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혈액은행 ˝자체 개선책 마련˝..수의계, 동물혈액활용 체계화 고민해야

혈액은행, “사육장·잔반급여 등 자체 개선 후 수의사회 차원 실사 요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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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치료용 혈액 공급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10월 들어 일부 동물보호단체와 언론에서 공혈견 사육장의 위생상태와 동물복지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국회에서도 이어진 국립대 국정감사에서 공혈견 문제를 점검하고 법 개정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0월 8일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한국동물혈액은행 공혈견 사육사를 방문해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김희영 대표수의사를 만나 최근 지적된 동물복지측면의 문제와 혈액제품의 안전성, 향후 개선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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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한국동물혈액은행 공혈견 사육사

고성군 죽왕면 인근 야산 깊숙이 위치한 혈액은행 공혈견 사육사는 300여두 가량의 공혈견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육견으로 사육되는 도사견 잡종(누렁이)으로 최근 언론보도와 같이 전두수가 뜬장형태의 케이지 안에서 사육되고 있다.

혈액은행에 따르면 공혈견은 1~8년령 사이에 현역으로 활동하며, 퇴역 후에도 계속 사육사에 머물고 있다. 사육사 뒷편 사육동에 모여 있는 퇴역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규 공혈견은 보통 6개월령에 입식돼 백신접종 등 건강관리를 거치게 된다.

혈액은행 측은 “현재 1년령 이하의 후보 공혈견과 9년령 이상의 퇴역 공혈견을 제외하면 현역 공혈견은 200두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월 약160회분 가량의 수혈제품(전혈, 농축적혈구, 혈장성분 등)을 전국의 반려동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최근 관련 보도를 접한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 혈액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김희영 수의사는 “개체별 건강관리를 기반으로 채혈 후 혈액제품 생산이 멸균환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혈견의 건강관리에 대해 “바이러스성 전염병과 심장사상충 등 기생충성 질환 예방은 혈액제품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것이니만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혈액은행 측은 최초 입식 시 기초백신접종 후에도 혈장성분제품 생산과 관련해 6개월마다 보강접종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항체가 수준은 분기별로 체크한다.

공혈견 개체별 건강관리는 평균 월1회 실시하는 채혈을 활용한다. 채혈 시 수의사의 신체검사와 체중체크, 구충제 투약 등을 병행한다. 채혈된 피 중 일부를 검체로 활용해 월별이나 분기별로 PCV와 CBC, 백신항체가, 심장사상충 항원 등을 검사한다.

근무하던 수의사가 건강문제로 올해 초 사임한 후에는 김희영 수의사가 이를 전담하고 있다. 건강 상의 문제가 의심되는 개체의 추가검사는 지방대학에 위치한 김희영 수의사의 실험실에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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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은행이 사용하고 있는 N사 채혈 및 분리장치.
채혈 후 검체, 적혈구, 혈장성분을 폐쇄된 채로 분리한다.

언론 보도 오해소지 해명..언론중재위 조정신청할 것, 뜬장·잔반 등 문제점 개선책 마련

최근 언론과 동물보호단체가 문제로 지적한 공혈견 사육환경에 대해 혈액은행 측은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보도에 언급된 일부 오해에 대해서 해명했다.

폐기할 잔반을 퇴비화하던 모습을 공혈견에 급여할 잔반으로 지목하거나, ‘월3회 이상 채혈할 것’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언급을 추측성으로 보도한 부분에는 유감을 표명했다.

