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일원화‥불법 처방 잡아낼 기반 만든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사용실태 양성화..기록 편의 제고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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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처방제 운영이 처방관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처방전 형태로 일원화된다. 항생제를 포함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 수의사 진료 없이 오남용 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일 농림축산식품법안소위를 열고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일원화를 포함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2014년 전자처방전 일원화 필요성이 제기된 후 5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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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처방에 멍든 처방제..전자처방전으로 관리해야 의심사례 잡을 수 있어

2013년 도입된 수의사처방제는 항생제, 호르몬제 등 오남용 위험이 높은 주요 동물용의약품을 ‘처방대상’으로 지정해 수의사의 직접 진료 하에 사용될 수 있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사람의 전문의약품과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축산 현장에서는 수의사처방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의사 진료를 받지 않고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용의약품판매업소가 처방전만 발급해주는 수의사(처방전 전문 수의사)와 결탁해 처방대상 약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오히려 직접 진료를 고집하는 동물병원이 농가로부터 외면받기 쉬운 구조다.

직접 진료 후 처방했는지 여부를 단속하기도 어렵다. 수기처방전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일이 진료내역과 대조해 불일치점을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해 감사원이 직접 진료 없이 허위로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한 수의사 28명과 의심사례 1,736건을 적발했지만 이것도 전자처방전 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수기처방전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의 전자처방전 발급실태를 분석한 결과, 과다처방이 의심되는 기관(동물병원)이 2017년 45개, 2018년 41개로 조사됐다.

하루에 10건 이상의 처방전을 발급한 곳으로, 농장에 직접 진료를 나간 후 처방했다고 보기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전자처방전 의무화는 수의사처방제 정착의 선결조건으로 지목된다.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 어디서 얼마나 사용되는지 모두 전산으로 파악되면, 불법 오남용 의심사례를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eVET으로 파악되는 처방내역은 전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사용의 10% 가량에 불과할 것”이라며 전자처방전 의무화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사용관리의 양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감사원이 적발한 수의사처방제 허위 처방 의심사례. 10분 이내에 타 시도에서 처방됐다는 사실도 전자처방전이었기 때문에 파악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감사원이 적발한 수의사처방제 허위 처방 의심사례.
10분 이내에 타 시도에서 처방됐다는 사실도 전자처방전이었기 때문에 파악할 수 있었다.

처방대상 동물약품 처방전·사용내역 모두 eVET에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은 수의사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을 발급할 때 반드시 eVET(http://www.evet.or.kr/)을 통한 전자처방전 형태로 발급하도록 규정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전자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했을 때는 3일 이내에 해당 처방전을 eVET에 등록하면 된다.

수의사가 동물병원 내에서 직접 처방·투약·조제하는 경우에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같다. 다만 해당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명칭·용법·용량 등을 eVET에 입력해야 한다.

진료기록부에 남긴 투약 내역을 별도의 전자시스템에 기록해야 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때문에 일선 동물병원이 보다 쉽게 eVET에 사용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전자차트(EMR)와의 데이터 연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2013년 처방제를 도입하면서 EMR 연동을 협의했지만, 당시에는 필요성이 크지 않아 일부 차트를 제외하고는 보류된 바 있다”며 수의사법 개정 상황에 따라 관련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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