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11] 안과·치과 전문 지동범동물병원―지동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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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 있는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 과목을 특화시킨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 열한 번째 주인공은 안과·치과 특화 동물병원인 ‘지동범동물병원’의 지동범 원장님입니다. 지동범 원장님은 한국수의안과연구회 부회장이면서, 아시아수의안전문의이기도 합니다.

지동범동물병원은 안과·치과 2차 진료 비율이 90%를 넘으며, 그 중 지동범 원장님은 안과진료(특히 백내장 수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안과 전문 동물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지동범 원장님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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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범 동물병원의 안과진료실 입구. 눈을 형성화한 것이 특징이다.

Q. 처음부터 전문 동물병원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안과·치과 특화 병원을 하게 되었나?

오래전부터 특화 병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임상을 한 지 20년 되었는데, 처음에는 1차 동물병원을 했었다.

그렇게 임상을 하다가 치과에 흥미가 생겨 치과를 집중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관련 논문도 찾아보면서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가 또 안과가 좋아져서 안과 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다보니 관심이 커지면서 장비도 하나씩 구입하게 됐다. 그렇게 안과, 치과 분야가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관련 장비에 투자를 하다 보니 특화 병원까지 되어버렸다.

종합메디컬센터를 해보자는 꿈도 있었지만 내가 이것저것 다 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안과·치과 전문화 병원을 운영 중이다. 요즘엔 서로 윈윈해야 한다. 내가 내과, 외과, 안과, 치과 등을 다 한다면 옆 병원과 친해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Q. 그런 의미에서 진료 시간도 짧은 것인가? 경쟁이 심한 지역과 비교하면 진료 시간이 매우 짧은데

평일은 오후 6시 30분, 토요일은 오후 3시 30분까지 진료하고 일요일은 쉰다.

특화 진료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진료 시간도 줄었다. 주변 동물병원들과 진료시간으로 부딪힐 일이 없으니 갈등도 없고, 상생이 가능하다.

응급 케이스 때문에 24시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치과분야는 치아가 깨지거나 하는 응급 케이스가 극히 드물고, 그런 상황이라도 저녁에 다른 병원에서 응급조치하고 다음날 아침에 우리 병원으로 와도 된다. 안과분야도 눈이 빠지는 등의 응급상황은 다른 동물병원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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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체 케이스 중 안과·치과 진료 케이스는 몇 % 정도 되는가

90% 이상이다.

대부분 리퍼를 받기 때문에 1차 일반 진료비율은 10% 이하라고 보면 된다.임상을 오래하다 보니 나를 꼭 찾는 보호자분들이 있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그럴 경우만 내가 진료하고 그런 상황을 제외하면 치과 진료까지도 후배 수의사에게 맡긴다. 나는 안과 진료만 한다.

Q. 특화 진료를 하기에 어려움은 없는가

사실 특화 진료를 하면 진료가 없을 때는 아예 없을 수도 있다(웃음).

특화 진료를 잘하려면 공부도 더 해야 하고 기계도 잘 다룰 줄 알아야한다. 거기에 외과적 테크닉까지 세 가지가 맞아야한다. 그런데 좋은 장비를 갖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안과 장비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구입이 만만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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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범동물병원의 안과 장비. 지동범동물병원의 안과, 치과 장비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Q. 특화 진료, 혹은 리퍼를 받는 병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

전문병원을 하면서 개인병원의 일도 다 해버리면 옆 병원을 흡수해버린다. 요즘 후배 수의사들은 ‘2차 하자, 24시간 종합병원하자’ 고 흔히 하는데, 그렇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임상을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해서 병원을 하는 것 같지 않나.

그래서 지금은 조금 배고픈 부분이 있지만, 먼 훗날을 보고 주변 병원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전문병원을 할 거면 다른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2차병원은 진정하게 2차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중성화수술도 해버리면 다음에는 심장사상충 예방·검사도 그 병원에 가서 하게 된다. 즉, 1차 동물병원의 환자를 뺏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뢰 받은 부분만 다루고 그 외에는 일절 손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에 안과 진료를 보냈는데 환자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고 스케일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검진 결과는 원래 병원 원장님께 알려드려 해당 병원에서 (스케일링 등) 진료 받게 한다.

백내장의 경우에도 수술하고 1주일 정도만 케어하고 리퍼 보내준 동물병원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계획하여 보내준다.

Q. 수의사들이 여러 명 있는데, 각자 어떤 역할을 하나? 

안과 3명, 치과 1명, 심장·마취 1명 등 5명의 수의사가 있다.

