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육을 원한다②] 소 임상:권순균 홍익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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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가 2월 12일 회의에서 ‘한국의 수의사상’이라는 용어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인터뷰 시리즈 제목을 변경합니다. 편집자주)

한국 수의학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무엇을 가르치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수의사로 만들어내느냐’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에서는 최근 수의학교육의 졸업역량(핵심역량)을 정의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습니다. 졸업까지 어떠한 역량들을 갖춘 수의사가 될지 규정한 후 그러한 역량을 실제로 갖출 수 있도록 대학교육을 바꿔나간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졸업역량’을 규정하는 일은 수의학교육 개선의 시작점이 됩니다.

수의사는 임상뿐만 아니라 방역, 축산물위생,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합니다. 임상만해도 반려동물, 산업동물, 야생동물 등 축종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각 분야마다 요구되는 역량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한 차이들 또한 졸업역량에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의사들을 만나, 현장에서 바라보는 수의학교육 개선점에 대해 들어보는 [이런 교육을 원한다]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제2편은 소 임상 분야입니다. 20년 넘게 소 임상수의사로 활동해왔고 최근 출범한 한국소임상수의사회에서 총무이사를 역임한 권순균 홍익동물병원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인터뷰에는 소 임상수의사 경력을 가진 문성도 수의사와 홍익동물병원에서 소 임상수의사로 근무 중인 양훈석, 정성룡 수의사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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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균 홍익동물병원장

Q. 소 임상수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고 그에 맞는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실제 진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권순균 낙농분야에서는 많은 수의사들 사이에 허드체크(Herd-Check)가 일반화됐다. 분만이 있어야만 우유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난소치료, 임신진단, 불임치료, 발정동기화 프로그램 운영, 인공수정 등 다양한 산과치료를 실시하는 것이다. 보통 월별로 일정액을 받고 농가와 계약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물론 한우, 젖소, 육우에서 난산 등 기본적인 응급진료와 외과질환 수술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허드체크가 60%, 개체치료가 40% 정도 되는 것 같다.

목장의 사양관리, 영양관리 등도 중요하다. 수의사는 많은 농가들을 보고, 외국 선진환경을 접하기 때문에 진료농가를 대상으로 여러 측면을 조언할 수 있다.

본인은 다른 수의사들과는 달리 농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운 영양관리나 경영적 측면을 농가에게 컨설팅 해주고 있다.

Q. 방역에서의 역할은 어떤가

권순균 구제역 백신, 브루셀라 채혈, 기타 전염병에 대한 백신 등 소 임상수의사가 방역에서 맡는 역할은 크다.

이는 공수의 위촉 수의사에게만 국한된 역할이 아니다. 본인도 공수의가 아니지만 브루셀라 일제채혈, 아까바네 등 일반 백신 보급, 소규모농가 구제역 백신접종 지원사업 등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Q. 소 임상수의사로 수십 년간 활동해오시면서 ‘소 임상수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권순균 임상역량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산업동물 수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소통’이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처럼 동물병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군까지 넘나들면서 넓게 활동하면서 여러 농가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잘 하려면 자기 나름대로의 철학이 필요하다. 수의사이지만 ‘축산업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축산업에서 수의임상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크다. 수의임상이 제 역할을 못하면 선진 축산업을 이룩할 수 없다. 그럴수록 수의사로서의 역량을 발전시키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

농가와 소통하지 못하면 소 임상수의사는 자리를 잡을 수 없다. ‘돈 벌려고 안 해도 될 수술이나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면 진료 업무가 불가능하다. 오히려 농장주가 ‘우리 농장에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문성도 목장과 동물병원은 파트너이자 식구다. 소 임상수의사는 농장주와 동고동락한다. 새벽에 나가 진료업무를 보다 보면 아침도 같이 먹고 점심도 같이 먹기 마련이다. 치료도 하지만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공감하고, 조언해주는 존재다.

 

Q. 현재 수의과대학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수의과대학에서 받는 교육으로는 소 임상수의사로 활동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권순균 본인이 수의대생일 때도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 임상의 모든 것을 학교에서 다 가르칠 수는 없다고 본다. 예전보다 학생의 관심이 부족한 측면도 있고.

