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수의학교육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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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항, 피자로 유명한 이탈리아 나폴리에도 수의과대학이 있습니다. 바로 13세기에 설립된 유서 깊은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 수의학과입니다.

세계수의학도협의회(IVSA)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나폴리를 방문한 김지은 학생기자가 현지 학생들을 만나, 이탈리아와 한국의 수의학교육과 동물병원을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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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페데리코2세 수의과대학 전경

Q. 먼저 나폴리 페데리코2세 수의과대학을 소개해달라

이탈리아의 13개 수의과대학 중 하나로 아름다운 항구도시 나폴리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 대학은 13세기에 건립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다. 대학 건물도 성당을 개조한 것이라 마치 신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을 획득한 수의과대학으로서 매해 배출하는 50여명의 수의사들이 가축, 반려동물, 야생동물의 건강뿐만 아니라 멸종위기동물을 보존하고 축산물, 의약품, 사료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 목표다.

이를 위해 글로벌동물용의약품 제약사 바이엘, 이탈리아 자연처방식 사료업체 파미나(Farmina) 등과 산학협력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아름다운 항구도시를 지켜나가기 위해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연계하여 바다거북이나 물새, 버팔로 등 야생동물을 치료하고 있다.

Q. 한국은 수학능력시험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다. 이탈리아 수의과대학에도 특별한 입시제도가 있나

이탈리아에서는 5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친 후 전공을 선택하고, 그 전공에 맞춰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별로 다를 수 있지만 수의학과는 논리학, 생물학, 화학이 기본이다.

편입도 가능하다. 프란체스카도 약학대학에서 수의과대학으로 편입했다. 다만 편입을 해도 반드시 1학년부터 다시 다녀야 한다.

Q. 한국 수의과대학은 예과2+본과4로 구성된 6년제다. 일부 학교는 마지막 학년에 실습교육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수의학교육 제도는 어떠한가?

이탈리아 수의대는 5년제다. 4년 6개월은 이론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마지막 6개월은 인턴쉽에 집중한다.

한국의 예과 개념은 이탈리아에서는 1학년인 것 같다. 일반생물학 위주의 광범위한 기초지식을 다루는 시기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임상과목에 집중한다.

1학년일지라도 언제든 학생이 원한다면 ‘학생 인턴’으로 대학동물병원 진료에 참여할 수 있다. 본인(빈첸조)를 포함한 4학년 학생들도 교수 지도 하에 신경외과 진료와 수술을 참관하고 있다.

보통 1, 2명의 학생이 다양한 진료과에 배치되기 때문에 보다 생생한 현장실습이 가능하다.

5학년 마지막 6개월은 인턴프로그램으로서 임상에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가령 환축의 간단한 검사나 채혈, 주사 등은 학생들이 담당하는 식이다. 여러 진료과와 실험실에서 보조업무를 수행하며 실무경험을 쌓는다.

Q. 한국은 전공과목을 낙제하면 1년을 유급해야만 한다. 이탈리아도 그러한가?

몇 년 전만 해도 유급제도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특정 과목을 낙제하면 해당 과목만 재시험을 치른다. 매 학기나 매년 시험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선행과목에 낙제를 한 학생은 다음 과목을 수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해부학에서 낙제한 학생은 재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외과학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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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준 나폴리 수의과대학 IVSA 단원들
(왼쪽부터) 빈센초, 다니, 브루넬라, 프란체스카, 루치아노

Q. 한국에서는 지역 동물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떤가?

동물병원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학생실습생을 모집한다. 사실 일반 동물병원보다는 대학동물병원의 인기가 높다.

우리 대학에서는 수술준비 및 의료기구 소독 등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150시간에 1천유로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은 아니지만, 가까이서 수술을 보고 교수님께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인기가 높다.

반면 일반 동물병원에서 뽑은 아르바이트는 보수도 매우 적고 배움에도 한계가 있어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Q.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학생들이 교수님들을 어렵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 곳에서는 학생들과 교수가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폴리 수의과대학 교수님들 모두 친근하고 학생들에게 실습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한다.

학생 개별의 관심분야에 따라 실습기회를 직접 계획하고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식품위생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 실험실에서의 해산물 안전성 검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말에 관심이 많다면 말 스페셜리스트 수의사를 따라 앰뷸런스를 타고 직접 농가에 들러 실습한다. 프란체스카는 나폴리에 있는 버팔로 농장에서 실습 중이다.