치과는 1명의 수의사가 전담해서 진료하고 있으며, 안과의 경우 각 수의사들이 백내장, 녹내장, 각막 등 안과 중에서도 세부 분야를 각자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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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수술실

Q. 원장님께서는 백내장을 중점적으로 담당한다. 1년에 몇 케이스 정도 수술하나

백내장 수술은 1년에 7~80케이스정도 한다. 백내장 수술만 따지면 1주일에 1~2케이스 수준이다. 병원의 하루 전체 진료 케이스는 10케이스 정도다.

부산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는 동물병원은 현재 우리 병원뿐이다. 1주일에 한두 마리만 내원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하기에는 투자의 의미가 줄어든다. 부산에 대형 동물병원도 있지만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으며, 나 역시 CT, MRI 등을 구입하며 24시간 종합동물메디컬센터 급으로 병원을 키우지 않는다.

안과를 잘하려면 안과 케이스가 많아야 하는데, 내가 다른 분야까지 욕심 내면 자연스레 안과 케이스는 줄어들고 그런 식으로 주변 동물병원과 경쟁하면 서로 죽는다고 생각한다.

Q. 수도권에는 백내장 수술이 가능한 동물병원이 점점 늘고 있다.

그 부분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로컬 동물병원에서 1년에 10~20케이스정도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하면 실력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고, 투자의 의미도 없을 수 있다. 제대로 하는 사람에게 수술 케이스를 집중시켜고, 그 사람은 나머지 진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상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한 달에 2 케이스만 수술 한 적이 있는데, 10년을 넘게 해왔음에도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백내장 케이스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수술하는 병원도 늘어나는 거라면 괜찮지만, 1년에 10~20케이스 하기 위해 백내장 수술을 도입하는 건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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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의 수술실을 볼 수 있도록 대기실에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Q. 특화 진료 동물병원을 하기 전과 지금을 비교해본다면? 예전처럼 모든 진료를 다 볼 때가 그립지는 않은가?

수입은 예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은 지금이 더 편하다.

지금은 안과에서도 각막, 망막, 녹내장 등 여러 분야를 나눠서 각 수의사들이 담당한다. 특화 진료를 하더라도 한 분야를 알면 알수록 더 힘들다.

Q. 처음부터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하루에 한 케이스 정도 밖에 없었다.

특화 진료를 하려면 나머지 부분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버리는 만큼 케이스가 오게 된다. 종합병원처럼 했다면 돈은 벌 수 있었겠지만 그 유혹을 참고 기다렸기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Q. 버리는 만큼 온다는 것은 1차 진료를 포기하는 만큼 2차 진료가 온다는 뜻인가

그래야 옆 동물병원에서도 부담 없이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환자들이 그 쪽으로 가버린다. 특화병원, 2차병원이 욕심을 버려야 모든 동물병원이 같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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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위치한 지동범동물병원

Q. 동물병원이 2층에 있는 게 인상적이다. 또 용품도 거의 없는데

특화 진료를 시작한 것은 약 10년 가까이 됐고, 2층으로 병원을 옮긴 건 4년 정도 됐다.

사료는 처방식만 있고 그 외 용품은 없다. 20년 전에 1차 동물병원 했을 때는 용품·사료도 전부 취급했었는데, 현재 우리병원은 어차피 안과·치과를 전문으로 다루고, 노령견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용품이 큰 의미가 없고 간식들도 노령견들에게는 맞지 않다.

Q. 1층에서 2층으로 동물병원을 옮기면서 매출이 줄어들진 않았나.

원래부터 예방접종 같은 진료는 거의 없었고, 리퍼를 받거나 찾아오는 보호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사료와 용품을 많이 판매하는 1차 동물병원이었다면 타격이 컸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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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수의안과학회(AiSVO) 디팩토 전문의인 지동범 원장.
아시아수의안과학회는 올해까지 디팩토 전문의를 받고, 2016년부터는 정규 전문의 시험과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Q. 아시아수의안과 전문의면서, 한국수의안과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렇다.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SVO) 창립 멤버(Founder Diplomate)인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님을 비롯해 유석종 원장님, 정만복 박사님, 김준영 선생님 등이 한국 수의사로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를 획득한 상태다. 한국수의안과연구회 역시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립·운영 중이다.

현재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기준은 최소 8년 이상의 안과 진료 경험과 전체 진료 중 최소 60%이상이 안과 진료여야 하며, 2개의 연구논문+1년에 300케이스 이상 안과 진료 케이스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AiSVO 홈페이지(클릭)에서 확인가능하다.

Q. 앞으로의 개인적인 목표나 꿈이 있다면?

수의안과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물병원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내 꿈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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