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동물 전문동물병원’을 만든 이유는? ‘수의사회복지’는 무슨 개념?
국경없는 수의사회, 제3회 B-인사이트 개최..이승찬 수의사·김성호 교수 강연

지난 23일(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스코필드홀에서 제3회 국경없는 수의사회 ‘B-인사이트’가 열렸다.
동물 진료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수의학의 다양한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수의사, 수의대생 및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참석했다. 우리와 주식회사(대표 최광용)가 행사를 후원했다.
첫 번째 강연은 구조된 동물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홍금동물병원의 대표원장 이승찬 수의사가 맡았다.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하여 ‘천 원짜리 수의사’로 이름을 알린 이 수의사는 구조동물 전문병원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고충, 봉사에 대한 가치관을 참석자들과 나눴다.
이승찬 원장은 ‘천원의 기적, 유기동물 전문병원 현장 이야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홍금동물병원은 유기동물을 포함해 방치견, 학대 피해동물, 번식장 동물, 재난 현장의 동물 등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조된 동물들에 대한 진료를 수행한다.

현실의 벽을 넘어선 구조동물 전문병원
이승찬 원장은 외과대학원 졸업 후 페이닥터로 근무하며 유기·구조 동물이 처한 현실과 한계를 직시했다. 일반적인 동물병원에서는 구조동물 진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고, 할인 혜택을 적용해도 구조·임보처에게는 여전히 큰 비용이 부담된다. 이런 한계점을 느낀 이 원장은 아내(홍서정 수의사)의 지지 속에서 구조동물 전문 동물병원인 홍금동물병원을 개원했다. 현재는 경기도의 한 폐업 식당을 개조해 병원을 이전했다.
개원 3년 차에 접어든 홍금동물병원에서 진행한 수술은 2천여 건에 달한다. 동물보호단체, 공공기관과의 협업으로 번식장 구조견, 애니멀 호더 구조견, 목줄 괴사, 교통사고 등 다양한 동물들을 진료했다.
“어떻게 이렇게 싼가요?”
이 원장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어떻게 그렇게 낮은 비용으로 병원 운영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승찬 원장은 이에 대한 답으로 “중심 가치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며 “좋은 집이나 차보다 좋은 수술기구, 마취기구에 투자하는 걸 좋아한다. 수술 잘 끝나고 보호자가 감사의 말을 전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동물의 특성상 제때 병원에 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외과 수의사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만족한다고 전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 수의사 및 수의대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중심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금동물병원은 수의사가 부부 두 명뿐이고,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된 봉사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이 원장은 최근 ‘수의외과봉사협회(VSVA)’를 출범시켰다. 수의외과봉사협회는 8월 15일~17일 영주의 애니멀호더 방치견들에 대한 중성화수술 봉사를 시행했다.
이승찬 원장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구조된 동물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줬다는 만족감’이다. 이 원장은 “구조 동물에 대한 치료 허들을 낮춰 많은 동물이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돌봄’
두 번째 강연에서는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김성호 교수가 ‘연결된 생명과 복지–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말하다’를 주제로 동물복지와 사회복지의 연관성에 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람과 사회를 함께 변화시키는 ‘연결된 복지’의 가치를 여러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우선, 인간과 동물 간 유대(Human-Animal Bond, HAB)의 의미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복지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HAB가 “사람과 동물이 서로의 건강과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역동적 관계”라며 “반려동물과의 유대가 인간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삶의 질과 정신건강,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아동의 건강한 발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인간-동물 유대 연구소(Human Animal Bond Research Institute, HABRI)는 반려동물이 사람의 건강과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알리고 있다.
다만 이러한 호혜적 관계는 동물이 충분히 보호받을 때만 가능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고령 반려인이나 저소득층, 장애인, 주거취약계층 등은 경제적 부담과 신체적·인지적 제약, 입원 또는 사망 이후 반려동물의 돌봄 공백에 대한 걱정으로 반려동물을 적절히 돌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 돌봄이 무너지면 보호자와 동물 모두의 건강과 복지가 악화되고, 건강한 HAB 역시 형성되기 어렵다.
사회복지와 수의학의 접점, ‘수의사회복지’
김 교수는 사회복지의 새로운 분야로 ‘수의사회복지(Veterinary Social Work)’를 소개했다. 수의사회복지는 반려동물 상실과 애도, 동물매개활동, 인간과 동물에 대한 폭력의 연관성, 공감 피로 등을 다루며, 사람과 동물의 문제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살피는 접근이다.
이어 수의사회복지 사례관리(case work)에 대해 설명했다. 사례관리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가진 대상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문제 역시 동물에 대한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보호자의 건강·주거·경제적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깊이 의지하지만 본인과 반려견 모두를 충분히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호자의 의료·돌봄 서비스와 반려동물 돌봄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 김 교수는 요양보호사가 반려동물 돌봄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특화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애니멀 호딩 문제도 단순히 동물을 구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호더의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하며, 경찰·동물보호단체·수의사·사회복지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김 교수는 해외의 상호돌봄 및 통합지원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 식사 배달 서비스와 함께 반려동물 사료를 지원해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반려동물의 건강과 유대를 함께 지키고 있다. 영국의 RSPCA는 고령 보호자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임시보호, 산책·재택 돌봄, 미용, 진료와 동물병원 이동 지원 등을 제공한다.
미국 시애틀의 ‘원헬스 클리닉(One Health Clinic)’은 노숙인과 주거취약 청년, 이들의 반려동물을 하나의 가족 단위로 보고 의료와 동물의료를 통합 제공한다. 보호자에게는 신체·정신건강 의료서비스를, 반려동물에게는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구충 등을 지원한다. 반려동물 진료를 계기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던 사람의 치료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김성호 교수는 국내에서도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유사한 사업이 시도되고 있으며,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지원사업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수의사회 김재영 대표는 “구조동물 진료 현장의 고민부터 취약계층 반려인 지원까지, 수의학이 사회와 만나는 다양한 지점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뜻깊었다”며 “국경없는 수의사회도 동물과 사람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선민 기자 seonmin32@snu.ac.kr
이무림 기자 moorhim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