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견병 청정화 비결 “매년 의무접종, 백신이력 없는 개가 교상사고 일으키면 안락사”
FAVA 아시아광견병청정화특별위원회, 서울서 3차 회의
아시아태평양수의사회 아시아광견병청정화특별위원회(FAVA FRASC, 위원장 정인성)가 9월 19일(토)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2030년 청정화로 도약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했다.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와 함께 열린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필리핀,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위원들이 서로의 광견병 발생 현황과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2027년 필리핀에서 열릴 FAVA 콩그레스를 시작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청정화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필리핀·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서 여전히 창궐
FRASC, 정보 공유 넘어 실행으로
광견병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돼 생명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5만 9천여명의 사람이 광견병으로 사망한다. 이들 대다수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몰려 있다.
감염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만 전염을 막을 방법은 명확하다. 사람 환자 대부분이 개에 물려 광견병에 걸리는 만큼 개에서 철저한 백신 접종을 벌이면 된다.
FAVA는 2024년 한국 대전에서 열린 콩그레스에서 광견병 청정화 선언(FAVA Rabies-free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이듬해 서울에서 특위를 출범한 후 당해 11월 방콕에서 2차 회의를 개최했다.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대한수의사회 김홍석 차장은 “이제껏 각국의 현황과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청정화에 도움을 줄 우선 지역을 선정해 보다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수의사단체와 행정당국이 광견병 청정화 프로그램을 주도하되, FAVA가 이를 위한 교육과 재정을 도우며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그 첫 시작으로 2027년 FAVA 콩그레스가 열릴 필리핀을 지목했다.
필리핀은 전국적으로 광견병이 발생하고 있다. 이날 관련 현황을 소개한 리나 폴리카르피오(Lina Policarpio) 필리핀수의사회장은 “2026년 상반기에 개에서 발생한 광견병 케이스의 83%는 방어능이 없는 상태로 광견병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길거리의 주인 없는 개(stray dog)뿐만 아니라 반려견도 상당수 포함됐다. 해당 기간 광견병 양성 케이스의 66%는 반려견에서 발생했다.
폴리카르피오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광견병 백신접종이 줄어들면서 사람에서의 감염 환자 발생이 크게 늘었다”며 “결국 개에 대한 백신 접종비율(coverage)이 사람으로의 위험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4년 기준 18만 5,359건의 교상 사고가 보고됐다. 이와 관련해 122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했다. 섬에서 섬으로 사람과 개가 함께 이동하면서 청정지역이었던 섬으로도 광견병이 확산되고 있다. 38개 주들 가운데 26개 주에서는 광견병이 토착화됐다.
미얀마에서도 광견병은 상재하고 있다. 미얀마의 개는 450만 마리로 추정되는 반면 매년 백신을 접종하는 개체는 30만 마리에 불과하다. 접종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국가 재정 투입도, 소유주의 인식도 아직 열악하다.

매년 의무접종, 교상사고견에 백신이력 없으면 즉시 안락사
강력한 정책으로 청정화 달성한 그리스
이날 참석자들은 결국 강력한 백신접종 정책에 해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스 지중해원헬스혁신센터(MED-OHC)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지 발리아코스(George Valiakos) 그리스 테살리아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그리스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20세기 중반까지 광견병이 창궐했던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공격적인 박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발리아코스 교수는 “그리스는 반려견에게 매년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백신 종류와 관계없이 항체 수준을 가장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며 “그리스에서 다른 개나 사람을 문 개에게 광견병 백신 이력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의무적으로 즉시 안락사한 후 뇌 검체를 연구소에 보내야 한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들도 이 같은 규제를 보호자에게 교육하며 철저한 백신 접종을 당부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강력한 정책에 힘입어 그리스는 2024년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광견병 청정국으로 인정받았다.
특위 정인성 위원장은 “광견병은 여러 국가에서 심각한 위험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 국가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FAVA 허주형 회장도 “각국의 확고한 수의 정책 역량과 지속적인 백신 접종, 신뢰할 수 있는 예찰과 충분한 재정 지원, 장기적인 국제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전세계적인 광견병 청정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과 지역 사회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