김희영 수의사는 “월 3회 채혈은 공혈견이 살아남을 수도 없는 조치”라며 혈액 요청량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5~8주 간격으로 채혈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퇴역한 공혈견이 육견으로 팔려나갈 것이라고 추측한 내용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견종 특성 상 입양처를 찾기는 어렵지만 퇴역한 공혈견을 끝까지 사육한다는 것.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요청 등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뜬장에 대해서는 “미국 농무성 동물복지규정이 권고하는 면적보다 넓게 제작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했지만 동물복지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스테인리스 발판으로 휴식공간을 확보하거나 개체별 사육면적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수의사 사이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잔반급여도 차후 대형견용 사료로 교체할 계획이다. 일부 교체 후 혈액제품의 품질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혈액은행 측은 “혈액제품의 가격인상을 막기 위해 인근에서 생산된 잔반을 활용하면서, 매일 잔반을 수령해 장기간 저장하지 않고, Na 함량을 체크하거나 끓여서 급여하는 등 나름의 안전조치를 취해왔다”며 “하지만 공혈견 건강을 우려한 수의사분들의 지적에 동의하며, 현재 대형견용 사료로 전환하기 위해 후보제품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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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혈견 사육사를 청소 중인 혈액은행 직원.
혈액은행 측은 매일 1회 이상 물청소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혈액은행 측 “자체 개선조치 후 수개월 내 수의사회 차원의 실사 요청할 것”

한국동물혈액은행이 설립된 것은 지난 2002년.

김희영 수의사는 “임상대학원 시절 혈액을 활용한 치료법과 공혈견 관리가 미흡했던 것을 보고 혈액은행 설립을 결심했다”며 “혈액은행은 일선 임상수의사 분들과 혈액을 필요로 하는 반려동물들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도 반려동물 혈액형 검사키트 개발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혈액은행 측은 향후 2, 3개월간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자체적인 시정에 나선 후 수의사회 차원의 조사팀 구성을 요청할 계획이다. 조사팀의 점검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개선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김희영 수의사는 “이를 바탕으로 수의사회와 혈액은행이 공혈견과 혈액제품에 대한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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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 차원 개선방향 논의해야..각 병원 자체 공혈견·헌혈 등은 현실성 부족

공혈견 문제가 논란이 된 후 동물보호단체는 공혈견 집단사육에 반대하며 관련 불매운동과 사육장 폐쇄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도 국정감사에서 국립대 부속 동물병원의 공혈견 활용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법제 마련에 나설 움직임이다.

수의계는 공혈견 복지 등 제기된 문제 일부를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신설하되, 공혈견을 통한 혈액공급체계 자체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혈견 관리 및 혈액공급체계에 대한 수의계 차원의 의견교환과 개선방향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혈액은행과 같이 공혈견을 집단 사육하면서 혈액제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지 않을 경우, 대안은 각 병원별로 공혈견을 사육하거나 대형견을 사육하는 보호자로부터 헌혈을 받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의견을 요청한 일선 임상수의사나 수의과대학 임상교수들은 공혈견 개별 사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공혈견은 보통 한 달에 한 번만 채혈할 수 있다. 대형견이라 공간확보나 사육비용도 만만치 않다. 채혈 후 휴식기가 지나지 않았는데 수혈 필요 환축이 나타날 경우 대응도 힘들다. 수혈이 지시되는 사례가 대부분 응급이나 위급한 케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공혈견을 사육하는 대학 동물병원도 그 숫자는 몇 마리에 그친다. 그나마도 부족해 혈액은행으로부터 많은 양을 공급받는 실정이다.

사람처럼 헌혈을 받는 방안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에서 헌혈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했던 김휘율 교수는 “국내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 헌혈이라는 대안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헌혈만으로는 현재 필요로하는 혈액의 1%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동물병원은 몇 년 전 공혈견을 없애고 대형견 보호자로부터 헌혈을 받되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황. 헌혈견은 1두도 없다. 필요한 혈액제품은 전량 혈액은행에서 공급받고 있다.

김휘율 교수는 “국내에는 대형견이 너무 적고, 그나마도 체중이나 나이, 전염병 건강관리 등의 기준을 만족하는 헌혈 가능 대상은 더욱 찾아내기 힘들다”며 “동물이 헌혈한다는 보호자의 인식이나 홍보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휘율 교수는 “임상수의사, 관련 환축의 보호자 입장에서 혈액공급은 분명 필요하지만, 동물복지 차원의 문제가 있다는 보호단체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며 “양쪽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안전성과 동물복지 차원을 보장할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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