 갖추고 있는데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수 `수의료체계 전반 흔든다` 반대입장 천명

대한수의사회도 백신접종업 신설에 ‘어불성설’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백신접종업이라고 하지만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동물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방역 대책의 한 꼭지가 아니라 수의료체계 전반을 흔드는 문제”라고 성토했다.

‘가축수가 많아 현실적으로 수의사만 접종하기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접근법의 선후가 잘못됐다”고 선을 그었다.

소, 돼지 사육두수에 비해 임상수의사가 부족한 것은 농장동물에서 자가진료와 약품 사용이 전면 허용된 제도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농장동물에서도 자가진료가 제한되고 수의사가 모든 진료를 담당하도록 개선된 이후 수의사 수급을 감안한 보조인력 활용범위를 검토한다면 모를까, 당장 백신접종업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수의사만으로는 백신접종 어려운 가금업계..’접종팀’ 양성화 필요성 제기도

수의계 전반에 백신접종업에 대한 반대 기류가 분명한 가운데, 가금업계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인 양성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간 수천만수의 닭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가금업계의 구조상 수의사 단독의 백신접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금수의사들이 부검이나 정밀검사를 통해 농장 질병상황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약품사용이나 백신프로그램을 지도하긴 하지만, 실제 적용은 농가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농식품부가 이번 방역대책 초안에서 예시로 든 지점도 가금업계의 ‘접종팀’이다.

‘접종팀’은 산란계나 종계 등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대행하는 일종의 용역이다. 비(非)수의사와 외국인 노동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불법적인 영업형태다. 수의사법을 위반한 무면허진료행위에 저촉될 소지가 높다.

산란계 농가가 규모별로 닭 수천~수만수의 백신을 한꺼번에 접종해야 하다 보니 자체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만들어진 기형적인 현상이다.

가금업계의 한 수의사는 “개체치료 위주의 반려동물과 축군 단위로 질병을 관리하는 가금의 상황은 분명히 다르다”며 “현재는 사각지대의 불법영업에 머무르고 있는 접종팀 관행을 양성화하고, 적어도 수의사의 관리 하에 백신이 활용되도록 제도권 안으로 포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수의사들도 ‘반대 입장’ 분명

이번 계획은 구제역 방역과 관련되어 있지만, 반려동물 임상 수의사들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백신접종이라는 수의사 고유의 진료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물론, 추후 관납 광견병 백신 접종을 전문 접종업자가 대신하거나, 동물보건사 업무 범위에 백신접종 행위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는 “구제역 방역 때 수의사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수의사들의 고유 업무까지 정부가 뺏어가려고 한다”며 정부의 계획에 강한 비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