그래도 기초적인 커리큘럼은 필요하다. 요즘 배출되는 수의사라고 해서 개, 고양이만 공부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뿐만 아니라 양계, 양돈 등 각 분야에 대해 일정 부분씩, 깊게는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수의과대학에는 그만한 커리큘럼도 없고 가르칠 분도 적다. 때문에 산업동물 수의사를 배출하기란 더더욱 힘들다. 이는 크게 보면 향후 축산업 발전의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지금의 교육체계로 보면 개선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과거보다 발전해야 하는데 현재 대학교육을 봐서는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Q. 양돈임상분야의 인터뷰에서도 양돈임상을 경험하고 가르칠 교수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권순균 소 임상도 마찬가지다. 소 임상을 하시는 교수님들은 전국 10개 대학에서도 몇 명뿐이다. 거기다 각 교수님들마다 내과, 외과, 산과 등 진료나 관심분야가 한정적이기도 하다.

현재도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 문제다. 그나마도 5년 이내에 2~3명의 교수님이 은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Q. 소 임상의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순균 약리나 임상병리 등을 축종으로 나누지 않고 공통적으로 배운다고 생각한다면 내과, 산과, 외과의 기본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미국수의사를 지원하려는 분이 우리 병원에 찾아온 적이 있다. 미국에서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소의 직장검사, 청진법, 여러 주사법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배우러 온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수의과대학에서도 청진법, 여러 경로의 주사법, RP검사를 통한 자궁난소검사, 보정법, 체온측정 등 최소한의 술기는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추영양학도 필요하다. 소는 반추동물로서의 소화생리가 특이하기 때문에 이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양훈석 소동물은 그래도 임상실습이 많은 편이지만, 대동물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실습기반이 너무 약하다. 예를 들어 RP검사를 실습한다고 쳐도 몇 초 형식적으로 해보고 그치는 수준이다. 최소한의 진찰과 RP 등을 반복적으로 해볼 수 있는 실습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농장에 가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최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실습환경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일의 수의대에는 핑음을 들을 수 있는 모형 소 등 청진 실습 장비가 갖춰져 있어서 학생들이 반복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소 임상수의사 지원이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개, 고양이에 비해 소는 목장의 아들이 아니라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때문에 소를 접할 기회를 늘리고 기본적인 진단을 내릴 역량을 길러줄 수 있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정성룡 지금 돌이켜보면 학생시절 방학을 이용해서라도 양돈, 양계수의사를 찾아가 따라다니며 무슨 일을 하는지 봤다면 어땠을까 후회가 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학교에는 목장이 있더라도 아픈 소는 없다. 현장에 와서 배워보니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 난산이나 수술케이스 등을 실제로 교육하려면 일선 원장과 학교 간의 연계가 잘 이뤄져야 할 것 같다.

 

Q. 산업동물 수의사로 진로를 결정한 사람에게 교육을 집중해야 하나? 아니면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거나 다른 진로를 원하는 학생에게도 어느 정도까지의 산업동물 임상 교육이 필요한 것인가?

양훈석 기본적으로 축종별 임상을 접할 기회는 골고루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반려동물에 너무 치우치는 느낌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본과생이 방학 중 2주간 목장에서의 실습을 의무화하고 있다더라.

문성도 다양한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인 교육이다. ‘원하는 것만 배우겠다’는 인식의 저변에는 편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면서 산업동물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험을 해봐야 편견이 깨질 수 있다. 최소 몇 주간의 경험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학교와 현장간의 소통이 잘 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이라도 현장에서 어떠한 것들을 가르쳐야 하는지 구체적인 커리큘럼이 마련되어야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권순균 목장보다는 동물병원에 나가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학생이 실습하는 곳이 갖춰야 할 조건이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성룡 산업동물에서는 비수의사의 불법진료 문제가 심각하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축협 직원 등 비수의사가 발굽질환, 심지어 내과질환의 일부까지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발굽을 수의사가 왜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원장님도 있다.

교육이 산업동물과 멀어진다면 수의사의 영역을 잃어버리게 된다. 수산질병관리사 문제와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동기 중에 혼자 대동물 임상으로 왔다. 젊은 수의사들이 산업동물 분야로 더 와야 한다. 그래야 불법진료 문제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권순균 축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엔 동의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축산물 소비국이면서 생산국이다. 10~20년 전에 비해 한국의 축산시장은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다. 쌀보다 축산물의 소비증가폭이 더 크다. 설사 농장의 숫자는 줄어들 수 있어도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축산업계는 점점 더 전문화된 수의사를 요구한다. 축산농장 전반을 컨설팅하는 수의사의 역할도 커질 것이다. 때문에 산업동물 수의사에게는 아니라 진료외적인 부분에서도 넓은 시야와 많은 경험, 시간이 요구되지만, 오히려 블루오션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춘 학교 교육과 수의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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