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청수콘서트] 기업·수생동물·공직..청수콘서트가 그린 수의사의 다양한 길

기업 대표, 수생동물수의사, 수의직 공무원이 전한 수의사의 진로와 성장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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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청수콘서트가 8월 22일(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를 주제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기업 분야에서 정현진 대표(한국엘랑코동물약품), 수생동물 분야에서 홍원희 수의사(아쿠아플라넷 제주 마린메디컬센터), 공무원 분야에서 배진선 과장(서울시 동물보호과)이 강연을 펼쳤다.

제10회 청수콘서트에서 강의한 정현진 수의사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정현진 대표는 AI 시대 수의사의 진로와 커리어 확장에 대한 경험과 조언을 전했다.

정 대표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관점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89학번인 정현진 대표는 수의과대학 졸업 후 약 1년 6개월간 임상수의사로 근무한 뒤 동물약품회사에서 일하며 RA(인허가), 영업,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쳐 대표이사에 이르렀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이후 커리어에서 중요한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동물약품회사에서 여러 직무를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커리어의 병렬 개발’이라고 표현했다. RA 업무를 통해 약리학·병리학·임상병리학·법규 등을 익혔고,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업과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혔다. 각 부서의 역할과 상관관계를 이해하면서 회사의 업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정 대표는 “회사에서는 오지라퍼가 좋다”며 다른 사람을 돕고 다양한 업무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가 결국 자신의 역량을 넓힌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의학은 진료실 안에만 머무르는 전문성이 아니라 산업, 기업, 연구, 경영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의학 지식은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드는 뿌리”라며 “수의사 면허는 목적지가 아니라 기점이고, 진료실 밖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활주로”라고 설명했다.

AI 시대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정 대표는 AI로 인해 산업 환경의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AI를 업무에 활용하되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가 없어도 혼자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의사가 되어야 한다”며 “기본적인 전문성과 사고력을 갖춘 상태에서 AI를 활용해 업무의 속도와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추가 질의응답을 진행 중인 정현진 대표

동물용의약품 분야 종사 수의사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업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해외 공장 및 법인 로테이션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성뿐 아니라 소통 능력과 인간적인 통찰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수의대생들이 진로 선택 과정에서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나의 첫 직장이 인생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완벽한 진로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일단 경험하고, 필요하다면 방향을 수정해 가면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라고 당부했다.

강연의 마지막에는 “완벽한 결정은 없고 빠른 결정과 수정이 있을 뿐”이라며 “항상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하라”고 제언했다.

제10회 청수콘서트에서 강의한 홍원희 수의사

수족관 수의사로 15년간 현장에서 일해 온 홍원희 수의사는 수생동물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수의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홍 수의사는 강연에서 ‘기초를 잘 다지는 것’,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 ‘현재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만들어 가는 것’, ‘동료와 신뢰를 쌓는 것’을 강조했다.

회사 인사팀에 수의사 채용을 직접 건의했던 그는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맞춰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일하는 수의사라면 자신의 전문성을 회사의 입장에서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회사와 동물에게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지 설명하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다.

그는 “지식은 나를 전문가로 만들어 주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라며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하나씩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혼자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바뀌었다고 했다.

홍 수의사는 과거에는 수의사인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실제 반려동물 수의사, 수의과대학 교수, 의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협업한 사례도 소개됐다. 바다코끼리의 어금니 발치, 노령 물범 마취 등이 대표적이었다. 아쿠아리스트의 도움과 역할도 매우 크다.

홍 수의사는 “여러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고 도움을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학생들과 추가 질의응답을 진행 중인 홍원희 수의사

그가 강연에서 제시한 키워드는 ‘Build a foundation’, ‘Build a dream’, ‘Make your own role in your position’, ‘Earn trust brick by brick’, ‘No expert is self-made’였다.

기초를 잘 쌓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며, 현재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필요한 역할을 직접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하나씩 신뢰를 쌓아야 하며, 혼자 만들어지는 전문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전문성과 연결해 함께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좋은 전문가라는 설명이었다.

수생동물 수의사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경북 영덕에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가 2028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수생동물의 구조·치료·보전 분야에서 수의사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10회 청수콘서트에서 강의한 배진선 수의사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과장은 ‘길고양이 도심 공존을 위한 중성화와 돌봄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길고양이와 케어테이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정책과 효과를 차분히 설명했다.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을 추진해 왔다. 2007년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08년 전 자치구에 도입됐다. 시행 규모 역시 꾸준히 확대돼 2018년부터 연간 1만 건 이상, 현재는 연간 1만 4천 건 이상의 수술을 이어가고 있다.

TNR 사업의 효과도 확인됐다. 서울시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의 추정 길고양이 개체수는 2015년 약 20만 마리에서 2025년 약 9만 마리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중성화 정책이 도심 내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질적으로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배 과장은 길고양이 문제의 핵심이 사람 간 갈등에 있다고 전했다. “길고양이로 인한 직접적인 불편보다 먹이주기 등 돌봄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 관련 민원이 3배 이상 많다”며 “길고양이와의 도심 공존을 위해서는 TNR뿐 아니라 책임 있는 돌봄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위생적이거나 잘못된 밥자리 운영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길고양이 돌봄 방법은 농식품부가 발표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학생들과 추가 질의응답을 진행 중인 배진선 과장

배 과장은 더불어 서울시 동물보호과의 주요 사업들을 소개했다. ▲ ‘동행’ 분야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반려동물 의료·돌봄 지원을, ▲ ‘구조’ 분야에서는 사각지대 동물의 구조와 보호를 추진한다. ▲ ‘공존’은 도심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 ‘복지’는 서울형 동물복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예비 수의사들에게 공직 수의사의 장점도 소개했다.

배 과장은 “공직 수의사는 정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정책을 만들고 현장에 적용했을 때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김선민 기자 [email protected]

이선엽 기자 [email protected]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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