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호랑이 다음은 곰’ 서울대공원 찾은 한국수의치과협회 봉사단
말레이곰 ‘오순’에 발치·치주조직유도재생술 펼쳐
한국수의치과협회 동물원·야생동물 봉사단(단장 김춘근, 부단장 이상관)이 10월 28일(수)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청주동물원의 사자 ‘구름이’, 대전오월드의 호랑이 ‘보문’에 이어 서울대공원의 곰 ‘오순’이 치과 치료를 받았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 치아는 뽑고, 중요한 송곳니는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암컷 말레이곰 ‘오순’은 2010년생이다. 야생에서의 기대수명은 15~20년이지만, 동물원에서는 훨씬 오래 산다. 서울대공원 수의사들도 “오순이 정도면 중장년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래 동남아 일대에 서식하는 말레이곰은 8종에 이르는 곰들 중에서도 가장 작다. 가슴에 있는 무늬 덕분에 반달가슴곰과도 비슷한 느낌이지만 훨씬 작다. 마취된 말레이곰을 본 봉사단으로부터 “엄청 큰 로트와일러를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봉사단이 진료했던 사자 ‘구름이’, 호랑이 ‘보문’과 마찬가지로 ‘오순’의 치아 문제도 동물원의 사육관리와 정기검진 과정에서 확인됐다.
매년 스케일링을 포함한 치과 처치로 관리해 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동물원 환경의 구조물을 씹다가 치아가 손상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양치질도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증상이 심해졌고, 서울대공원 진료진과 수의치과협회 봉사단이 치료 일정을 맞추게 됐다.
이날 봉사에는 김춘근 단장과 이상관 부단장을 비롯해 협회 권대현 부회장과 장석진 총무이사, 서울대 김세은 교수가 참여했다. 지난 6월 청주동물원에서의 첫 봉사에는 전국의 단원들이 모두 모였지만, 회차를 거듭하면서 예정된 진료와 동물원 위치에 맞춰 구성을 효율화했다.
협진도 능숙했다. 이전에도 개별 수의사가 치과 진료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던 만큼 낯설지 않았다. 봉사단이 치과 진료를, 동물원 수의사들이 제반 검사와 마취를 맡는 방식이 안정적으로 운용됐다.

(왼쪽부터) 이상관 부단장, 장석진 총무이사, 권대현 부회장

오전 10시경 말레이곰사에서 ‘오순’을 마취해 종보전연구실에 위치한 동물병원으로 이송했다. 흡입마취 환경을 구축한 직후 전반적인 치과 검진이 이어졌다.
“작년보다 더 안 좋아졌네” 오순에게서 풍기는 구취가 심각해진 치아 문제를 시사했다. 저작 부위의 근육이 두꺼운 곰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구강 깊은 곳의 엑스레이 촬영도 쉽지 않았다.
이미 심하게 썩고 흔들리는 치아를 살리긴 어려웠다. 발치 집도를 담당한 이상관 부단장이 7개의 치아를 뽑았다. 이 부단장은 “생각보다 치조골이 많이 녹아 있었다. 발치는 어렵지 않았지만 주변 연부조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발치된 치아에는 우측 아래턱 송곳니도 포함됐다. 곰에게 중요한 이빨이지만 부러져서 생긴 감염때문에 치주질환과 근관 손상이 심각했다. 살릴 수 없었다.
왼쪽 위턱 송곳니도 문제가 있었다. 치료 방향을 고민하던 봉사단은 살려 보기로 결정했다. 권대현 부회장은 “치주낭이 깊게 형성돼 심각한 치조골 소실이 있었지만, 기능적으로 중요한 견치(송곳니)를 보존하기 위해 치주조직유도재생술(GTR)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협회 후원업체인 나이벡(NIBEC)의 이종골 이식재 Petgain block과 차폐막인 Pet guide를 활용했다.
이상관 부단장은 “덜 아파지면서 먹는 것도, 활력도 나아질 것”이라며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은 사람이나 개·고양이나 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봉사단과 서울대공원 동물병원은 향후 동물원 동물들의 구강 건강을 위한 협력 확대 방향도 논의했다. 동물원 동물병원의 정기검진과 발맞춰 봉사단원이 전문적인 치과 검진을 실시하고, 치료 수요에 따라 소수 정예의 봉사단이 발빠르게 대응하자는 것이다.
김춘근 단장은 “치료에 필요한 치과 제품을 기증해 주신 ㈜NIBEC과 ㈜다이아덴트 대표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12월 청주동물원에서 추가 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자 ‘구름이’의 못다한 치과 치료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