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병리학회(회장 조경오)가 10월 22일(목)과 23일(금) 양일간 춘천 강원대 60주년기념관에서 ‘From Lesions to Insights: Veterinary Pathology in the Age of AI(병변에서 통찰로: AI 시대의 수의병리학)’를 주제로 제38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수의병리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진단 현장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학술 교류를 했다. 전남대학교 숙주표적 항바이러스 연구센터와 한국연구재단의 관련 연구 과제 등에서 학회를 공동주최했다.

첫날인 22일에는 바이러스 감염 제어와 돼지의 행동 및 복지,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PRRSV)의 면역병리학적 특성을 다뤘다.
전북대 조호성 교수는 바이러스 외피의 지질막을 직접 표적으로 삼아 감염을 억제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조명했다. PRRS를 비롯해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돼지써코바이러스 2형(PCV2), 돼지인플루엔자(SI)에 억제 효과를 보이는 모노라우린 급여시험 결과를 소개하면서다. 장내미생물군과 면역반응의 유의미한 변화를 제시하면서, 기존의 백신 중심 대응 전략을 보완할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주 한국애니멀클리닉&컨설팅 원장은 돼지의 성장 단계에 따른 사람과 동물의 관계 및 관리 전략을 다뤘다. 김태주 원장은 “돼지는 사람과의 접촉 경험에 따라 행동과 스트레스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며 “일관되고 긍정적인 접촉은 두려움을 줄이고 일상적 관리에 대한 적응을 돕지만, 반대로 부정적이거나 일관되지 않은 접촉은 스트레스를 높여 복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성장 단계별 행동 특성을 고려한 취급 기법과 적응 훈련, 사육자 교육, 환경 풍부화, 그리고 행동·생리 지표를 활용한 선제적 복지 관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북대 김원일 교수는 PRRS 바이러스의 면역병리 발생 기전과 병리학적 특징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원일 교수는 PRRSV 감염 시 간질성 폐렴과 염증성 사이토카인 반응이 유발되며,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의 구성과 기능에 정교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T세포의 효과기 사이토카인 발현이 제한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면역관문 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 양상을 공개했다. 고병원성 바이러스주는 더 빠른 증식과 심한 임상 증상, 높은 폐사율을 보인다.
김원일 교수는 “바이러스의 병리학적 특성과 면역반응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PRRS 바이러스 감염 기전을 규명하고 차세대 백신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에는 수의법의학과 반려견의 종양병리, 동물원 동물의 부검 사례를 주제로 특별강연이 이어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이경현 연구관은 ‘국내 수의법의학 진단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검역본부에 의뢰된 수의법의학 분석 사례를 공유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분석한 개·고양이 1,225건 중 명확한 진단이 내려진 경우는 67.4%(826건)의 비율을 보였다. 나머지는 사체의 부패나 주요 부위 소실 등으로 판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종별로는 개에서 비(非)자연사가 자연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고양이는 두 유형의 비율이 비슷했다. 비자연사의 주요 원인은 두 종 모두 둔력성 외상으로 확인됐다.
이경현 연구관은 “동물학대 여부를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부검을 통한 병리학적 진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현장 조사와 수사기관의 객관적인 조사 결과가 반드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정예지 교수는 ‘반려견 외분비성 췌장암: 조직병리학적 특성 규명에서 비교종양학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여러 기관에서 수집한 반려견 외분비성 췌장 선암종 51건을 분석해 조직학적 유형과 특징을 분류하고, 면역조직화학검사를 활용한 진단법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51건 중 49건이 선방세포형으로 분류됐으며, 이 중 19건은 선방세포 유리질화 변이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예지 교수는 “종양의 조직학적 특징과 세포 기원을 세분화하는 연구는 정밀한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반려견의 종양 데이터를 사람의 암 연구와 연계해 해석하는 비교종양학적 관점에서도 정밀 의학의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김대용 교수는 국내 동물원 동물의 부검 사례를 소개했다. 다양한 동물원 동물의 사후 부검에서 확인된 병리학적 사례를 소개하며, 여러 동물종에서 나타나는 질병 패턴과 조직 변화를 살폈다.
김대용 교수는 임상적 접근이 어려운 야생 및 동물원 동물의 질병을 병리학적으로 해석하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진단과 연구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터 발표에서는 반려동물과 가축을 넘어 조류, 파충류, 야생동물 등 다양한 동물종의 질병 및 병리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불법 야생동물 거래 과정에서 압수된 악어의 폭스바이러스 감염 사례 ▲도축장 사후검사 개선을 위한 소 결핵의 병리학적 특성 ▲앵무새의 보르나바이러스 검출 사례 등이 다뤄졌다.
강원대 오연수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는 감염병, 종양병리, 수의법의학, 동물복지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수의병리학이 연구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며 “학생들에게 강의실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연구와 현장의 문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접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보람이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수의병리학회 관계자는 “한국수의병리학회는 반려동물과 가축의 질병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건강, 동물복지, 공중보건과 관련된 문제에도 기여하는 학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새로운 분석 기술을 연구와 진단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기자 lamina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