드물긴 하지만 대학병원에 내원한 보호자가 수의대생의 실습에 불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수의사가 아닌 학생들이 이곳저곳 만져보고 청진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 교수님들과 수의사들, 학생들 모두 “대학병원의 첫번째 설립목적은 좋은 수의사를 배출하기 위해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의 이윤만을 위해 학생과 인턴의 실습기회를 빼앗는 것은 수의학을 짊어질 미래의 싹을 잘라내는 것과 같다.

Q. 유럽연합 회원국과의 교류도 활발할 것 같은데

나폴리 수의과대학은 EAEVE 인증대학이므로 우리학교를 졸업한 수의사들은 모든 EU 회원국에서 수의사로 일할 수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 간 교환학생제도(ERASMUS)도 있다.

프로그램 기간별로 2개 유형이 있다. 6개월 과정으로 실습만 하거나, 1년 과정으로 해당 수의과대학 학생과 똑같이 모든 수업과 실습에 참여하는 과정이 있다. 후자의 경우, 교환학생으로 수강한 모든 학점이 모교에서도 인정된다.

본인이나 루치아노 모두 독일이나 스페인 등 EU회원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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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해안에서 낚시줄을 먹어 구조된 바다거북.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와 대학 동물병원이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Q. 동물병원으로 화제를 옮겨보자. 병원 안에서 테크니션이 자연스럽게 역할을 담당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탈리아에서 수의테크니션 제도는 합법적으로 운영된다. 반드시 수의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닌 업무량을 줄여줌으로써 수의사가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에 보다 집중하게 한다는 것이 테크니션 제도의 핵심이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의 교육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한다. 외과 수술을 준비하거나, 혈액이나 소변 등 검체를 채취하는 등 역할 유형도 다양하다.

하지만 수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영역은 확실히 제한한다. 가령 엑스레이나 CT 등 진단영상촬영은 테크니션이 할 수 없다.

테크니션과의 협업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업무영역의 분담도 확실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테크니션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Q. 한국에서는 축주의 자가진료 문제가 심각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떤 지 궁금하다.

자가진료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실력에 따라 진료수가에 차이가 있지만 그다지 높지는 않다.

보호자들도 동물이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치료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동물이 아프면 온 가족이 출동해 내원할 정도다.

자가진료가 문제가 될 만큼 빈번하지도 않고 동물병원에도 성실히 내원한다. 다만 진료비를 깎거나 돈이 아닌 현물로 대체하려는 경우는 많다.

Q. 동물보험도 있나?

종에 따라 다르다. 비싸고 흔치 않은 종이라면 보험을 들 수 있지만 일반 중, 소형견에서는 드문 편이다.

말에서는 보험이 필수적이다. 대동물에서도 보험제도를 적지 않게 활용한다.

Q. 사실 한국의 도시에서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동물병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더라. 로컬 동물병원의 숫자가 적은 것인가?

이탈리아에서 로컬 동물병원은 Clinic이나 Ambulatario(외래 진료소)로 불린다. 수의사 원장 혼자 운영하는 Ambulatario는 굉장히 많다. 포화상태다.

사실 큰 길은 임대료도 높고, 같은 거리(Street)에는 동물병원을 3개 이상 짓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눈에 띄지 않았을 수 있다.

1차, 2차 병원과 같은 진료전달체계는 따로 없다. 대학병원에도 편하게 내원할 수 있다. 초진과(1st Visit)가 따로 있어 간단한 케이스라면 인턴들이 처치하고, 심화진료가 필요하다면 각 진료과로 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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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수의과대학의 IVSA 단원들

Q. 끝으로 IVSA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말해준다면?

이탈리아의 수의대생들은 프랑스나 헝가리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유럽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 행사도 많이 치르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의 수의대생들과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어 아쉽다.

여러 나라의 수의대생들은 분명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 각국의 진료 시스템이나 수의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보면서 ‘저 나라의 방식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나폴리를 방문한 다른 나라 수의대생들이 ‘실습기회가 좋은 경험이 됐다’는 피드백을 줄 때 보람을 느낀다. 무엇보다 나폴리의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들을 수의대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김지은 기자 mypiano1992@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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