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말에게도 다음 삶이 있다’ 리홀스 프로젝트 첫 포럼

경주마·승용마 은퇴 후 회복·재훈련 거쳐 입양·외부 연계로 연결


2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말 복지 비영리단체 ‘리홀스 프로젝트(Rehorse Project, 대표 김다정)’가 9월 14일(월) 제주 성이시돌목장에서 첫 포럼을 열었다.

올해 제주에서 설립된 리홀스 프로젝트는 경주마나 승용마로서 역할을 마친 말들이 다음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말 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말을 사랑하는 시민들도 함께 참여해 은퇴 후 말의 삶에 주목했다.

리홀스 프로젝트 김다정 대표

리홀스 프로젝트의 대표인 김다정 수의사는 초등학생 때부터 승마를 해왔다. 경상국립대 수의대를 졸업한 후 제주에서 7년째 말 수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년 천 마리가 넘게 은퇴하지만, 승용마로 전환되는 비율은 400마리뿐”이라며 현재 말산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승용마로 전환해도 될 만큼 건강하고 기질이 온순해도 단순히 경주마로서 성적이 저조해 안락사되거나, 경주마 은퇴 후 회복과정 없이 바로 무리하게 승용마로 전환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은퇴마가 회복·재훈련·후원·입양·외부 연계로 이어질 수 있는 전환 구조와 연결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다.

리홀스 프로젝트는 단순히 말을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고, 말의 건강·기질·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회복과 재훈련을 통해 말의 다음 삶을 찾는다.

현재 은퇴한 경주마 ‘노아’와 장애물 경기마 ‘한니발’이 리홀스 프로젝트와 함께 하며 다음 생으로의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노아는 4살 때 인대 손상으로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가 구조된 말로, 현재는 리홀스 프로젝트에서 승용마 전환 가능성을 평가받고 있다.

리홀스 프로젝트는 이외에도 말을 타는 대신 말 행동 관찰, 산책, 그루밍 등 새로운 방법으로 말과 교감하는 ‘비기승 교감 프로그램’, 한 마리의 말을 여러 명이 후원하면서 후원자가 정기적으로 소식을 받고 직접 만날 수 있는 ‘리메이트(ReMate)’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 경마장에서 활동했던 노아(왼쪽)는 인대 손상으로 안락사 결정이 내려졌지만, 현재 리홀스 프로젝트에서 다음 생을 기다리고 있다.
비기승 교감 프로그램에서 노아를 그루밍하는 참가자들(오른쪽).

이날 포럼에서는 안재홍 시사평론가가 ‘제주도 말의 역사’를, 제주한라대학교 마사학부 유승호 교수가 ‘경주퇴역마 승용마 전환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성이시돌목장 손종률 목장장은 제주시와 함께 구상중인 ‘경주퇴역마 생애전환 지원사업(안)’을 소개했다. 손 목장장은 “우리는 동물과 함께 일한다고 생각한다. 동물 덕분에 얻은 혜택이 동물에게도 최소한은 돌아가야 한다”며 은퇴한 경주마와 번식마를 돌보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해외의 은퇴마 활용 사례들을 소개했다. 프랑스의 ‘오 페르 아 슈발(au fer à Cheval)’ 목장은 한국에서도 매년 농업연수를 가는 곳으로, 말을 타지 않고 말을 돌보며 관찰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손 목장장은 “성이시돌목장도 이 목장만큼 충분히 여건이 되지만, 이를 운영할 플랫폼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이시돌목장은 경주퇴역마 13두를 포함한 120두이상의 말과 100만평 이상의 초지를 보유하고 있고, 제주도 역시 장제사·수의사·조련사 등 말 산업 전문인력이 밀집해 있어 전문적인 관리와 협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또한 치유 프로그램 및 치유농업(돌봄목장, Care Farm)을 소개하면서 트라우마를 겪은 군인·소방관 및 발달장애인을 치료하는데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한국에서는 말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Intervention)가 낯설고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지만, 치유농업사나 동물매개치료사와 같은 전문가와 협업한다면 성이시돌목장이 보유한 넓은 초지와 은퇴 경주마를 기반으로 말 돌봄·관찰·교감 활동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범조 기자 qkrqjswh@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